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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초등생 가방에 공기 센서 달린 까닭은

중앙일보 2019.07.09 05:02 종합 21면 지면보기

‘나는 대기 질 과학자입니다’  

영국 런던 각 지역 5개 초등학교 250명의 학생이 맨 배낭에 적혀 있던 문구다. 올해 1월 8세~11세 사이 250명의 어린이가 일주일간 대기 질 모니터링 센서가 부착된 배낭을 메고 등하굣길을 오갔다. 이 배낭에는 이산화질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PM10의 미세먼지, PM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등을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는 센서와 일주일간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저장장치 등이 부착돼 있었다.  
 

영국 '맑은 공기의 날' 행사 앞서
런던 등하굣길 공기 오염도 측정
다이슨, 환경제어 기술력 발휘해
웨어러블 공기정청기 개발도 박차

런던 시내 초등학생들은 등하굣길에서 얼마나 나쁜 공기를 마시고 있을까. 다이슨은 초소형 공기 질 모니터링 센서가 부착된 배낭을 개발해 ‘런던 공기 질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사진 다이슨]

런던 시내 초등학생들은 등하굣길에서 얼마나 나쁜 공기를 마시고 있을까. 다이슨은 초소형 공기 질 모니터링 센서가 부착된 배낭을 개발해 ‘런던 공기 질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사진 다이슨]

 
지난 6월 10일 영국 맘스베리 다이슨 본사에서 이 ‘백팩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라운드 테이블 행사가 열렸다. 6월 20일 영국 ‘맑은 공기의 날’ 주간을 맞아 열린 미디어 행사다. 이번 백팩 프로젝트는 런던 대기 질 향상을 위한 ‘브리드 런던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런던의 공기 질 향상을 2019년의 주요 과제로 삼았다. ‘브리드 런던’은 런던 당국인 대런던위원회 주도로 런던 킹스 칼리지 대학,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가 협력해 진행한다. 이날 회의에는 ‘브리드 런던’에 참여하는 다이슨의 헬스 앤 뷰티 카테고리 부사장 폴 도슨, 킹스 칼리지의 프랭크 켈리 교수, 마라톤 챔피언이자 UN 대기 질 대사로 활동하는 폴라 래드클리프 등이 참석했다.  
 
‘영국 맑은 공기의 날’ 기념 미디어 행사에 참가한 다이슨 헬스 앤 뷰티 카테고리 부사장 폴 도슨(왼쪽)과 킹스 칼리지의 프랭크 켈리 교수. 유지연 기자

‘영국 맑은 공기의 날’ 기념 미디어 행사에 참가한 다이슨 헬스 앤 뷰티 카테고리 부사장 폴 도슨(왼쪽)과 킹스 칼리지의 프랭크 켈리 교수. 유지연 기자

 
킹스 칼리지 연구진은 배낭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검토해 런던 시내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얼마나 많은 공기 오염에 노출되는지 파악했다. 프랭크 켈리 교수는 “매년 대기 오염으로 800만명이 조기 사망한다”며 “대기에 노출된 머리카락 하나에는 30가지 미세 입자가 붙어 있는데 이것을 매일 들이마시고 있는 상황”이라고 런던의 심각한 대기오염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면역체계가 무너지기 쉬운 아이들은 더 취약하기에 이번 연구를 학교 주변 지역 대기 질 개선의 시발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배낭을 통해 수집된 통학로 주변의 대기 질 데이터는 6주 후 해당 학생과 학부모에게 통보됐다. 사람들이 숨 쉬는 공기 속에 어떤 물질이 포함되었는지 자각한 후, 행동이 어떻게 교정되었는지까지 분석해 연구에 포함했다.  
 
공기 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된 배낭. 세 가지 주요 센서와 배터리, 데이터 저장장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다이슨]

공기 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된 배낭. 세 가지 주요 센서와 배터리, 데이터 저장장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다이슨]

 
어린이들이 매고 다닌 배낭에는 다이슨이 제작한 휴대용 공기 모니터링 디바이스가 부착돼 있다. 공기 오염 감지 및 센싱 분야에서 보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작고, 가볍고, 휴대 가능한 장치의 형태로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모니터링 장치에는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는 센서, 이산화질소 및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감지하는 기체 센서,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먼지 센서 등 세 가지 주요 센서가 사용된다. 다이슨의 폴 도슨 부사장은 “GPS와 센서, 일주일 치 배터리, 데이터 저장장치, 완충재까지 넣으면서 가방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제작해야 하는 것이 도전이었다”며 “방수는 물론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이기에 충격에도 강해야 했다”고 제작 뒷얘기를 밝혔다. 처음에는 암밴드로도 만들어봤지만, 내구성 문제가 생겨 백팩으로 바꿨다고 한다. 상하이·도쿄·시카고 등 다른 대도시에서 시험 작동을 해보며 전 세계 환경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하는지 자체실험도 했다.  
 
