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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에 말도 없이 軍 브리핑했다" 23사단 일병 빈소의 성토

중앙일보 2019.07.09 21:38
9일 오후 8시, 23사단 소속 부사관들이 조문을 위해 A일병(21) 빈소를 찾았다. 남궁민 기자

9일 오후 8시, 23사단 소속 부사관들이 조문을 위해 A일병(21) 빈소를 찾았다. 남궁민 기자

휴가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육군 23사단 소속 A일병(21)의 유족 중 일부가 "군이 일방적으로 브리핑을 했다"고 비판했다. 빈소에는 영관급 장교와 부사관 10여명의 모습이 보였다.
 
9일 A일병의 빈소는 경기 안양시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A일병의 부모와 누나 등 가족이 빈소를 지켰다. 비보를 듣고 찾아온 A씨 가족의 교회 지인들과 친인척은 유족의 손을 붙잡고 슬픔을 나눴다. 한 조문객은 빈소 앞에 걸린 고인의 사진을 연신 쓰다듬으며 "이렇게 이쁜 아이한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냐"며 눈물을 훔쳤다.
 
위로가 오가며 빈소는 차분한 분위기를 띄었으나 한 유족은 군의 조치를 성토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군에서 보안사안이고 수사 중이니 언론 접촉을 자제해달라고 하더니 유족에게 말도 없이 브리핑을 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군은 23사단 소속 A일병의 투신 소식이 알려지자 군은 “A일병은 북한 소형목선 상황과 직접 관련이 없고 조사 대상도 아니었으며, 조사받은 적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목선 경계 실패가 A일병의 투신과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대응이었다. 
 
군은 목선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유족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일병의 친척이라고 밝힌 유족은 기자들에게 "목선 사건으로 담당자들이 징계 받았고, 국회의원까지 왔던 사안"이라며 "아이가 어떻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나. 근데 그렇게 발표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해경에 의해 예인되는 과정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장면. 붉은색 표시가 북한 목선. [삼척항 인근 CCTV 영상=연합뉴스]

지난달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해경에 의해 예인되는 과정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장면. 붉은색 표시가 북한 목선. [삼척항 인근 CCTV 영상=연합뉴스]

이날 빈소 주변에는 짧은 머리를 하고 사복을 입은 군 관계자 4~5명과 경찰 관계자가 자리를 지켜 눈에 띄었지만 군 관계자의 조문은 뜸했다. 이날 오후 빈소에는 A일병이 속해있던 육군본부와 지상작전사령부, 23사단 사령관이 보낸 조화가 도착했지만 이들은 빈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후 8시 20분쯤 빈소에 김병욱 23사단 행정부사단장(대령)과 부사관 등 12명이 모습을 보였지만 "사진 찍지 말라" "고인에 대해 아는 것 없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10여분간 조문을 마친 이들은 곧바로 빈소를 떠났다. 군 관계자는 "사령관 등 조문 계획은 잡혀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 병원 관계자는 "오늘 조문을 온 군인들은 이 사람들이 처음"이라면서 "사단이 해체되고 본인들이 문책 받게 생겼는데 일개 사병의 조문을 오겠느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숨진 A일병의 휴대전화 메모장에서는 3페이지 분량의 메모가 발견됐다. '유서'라는 제목의 메모에는 '부모를 떠나 군대 생활을 하는 데 적응하기 힘들다'는 내용이 들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가혹 행위 등의 내용도 적혀 있지 않았으며, 군 생활 자체가 힘들다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A일병의 유품과 메모 등을 경찰로부터 이첩 받은 군은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군은 A일병의 행적과 유족 진술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A일병이 부대 간부로부터 업무 관련 질책을 받은 사실도 알려져 군내 가혹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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