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0년 살던 집 세놓고 혈세 들여 관사 만든 장수군수

중앙일보 2019.07.10 00:32 종합 20면 지면보기
장영수 장수군수가 관사로 쓰고 있는 군 보건의료원 의사 숙소. 1층이 관사다. [사진 독자]

장영수 장수군수가 관사로 쓰고 있는 군 보건의료원 의사 숙소. 1층이 관사다. [사진 독자]

주민 2만2000여명이 사는 농촌 도시인 전북 장수군이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공중보건의 숙소를 군수 관사로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원 숙소 7000만원 들여 개조
전북 시·군 단체장 중 관사 유일
“예산 낭비 … 관사 폐지 추세 역행”

군수 “부인 명의 모텔 거주 부적절
역대 군수도 사실상 관사로 사용”

9일 장수군에 따르면 장영수(52) 장수군수는 지난해 10월 장수군 보건의료원(군 의료원) 의사 숙소 중 하나를 군수 관사로 개조해 쓰고 있다. 장수군은 장 군수 입주를 위해 내부 수리와 인테리어, 살림살이 구매 등 비용으로 7000만원이 넘는 군 예산을 썼다.
 
현재 전북 지역 14개 시·군 단체장 중 관사에 거주하는 단체장은 장 군수가 유일하다. 장 군수는 왜 살던 집에서 나와 관사를 마련했을까.  
 
장 군수 측은 “원래 살던 집이 숙박업소라 주민들과 소통하기에는 불편해 부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초 장 군수는 장수읍에 있는 부인 명의의 모텔(주인 세대)에서 10년가량 살았다고 한다.
 
장 군수 취임 후 주민들 사이에선 “군수 주거지로 모텔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지역 원로 등 주민 상당수가 “장수 군민과 공무원을 대표하는 군수가 모텔에서 출퇴근하는 건 격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현재 장 군수가 살던 모텔 건물은 다른 사람이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장수군 측도 처음엔 관사 이전을 놓고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장수군 재무과 관계자는 “애초 관사 매입을 검토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장 군수가 ‘예산 절감을 위해 있는 것을 쓰자’고 해서 군 의료원 숙소를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군 의료원 숙소도 장수읍에 있다. 군청과는 걸어서 5~10분 거리다. 3층 규모의 연립주택으로 총 12가구로 구성됐다. 현재 군 의료원장과 공중보건의 등 9명이 거주한다. 장 군수 관사는 연립주택 1층에 있는 방 3개짜리 집(32평·105㎡)이다. 관사에는 장 군수 부부와 장 군수 부친, 장 군수 차남 등 모두 4명이 살고 있다.
 
장수군은 군 의료원 숙소를 군수 관사로 꾸미기 위해 군 예산 7154만원을 투입했다. 당시 수의계약 내용에 따르면 군은 지난해 8~9월 ▶전자제품 1809만원 ▶침대 600만원 ▶가구 581만원 ▶이불 232만7000원 ▶인테리어 578만2000원 ▶싱크대 및 붙박이장 등 1306만8000원 ▶창호 교체 공사 788만원 등 총 5895만7000원을 사용했다. 입주 뒤인 지난해 11월에는 내부 수선 공사에 1259만원을 썼다.
 
관사 관리비와 전기·전화·수도 등 공공요금도 조례에 따라 장수군이 지원하고 있다. 매달 관사 관리비 등으로 대략 30여만원이 나간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전국적으로 단체장 관사를 없애는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장수군의 재정자립도는 14.4%로 전국 최하위권에 속해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있다. 이창엽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관사는 행정 책임자의 편의를 도모해 주민 복리로 이어지게 하는 게 목적인데, 재정 형편이 어려운 장수군이 무리한 지출을 하면서까지 관사를 만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수군과 장 군수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군수 관사로 지정만 안 했을 뿐 민선 1기부터 직전 6기까지 역대 군수 대부분이 군 의료원 숙소를 관사처럼 계속 사용해 왔다”는 주장이다. 예산 낭비 지적에 대해선 “건축한 지 30년 가까이 된 군 의료원 숙소는 위층에서 물이 새는 등 보수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장 군수 측은 “당장 관사에서 나가긴 어렵고, 내년 하반기까지 살다가 사비로 집을 지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