라운드 테이블 행사 이후 다이슨은 환경 제거 기술 분야 RDD 센터를 공개했다. 다이슨 제품이 실제 주거 환경에서 최고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체 테스트를 하는 곳이다. 공기청정기를 위한 자체 제작 성능 테스트인 ‘폴라(POLAR) 테스트’가 핵심으로 현재 업계 표준 테스트인 ‘청정 공기 공급율(CADR) 테스트’보다 실제 주거 환경을 더 정확하게 반영했다는 주장이다.  
 
폴라테스트 실험실 실물 모형. 기존 CADR 테스트에 비해 면적을 넓히고, 공기청정기를 방 한쪽에 세워 둔 후 방 안 9개 센서에서 공기 흐름을 모니터링한다.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는 실제 가정 환경 조건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사진 다이슨]

폴라테스트 실험실 실물 모형. 기존 CADR 테스트에 비해 면적을 넓히고, 공기청정기를 방 한쪽에 세워 둔 후 방 안 9개 센서에서 공기 흐름을 모니터링한다.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는 실제 가정 환경 조건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사진 다이슨]

 
미국 가전제품 협회가 인증하는 공기 청정기 지표인 CADR(Clean Air Delivery Rate) 테스트는 약 12㎡(약 3.6평)의 공간 한가운데 공기청정기를 놓고 공기 청정기 바로 위에서 담배를 태운 뒤 방 안 공기 입자 농도의 변화를 측정한다. 천장에는 정화된 공기를 분산시키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센서는 한쪽 구석에 있다.  
 
하지만 현재 업계 표준처럼 활용되고 있는 CADR 테스트는 좁은 면적, 천장 선풍기 등 현대 주거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이슨 엔지니어들이 이를 보완해 POLAR(Point Loading Auto Response) 테스트를 고안한 이유다. 실제 주거 환경과 비슷한 27㎡(약 8.1평)의 실험실에서 천장 선풍기를 제거한 채 오염원을 주입 시킨 후 공기청정기 성능을 테스트한다. 공기청정기도 방 한가운데가 아닌 방 한쪽에 구석에 두어 실제 사용 조건을 반영했다. 오염을 감지하는 9개의 센서를 방안 곳곳에 설치해 5초마다 실내 공기 질 데이터를 수집한다. 해당 공간 전체가 균일하게 정화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폴 도슨 부사장은 “CADR 테스트도 존중하지만 여기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보다 현실적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 가전협회에서 이 폴라 테스트를 사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 다른 평가기관과도 협업해 새로운 업계 표준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이슨이 업계의 새로운 성능 표준을 만들고 백팩 프로젝트 등 공익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일차적 목적도 있지만, 점점 심각해져 가는 전 세계 도시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환경 가전 산업 활황 시대에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다이슨 헬스 앤 뷰티 카테고리 부사장 폴 도슨. [사진 다이슨]

다이슨 헬스 앤 뷰티 카테고리 부사장 폴 도슨. [사진 다이슨]

 
실제로 다이슨은 2010년부터 환경 제어 기술 분야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 세계 5000여명 엔지니어의 절반이 청소기 분야에, 나머지 절반이 환경 제어 기술 분야인 헬스 앤 뷰티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 다이슨은 인기 제품인 진공청소기를 통해 25년간 축적된 여과 필터링 기술을 활용해 공기청정기·온풍기 등 환경 제어 가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가장 최근에는 개인용 공기 청정기 ‘퓨어쿨 미™’를 내놓았다. 업계에 따르면 다이슨은 영국 지적재산관리국에 헤드폰처럼 쓸 수 있는 웨어러블 공기청정기 관련 특허를 제출했다고 한다. 다이슨 센서가 부착된 마스크에 대한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번 배낭 프로젝트도 이런 웨어러블 환경 제어 기기 기술 개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폴 도슨 부사장은 다이슨의 차세대 기술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이 다이슨의 기본 철학”이라며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문제로 인식하는 것에 다이슨은 언제든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영국 맘스베리=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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