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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 송범두 교령 "월북한 최인국, 북한 천도교 청우당 당수 맡을 듯"

중앙일보 2019.07.09 15:03
9일 서울 광화문에서 천도교 수장인 송범두(70) 신임 교령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송 교령은 최근 월북한 최인국(71)씨를 언급하며 “월북을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올해 4월에 교령 취임 축하차 찾아왔기에 함께 식사를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고 말했다.  
 
천도교 송범두 신임 교령은 "3ㆍ1운동 때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태화관 앞에 기념비를 건립한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에 천도교 교인은 300만명, 개신교인은 20만 명이었다. 백성호 기자

천도교 송범두 신임 교령은 "3ㆍ1운동 때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태화관 앞에 기념비를 건립한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에 천도교 교인은 300만명, 개신교인은 20만 명이었다. 백성호 기자

 
최인국씨는 천도교인이다. 집안이 그렇다. 할아버지는 독립운동가 최동오(1892~1963)다. 평안북도 의주 출신인 최동오는 1903년 동학에 입도했다. 3ㆍ1운동 후에는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국무위원과 외무위원을 역임하며 활동했다. 1935년에는 김원봉, 김규식과 함께 독립운동 단체를 통합한 민족혁명당을 창당했다. 광복 후에 귀국했다가, 한국전쟁 때 납북되었다. 일제 강점기 때 최동오는 만주에 민족 교육기관 화성의숙을 설립했다. 어린 김일성이 거기서 공부를 할 때 최동오는 교장이었다. 이런 까닭에 최동오는 북한에서 ‘김일성의 스승’으로 대우를 받았다.  
 
 '김일성의 스승'으로 불리는 독립운동가 출신의 최동오가 1948년 4월 남북한 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일성의 스승'으로 불리는 독립운동가 출신의 최동오가 1948년 4월 남북한 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동오는 독립운동을 할 때 자신의 아들인 최덕신(1914~89)을 중국 베이징의 고아원에 맡겼다. 고아원에서 자란 최덕신은 1936년 중국 황푸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광복군이 됐다. 해방 후 귀국해 육군사관학교 특별반과 미국 포트릴리육군종합학교를 거쳐 장교가 됐다. 한국전쟁 때는 제8사단과 제11사단의 사단장으로 참전했다. 이후 박정희 정부에서 외무부장관과 주서독대사를 역임했다. 퇴임 후에는 천도교 교령을 맡았다.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89년에 월북했다. 
 
최덕신 씨가 1971년 천도교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덕신 씨가 1971년 천도교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덕신 씨와 부인 류미영 씨가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덕신 씨와 부인 류미영 씨가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은 공산당과 천도교에 기반한 청우당, 이렇게 두 정당을 인정한다. 최덕신은 북한에서 청우당의 당수를 맡았다. ‘김일성 스승의 아들’이라는 지위로 인해 대우를 받은 셈이다. 최덕신 사후에는 부인 류미영(1921~2016)이 청우당의 당수를 맡았다. 2003년 북한 이산가족 상봉단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류미영은 헤어진 둘째 아들 최인국과 23년 만에 비공개로 상봉했다.  
 
최인국씨는 건설회사 등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렇지만 부모의 전력으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힘겨운 생활을 영위해야 했다. 송범두 교령은 “최인국씨는 천도교단에서 중요 직책을 맡은 것도 아니고, 열심히 종교 활동을 한 사람도 아니었다. 현재는 대한민국의 법을 어겼으니 천도교는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4월에 식사자리에서 최인국씨가 청우당 이야기를 꺼냈다. ‘대한민국에서 70년을 살았는데, 여기서 내가 할 일은 없다. 그러니 북한의 청우당을 바탕으로 남북을 오가며 통일을 위해 힘을 써보는 건 어떨까’라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그냥 지나가면서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지금 짚어보면 그냥 던진 말이 아니었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인국 씨가 북한에 영구거주하기 위해 6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북한 대남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가 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최인국 씨가 북한에 영구거주하기 위해 6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북한 대남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가 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 천도교는 최대 종단이다. 청우당의 당원은 1만5000명이다. 북한에서는 천도교 신자가 아니어도 청우당의 정신에 공감한다면 당원이 될 수 있다. 북한에서 발표한 천도교 신자는 1만4000명이다. 류미영이 사망한 후부터 지금까지 청우당 당수는 4년 가까이 공석으로 남아 있다. 송 교령은 “북한은 혈통을 중시한다. 지금껏 청우당 당수를 빈 자리로 남겨둔 것은 ‘최동오의 핏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최인국씨가 만약 북한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북한의 청우당 당수를 맡지 않을까 예상해본다”고 말했다.  
 
송범두 교령은 올해 3ㆍ1운동 100주년과 천도교 창도 160주년을 맞아 “천도교 대학원대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호남지방에 편중된 천도교 성영화 사업을 동학의 발상지인 경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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