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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키운 자식 그리 보냈으니 부모 마음이 어떻겠나…”

중앙일보 2019.07.09 18:26
지난달 15일 북한 목선이 정박한 강원도 삼척시 정하동 삼척항에서 2㎞가량 떨어져 있는 새천년 해안도로 주변엔 높이 2m의 군 경계 철책과 초소가 있다. 삼척=박진호 기자

지난달 15일 북한 목선이 정박한 강원도 삼척시 정하동 삼척항에서 2㎞가량 떨어져 있는 새천년 해안도로 주변엔 높이 2m의 군 경계 철책과 초소가 있다. 삼척=박진호 기자

“20년 넘게 잘 키운 자식 그리 보냈으니 부모 마음이 어떻겠나… 젊은 군인이 숨진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9일 오후 강원도 삼척시 정하동 새천년 해안도로 전망대. 관광객들이 탁 트인 동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전망대 앞쪽에는 높이 2m의 군 경계 철책과 초소가 있다. 전망대에 만난 기모(62·인천)씨는 “북한 목선이 항구까지 들어온 것도 어이없는데 부대 병사가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며 “이번 일이 북한 목선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을 생각한다면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투신 사망 23사단 병사 근무했던 삼척 가보니
"젊은 군인 숨진 원인 명확하게 밝혀야"
부대 간부로부터 업무 관련 질책 받아

 
육군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0시쯤 서울 한강 원효대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육군 23사단 소속 A(21)일병은 새천년 해안도로 인근 소초에서 근무를 해왔다. 북한 소형 목선이 정박했던 지난달 15일에도 이 지역에 있는 소초에서 근무를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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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오전 강원도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목선. 당시 목선에는 4명의 북한 주민이 타고 있었다. [사진 독자제공]

지난달 15일 오전 강원도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목선. 당시 목선에는 4명의 북한 주민이 타고 있었다. [사진 독자제공]

지난해 11월 입대한 A일병 배려병사 관리
이날 군 당국은 A일병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A일병이 부대 간부의 질책을 받아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A일병이 소초에 투입된 4월 이후 소초 간부로부터 업무 관련 질책을 받아온 사실을 확인했다. A일병에게 폭언을 했다”며 “A일병의 죽음과 질책과의 연관성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입대한 A일병은 배려병사로 관리를 받아왔다.
 
지역 주민 B씨(81·여)는 “젊은 군인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근무하면서 왜 몰랐느냐고 사람을 몰아넣은 것 아닐까 싶다”며 “높은 사람들이 잘못한 거 아니냐…불쌍해 죽겠다”고 했다. 
 
A일병이 근무한 소초는 북한 목선 사건 입항에 대한 경계 실패의 책임이 있는 곳이다. 이 소초에선 당시 지형영상감시시스템(IVS)으로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찍었지만, 운용 요원이 낚싯배로 판단했다. 이 같은 이유로 국방부 합동조사단(합조단)의 해안 경계태세 관련 조사 대상이었다. 하지만 A일병은 조사대상은 아니었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A일병은 북한 목선 상황과 직접 관련이 없어 조사대상이 아니었고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며 “북한 목선이 입항했던 지난 15일에도 오전이 아닌 오후에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A일병은 지난달 22~28일 연가 및 위로 휴가 중으로 합동 조사단이 해당 초소에 대해 조사를 벌였던 지난달 24일 부대에 없었다. 또 이달 1~9일까지 정기휴가 중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15일 북한 목선이 정박한 강원도 삼척시 정하동 삼척항에서 2㎞가량 떨어져 있는 새천년 해안도로 주변엔 높이 2m의 군 경계 철책과 초소가 그대로 남아 있다. 삼척=박진호 기자

지난달 15일 북한 목선이 정박한 강원도 삼척시 정하동 삼척항에서 2㎞가량 떨어져 있는 새천년 해안도로 주변엔 높이 2m의 군 경계 철책과 초소가 그대로 남아 있다. 삼척=박진호 기자

새천년 해안도로 군 경계 철책 철거 계획 구간
23사단에서 근무했었다는 지역 주민 김모(31)씨는 “삼척과 속초, 강릉 쪽은 옛날 잠수함 침투사건 때문에 해안 경비 근무 강도가 상당하다”며 “일병 땐 숨만 쉬어도 힘들 때인데 이번에 목선이 들어왔으니…”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A일병이 근무를 해온 소초가 있는 새천년 해안도로는 4㎞ 구간으로 삼척항과 삼척해변을 잇는 도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되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드라이브 명소로 향후 군 경계 철책 철거 계획이 잡혀 있는 곳이다.
 
삼척=박진호·이병준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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