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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조 청년고용장려금 배달사고…사장 아들도 몰래 타갔다

중앙일보 2019.07.09 01:30 종합 2면 지면보기
#1. A씨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은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정부로부터 ‘청년추가고용장려금’ 680만원을 받았다. 청년 B씨를 신규 채용한 데 따른 지원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A씨가 신규 고용했다고 신고한 B씨는 그의 아들이었다. 사업주 또는 법인 대표의 4촌 이내 친인척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A씨는 이를 숨기고 장려금을 타냈다. 이 돈은 아들 B씨의 급여 중 일부로 지급됐다.

1648곳 중 252곳 장려금 배달사고
자격 없는 사장 아들이 받아가고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타가기도

고용청선 신청 쇄도 감당 못해
신청 6개월 지나도 감감 무소식

 
C기업은 이미 일하고 있는 직원 중 2명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피보험 확인 신고를 하는 방법으로 신규 채용한 양 13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이 받은 지원금은 청년추가고용장려금으로,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성장유망업종의 경우 5인 미만 사업장 포함)이 15~34세 청년을 정규직으로 추가 채용하면 인건비로 3년간 대상자 1인당 연 900만원(고용위기지역은 140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8월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청년들이 잡콘서트를 듣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청년들이 잡콘서트를 듣고 있다. [뉴스1]

#2. 자동화솔루션 관련 스타트업 대표인 홍모(33)씨는 직원 5명 중 2명분의 장려금을 지난 3월에 신청했는데 별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달 초에야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그사이에 심사 기준을 충족했는지 아닌지 등 피드백도 전혀 없었다. 홍씨의 처지는 나은 편이다. 3년차 스타트업 대표 김모(35)씨는 지난 1월 새로 채용한 직원 2명분의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신청했으나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

 
원래 장려금을 신청하면 접수 후 14일 내 지급 가능 여부를 알려줘야 한다. 홍씨는 “과거에도 직원 1명을 채용하고 장려금을 신청했는데 몇 개월간 답이 없다가 ‘지급 불가’ 통보를 받아 허탈했던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도 “작은 스타트업도 고용 유연성이 경직되는 것을 감수하면서 정규직을 채용하는데 고용노동부 통보만 기다리다간 인건비 타격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오전 열린 국회 한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예산안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오전 열린 국회 한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예산안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청년 일자리 정책 중 하나인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이 빚은 두 가지 현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예산 3417억원을 배정한 뒤 집행률이 97.2%에 이른다며, 올해는 2배 가까이 예산을 증액해 6745억원을 배정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도 2883억원이 편성돼 올해 관련 총예산은 약 9628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자격이 안 되는 기업에선 부정수급하고 정작 필요한 곳에는 제때 지급되지 않아 현장에선 불신이 싹트고 있다.

 
중앙일보가 8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부정수급 의심 사업장 점검 세부 현황’에 따르면 감사원과 고용부는 지난해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받은 사업장 3만여 곳 중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1648곳(2422명)을 추려 지난 2월 22일부터 5월 17일까지 중간 점검했다. 이 중 252개소(15.3%)에 장려금이 잘못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원 기준으로 322명이다. 이 중 허위신고한 경우는 151명(121개소, 5억5000만원), 지연신고 등으로 부당하게 지급된 경우는 171명(131개소, 4억4000만원)이었다. 고용부는 이번 점검에서 파악된 부정수급·부당이득액 전액 환수는 물론 최고 5배의 추가징수까지 포함해 16억3000만원 규모의 반환 절차를 밟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용부가 예산 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홍보에 집중하다 정작 신청이 쇄도하자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원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장려금 신청 시 지급 가능 여부를 최대 14일 안에 신청자에게 통보하라고 돼 있지만 지난 4월 기준 전체 지방관서의 장려금 평균 처리 기간은 이를 닷새 이상 넘긴 19.8일이다. 특히 중소 벤처업체가 몰려 있는 서울청의 관내 평균 처리 기간은 45.8일로, 기한의 3배 이상이다. 서울강남지청이 77.5일로 가장 처리가 늦었고, 서울동부지청이 61.6일, 서울남부지청이 47.6일로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경기지역 관내 전체 평균 처리 기간도 20.4일로 전체 지방관서 평균보다 길었다. 고용위기지역인 거제가 33.8일, 울산이 19.1일, 통영이 18.5일 소요됐다. 지침에 규정된 기한이 무의미한 상황이다.

 
올 들어선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신청 건수가 급증해 5월 이후 신규 신청 접수를 중단했을 정도다. 고용부에선 “지원금 처리에만 급급해 기업 컨설팅, 취업지원서비스, 사업장 지도·점검, 수급 모니터링 등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난 4월 담당 인력 증원을 요청했다.  
 
처리의 효율성을 높일 전산화 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정보통신(IT) 인사솔루션 업체의 대표는 “근로복지공단 토탈서비스와 같은 기존 정부 자원을 조금만 활용해도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급 심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노력이 없어 보인다”며 “선한 정책이 엉터리 행정으로 빛이 바래 아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용부는 “전산화를 완료한 것도 있고, 추가 계획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산화 내용은 ▶신청서식에 e메일 및 팩스번호 항목 추가 ▶지급통지서 출력물에 지원금 최초 지급일 항목 추가 등 단순 기능에 불과했다. 고용부는 추가 계획과 관련해 “추경 이후 접수 재개 일정에 맞춰 추진하겠다”고만 했다.

 
정성호 의원은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이 행정 역량 부족으로 빛을 바래선 안 된다”며 “사업 예산이 대폭 느는 만큼 철저한 정책 관리가 뒷받침돼야 정부 일자리 정책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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