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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줄줄이 나온 시골 초교서 제2의 이병철 키운다

중앙일보 2019.07.10 00:33 종합 20면 지면보기
국내 대기업 창업주 등이 다닌 옛 지수초교. [사진 진주시]

국내 대기업 창업주 등이 다닌 옛 지수초교. [사진 진주시]

삼성 이병철 회장, LG 구인회 회장, 효성 조홍제 회장, GS 허준구 회장은 모두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의 옛 지수초등학교에 다녔다. 경남 의령군 정곡면에 살던 이병철 회장은 허씨 집안에 시집간 둘째 누나 집에서 지수초교를 다녔다. 지수초 교정에는 과거 이병철 회장과 구인회 회장이 심은 ‘재벌 소나무’가 아직 남아있다. 1921년 개교한 지수초는 2009년 폐교되면서 지금은 비어있다.
 

폐교된 옛 진주 지수초교 부지에
중진공, 기업가정신 교육센터 추진
“풍수상 부자 기운 모인 마을” 전설
조규일 시장 “벤처 창업 환경 조성”

이 지수초교가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로 바뀐다. 진주시가 8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과 기업가정신 교육센터로 운영하기로 협약한 것이다. 중진공은 40억원을 들여 늦어도 내년 말까지,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지수초 교실·체육관 등을 교육장과 기업가 역사관·도서관 등으로 리모델링해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지수면은 이병철·구인회·허만정(GS)·구태회·조홍제 회장 등 한국을 대표하는 5대 그룹의 창업주가 꿈을 키운 기업가 정신의 발원지”라며 “지수초를 기업가 정신의 상징 공간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 구축 협약식을 한 조규일 진주시장(왼쪽)과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사진 진주시]

지난 8일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 구축 협약식을 한 조규일 진주시장(왼쪽)과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사진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부자가 나고 자란 ‘부자 동네’다. 김해 허씨 집안이 조선 시대 초기에 먼저 자리를 잡고, 200년쯤 뒤인 숙종 때 성재공 ‘구반(具槃)’이라는 학자가 허씨 집안과 결혼하면서 능성 구씨가 정착한 곳이다. 구씨 집안은 승산마을 내 상동마을에, 허씨 집안은 하동마을에 모여 살았다. 정통 유학자를 두루 배출한 두 집안은 마을 주민이 세금을 내지 못하면 대신 내주는 등 대대로 선비 가풍을 이어 왔다고 한다. 허씨 집안은 일제에 저항하기 위해 일신재단(현 진주여고)을 설립해 교육에 이바지하고 독립운동 자금을 대기도 했다.
 
지수면사무소 뒤편에는 LG·GS그룹 창업주와 역대 회장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택 10여채가 있다.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과 GS건설 허준구 회장, 구자신 쿠쿠전자 회장, 허승효 알토전기 회장,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 등의 생가다. LS그룹 구태회·구평회·구두회 명예회장도 지수면 출신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예로부터 지수면에는 남강 물속에 솥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그 바위를 기점으로 세 갈래로 나눠 8㎞ 이내에 큰 부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설이 있었다. 이병철·구인회·조홍제 회장 생가가 거기에 들어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진주시는 이런 역사·문화적 배경을 근거로 진주를 기업가 정신의 성지로 만들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8월 특허청에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 수도 진주’를 상표 출원했다. 이어 9월에는 남명 조식(曺植·1501~1572)의 사상과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12월에는 기업가 정신 구축 기본계획 연구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올 2월에는 한국경영학회를 초청해 기업가정신 교육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제대로 된 기업가 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진주시는 또 승산마을 일대를 2021년까지 한옥체험관·주차장 등을 갖춘 관광마을로 조성할 계획이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진주를 남명 조식의 ‘경으로 마음을 곧게 하고, 의로써 밖을 반듯하게 한다’는 경의(敬義) 사상을 바탕으로, 미래에도 진주의 기업가 정신에 뿌리를 둔 젊은 벤처기업이 많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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