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래차 퍼스트…현대차 R&D 싹 바꾼다

중앙일보 2019.07.10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미래차 콘셉트 엠비전. [사진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미래차 콘셉트 엠비전. [사진 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R&D) 경쟁력 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임원진을 물갈이한데 이어 이번엔 R&D 조직을 완전히 뜯어고친다. 기존의 연구소 체제로는 R&D 효율 끌어올리거나 미래형 자동차를 개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의선의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
17일 5개 담당체제를 3개로 재편
비어만 본부장 맞춤 조직 출범
효율·민첩성 높여 개발기간 단축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을 총괄하는 자리로 승진한 이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가신(家臣)그룹 대신 외부 인사를 주요 직책에 등용하는 작업이었다.
 
정의선(左), 알버트 비어만(右)

정의선(左), 알버트 비어만(右)

“정 수석부회장은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것이 현대차그룹 관계자의 귀띔이다. 자동차가 내연기관의 범위에 머물러 있을 때는 생산시스템공학이나 기계설계가 상당히 중요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시대를 대비하려면 기존 자동차 산업의 틀을 벗어난 인물을 R&D 분야의 수장으로 앉혀야 했다는 설명이다.
 
이때 전격적으로 발탁한 인물이 알버트 비어만 당시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사장)이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 BMW에서 고성능차 분야를 담당했던 그를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했다. 신차 개발 과정에서 각종 공학적 기술·시스템을 총괄하면서,경영·생산·디자인·판매 등 전 부서와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한 자리였기에 지금까지 연구개발본부장은 당연히 한국인 몫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설립 이래 최초로 이 자리에 외국인을 선임한 것이다.
 
파격적인 ‘깜짝 인사’만큼 중요한 것이 이에 적합한 조직구조를 갖추는 일이다. 오는 17일 현대차그룹이 도입하는 대대적인 R&D 조직개편은 이와 맞닿아 있다. 이번 개편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R&D 효율성 강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키워드는 민첩성(agile)”이라며 “1만3000여명이 근무하는 거대한 연구소 조직이 전 세계 소비자의 취향을 빠르게 인식하고 신속하게 차량을 개발하려면 R&D 조직이 바뀌는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는 5개 담당 체제였다. 즉,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설계·전자·차량성능·파워트레인 담당이 각각 해당 부문 R&D를 책임졌다. 이런 조직구성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업무 효율성 저하다. 예컨대 쏘나타의 제동시스템을 개발한다면 설계팀이 제동설계를 하고, 별도의 해석팀이 이를 시뮬레이션 한다. 다시 평가팀이 설계 변경을 맡기는 식이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17일부터 현대차그룹 연구 조직은 3개로 ‘헤쳐모여’한다. ▶이규오 전무가 제품통합개발을 담당하고 ▶최진우 전무가 PM을 총괄한다. 또 별개의 시스템부문이 기술개발을 책임진다. 시스템부문장은 별도로 선임하지 않는 대신, 산하에 ▶섀시담당(김무상 전무) ▶바디담당(양희원 전무) ▶전자담당(박동일 부사장) ▶파워트레인담당(이종수 부사장)이 각자 독립적이면서 대등하게 역할을 분담한다.
 
이렇게 되면 특정 R&D 업무를 한 담당 산하에서 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예컨대 섀시담당이 조향장치의 설계부터 해석·평가까지 전부 책임지게 된다. “담당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만큼 어떤 조직이 가장 비효율적으로 돌아가는지 비교평가도 가능해져 그만큼 책임소재도 명확해진다”는 것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관계자의 분석이다.
 
미래차 개발의 필요조건인 협업도 용이해진다. 이규오 제품통합개발담당 산하 신설조직인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가 고객이 선호하는 기술 적용이 가능한 아키텍처(architecture·차량 개발의 뼈대)를 선보이면, 시스템부문은 이 ‘밑그림’을 토대로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 이어 최진우 PM담당이 상품본부·협력사·부품사와 조정을 거쳐 상품을 완성하는 식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