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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한판 붙자" 고민정 "격 높이길"…'靑의 입' 전현직 충돌

중앙일보 2019.07.09 19:07
 
후배가 물었다. “기자 출신 아니냐. 사실 확인 시도했느냐.” 선배가 답했다. “기사 잘 써서 상 받았다. 한 판 시원하게 붙읍시다.” 후배가 말했다. “정치의 ‘격’을 높여주시길.”

KBS 선후배이자 전현직 청와대 대변인…그들의 설전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이야기다. 한국방송공사(KBS)의 선·후배이자 전·현직 청와대 대변인인 둘은 일부 유튜버가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회의 일정에 불참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발단은 지난 5일 민 대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회의 일정에 불참했다는 의혹에)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청와대는 지난 일본 G20 회의 때 대통령이 뭘 했는지 과거에 당신들이 요구했던 대로 1분 단위로 밝혀라.”
 
그러자 지난 주말 이후 고 대변인이 나섰다. 고 대변인은 지난 8일 한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동영상은 ‘가짜 영상’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달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대통령비서실 인사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대통령비서실 인사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경욱 대변인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팩트를 생명으로 생각하는 기자 출신이지 않습니까? 과연 한 번이라도 이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려고 시도를 해봤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기자, 그리고 청와대 대변인까지 하셨는데 어떻게 기사를 쓰고 어떻게 브리핑을 하셨는지가 궁금할 정도입니다.”

 
그러자 같은 날 민 대변인이 ‘발끈’했다. 이번엔 선배의 말투였다.

 
“질문에 답을 하자면, 기사는 잘 써서 한국방송협회 방송대상 두 번, KBS 특종상,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다 받았고, 청와대 대변인 생활 2년 동안의 브리핑은 지금 정치부장들 하고 계시는 당시 1호 기자(청와대 출입기자)분들께 여쭤보기 바라오.”

 
민 대변인은 9일 오전에도 이른바 ‘결투’를 신청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2015년 8월 23일 새벽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고위급 접촉이 정회했음을 알리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5년 8월 23일 새벽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고위급 접촉이 정회했음을 알리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나운서 출신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어차피 서로 말하는 게 직업이고 싸움은 먼저 거셨으니까 시시하게 혼자서 라디오 방송 전화 연결해서 준비한 원고 읽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더듬거리지 말고 우리 TV 생방송에서 한 판 시원하게 붙읍시다.”

 
민 대변인은 글 말미에서 고 대변인을 ‘후배’라고 지칭했다.

 
‘후배’도 가만있지 않았다. 고 대변인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전에는 회사 후배였는지 모르나 지금은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한 시간도 아까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마이크 앞에 서 보신 분이기에 ‘마이크’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이 든다. ‘마이크’는 ‘칼’과 같아서 잘 쓰면 모두를 이롭게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두를 해치게 된다”고 썼다. 그러면서 “부디 ‘바른 다스림’으로 대한민국 정치의 ‘격’을 높여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7년 2월 20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오른쪽)가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주간 문재인' 6탄 공개 촬영에 앞서 고민정 전 아나운서(현 청와대 대변인)와 대본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2월 20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오른쪽)가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주간 문재인' 6탄 공개 촬영에 앞서 고민정 전 아나운서(현 청와대 대변인)와 대본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이날 청와대는 민 대변인의 생방송 ‘결투’ 신청을 거절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대변인단은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청와대를 대신해서 입장을 밝히는 위치에 있고, 이에 대해 이벤트식의 대응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민 대변인은 “그런 분이 자기 친정도 아닌 방송국의 프로그램에 나와서 왜 그랬냐”며 “토론은 이번이 아니라도 요청을 해오시면 응할 테니까 언제라도 연락 달라”고 재차 요구하기도 했다.
 
민 대변인은 1992년 기자로 입사해 2014년 KBS ‘뉴스9’ 앵커를 끝으로 퇴사,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에 발탁됐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 한국당 공천을 받아 인천 연수을에 출마해 당선,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

 
2004년 30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고 대변인은 2017년에 퇴사한 뒤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지난 3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사퇴한 뒤부터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입’이 됐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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