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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뒤늦게 돌려놨지만…평생 전과기록 남긴 대학 학생회비 횡령사건

중앙일보 2019.07.09 05:00
총학생회비를 횡령한 혐의로 고소된 건국대 전 총학생회 사무국장과 한양대 전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8일 드러났다. [연합뉴스]

총학생회비를 횡령한 혐의로 고소된 건국대 전 총학생회 사무국장과 한양대 전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8일 드러났다. [연합뉴스]

올해 학생회비 횡령 의혹으로 고소당한 건국대학교 전 총학생회 사무총장과 한양대학교 전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 벌금형을 받은 것으로 확인했다.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게 되면 범죄경력 자료에 남게 되며 이는 평생 삭제되지 않는다.
 
지난 4월 초 제51대 건국대학교 총학생회는 2019년도 상반기 사무국 회의를 준비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지난해 회계 장부에서 학생회비 횡령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2018년도 제50대 총학생회의 사무국장 A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사무국장은 학생회비 회계를 담당하는 자리다.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가 급하게 꾸려졌고, 4월5일 밤부터 다음날 오후 1시까지 이뤄진 조사에서 A씨는 횡령 혐의를 인정했다. 2018학년도 2학기 등록금 납부기간 후 추가 납부된 학생회비, 학사 구조조정으로 인해 학적이 변경된 학생들의 총학생회비 등 개인 계좌로 지급된 돈이었다. A씨가 횡령한 금액은 총 153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후 사과문에서 “학생회비를 개인 계좌로 지급받은 순간 욕심과 가정의 일들이 눈을 멀게 했다”며 “처음에는 쓰고 돌려놓자는 생각으로 사용했고,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숨겨질 일들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학생회비를 결재받기 위해서는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사무국장의 사인이 필요하지만 A씨는 임의로 두 사람의 사인을 한 후 결재를 받았다고 자백했다. 그는 “회장과 부회장은 제가 혼자서 이 돈을 관리한 사실을 모를 것”이라며 “인수·인계 시점에서 제가 저지른 일이 너무나도 큰 일임을 알기에 어떻게든 숨기고 덮으려 했다. 제가 한 행동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A씨는 횡령 금액 전액을 다시 돌려놨다. 그러나 2019년도 총학생회는 A씨를 형사고발 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4월9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 횡령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A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겼다. 검찰은 지난 5월22일 벌금 150만원 형에 처해달라고 약식기소했다. 징역형보다는 벌금형에 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 재판 없이 벌금형에 처해달라는 의미다. 법원은 지난 6월17일 약식명령서를 A씨에게 발송했고, 1주일이 지나도 A씨가 불복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한양대에서도 올해 초 이와 비슷한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9~12월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B씨는 약 500만원의 학생회비를 횡령한 혐의로 지난 2월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발됐다. B씨는 학생회비를 자신의 계좌로 송금하거나 현금으로 걷은 행사 참가비를 본인이 챙기고 학생회비로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B씨는 지난 1월 한양대 감사위원회 조사에서 “개인 부채와 생활비, 원룸 월세로 사용하기 위해 횡령했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와 큰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병간호가 필요했고, 병원과 학교를 다니다 보니 학점이 좋지 못해 장학금을 못 받게 됐다”며 “제3금융권에서 250만원 정도를 빌렸다. 주변인의 조언과 설득으로 양심 고백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B씨 역시 경찰 조사 결과 혐의가 인정돼 지난 5월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이 확정됐다.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았을 경우 공무원, 교사, 군인 등 공직에 취업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벌금형의 경우 2년이 지나면 검찰청이나 관청에서 보관하는 수형자 명부와 명표는 사라진다. 그러나 경찰청에서 관리하는 범죄 경력 자료는 영구 보존된다. 공무원의 경우 신원 조회를 통해 전과기록이 확인되면 취업 제한 사유가 될 수 있다.  
 
해당 학교 측은 “학생회는 자치조직이어서 강제할 수 없다”며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한양대 관계자는 “학교에 정식 직원으로 고용된 변호사, 회계사가 있다”며 “전문가가 아닌 학생들이 회계 관리가 힘들어 요청한다면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관계자는 “그동안 학생자치조직이라는 이유로 자체적으로 회계 감사를 하다 보니 횡령으로 처벌받는 일까지 벌어진 것 같다”며 “건국대 감사팀이 학교 행정부서의 회계를 감사하는 것처럼 학교 내 학생회비 감사를 제도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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