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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北이 혀 내두른 볼턴···'한 성격'하는 그, 그냥 퇴진?

중앙일보 2019.07.09 01:00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거취가 한반도 외교가의 ‘핫한’ 관심사다. 일각에선 볼턴 보좌관의 퇴진을 전제로 후임까지 거론한다. 반대론도 있다. 볼턴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정 때문이다. 볼턴에 대해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관철하고 마는 인물”이라며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일생일대 목표인 북한 비핵화가 달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호락호락하게 자진 사퇴할 리는 만무하다”는 주장이다.  
 
예일대 최우등 졸업에 예일대 로스쿨 졸업이라는 화려한 학력을 가진 그는 외교안보에서 날개를 폈다. 북한에 대해선 냉정한 강경파다.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볼턴과 북한은 관계가 평행선이었다. 지난 4월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볼턴을 향해 “멍청해보인다”고 비난한 것도 새롭지 않다. 북한은 갖은 표현을 동원해 볼턴을 비난했지만 볼턴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북한의 비난엔 익숙하다. 옛날엔 (나를) ‘인간쓰레기’나 ‘흡혈귀’라고 불렀다”는 반응이다. 외교안보 당국자들 사이에선 “볼턴 보좌관이 북한의 비난을 즐기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을 정도다.  
 
볼턴 보좌관 자신도 각종 구설수에 올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5년 그를 주유엔대사로 지명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멜로디 타운셀이라는 한 여성이 상원 외교위원회로 투서를 했다. 볼턴이 자신을 겁박했다는 내용이었다. 타운셀이 인터넷에도 공개한 그의 투서에 따르면 볼턴은 1994년 타운셀이 묵고 있는 러시아 모스크바 호텔 방에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 방문을 두드리고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당시 타운셀은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키르기즈스탄 사업을 담당하는 업체의 홍보 담당자였다. 볼턴은 당시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앤 테크니컬 컨설팅’이라는 회사의 소속 변호사였다. 타운셀은 “볼턴이 속한 회사가 내가 담당했던 회사에 자금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힘들다는 서한을 USAID에 보냈었다”고 말했다.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가운데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가운데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청와대사진기자단]

 
타운셀은 “방안으로 협박 편지를 밀어 넣고, 내가 복도로 나가면 내게 물건을 던졌다. 미친 사람 같았다”며 “볼턴은 내 몸무게와 옷차림을 문제 삼고, 내 성적 취향까지 얘기하며 내가 레즈비언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다녔다”고도 말했다. 논란 끝에 볼턴은 상원 인준을 받지 못했고, 부시 대통령은 인준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볼턴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이는 타운셀뿐만이 아니다. 브라질 외교관인 호세 부스타니가 대표적인데, 그는 한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존 볼턴은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bully)”이라며 “나를 포함해 그에게 괴롭힘을 당한 외교관들이 여러 명이다”라고 말했다. 2002년 당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수장이었던 부스타니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이후 볼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고 부스타니는 말했다. 볼턴은 부스타니에게 “(딕) 체니 (부통령이) 당신의 사임을 원한다”며 “우린 당신의 두 아들이 어디 사는지도 안다. 24시간 주겠다. 그 안에 사임 않으면 복수할 방법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부스타니의 주장에 대해 미국 정부는 “부스타니는 OPCW의 장이 될 인물이 못됐다”는 간접 해명만 내놓았다. 그런 일이 없었다는 해명은 없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월1일 보도한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모습. 북측에서는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미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배석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월1일 보도한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모습. 북측에서는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미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배석했다. [노동신문]

 
볼턴이 악명만 떨친 건 아니다. 미국 정부와 긴밀히 일했던 전직 고위 외교관은 본지에 “볼턴 보좌관과 진보 성향 국회의원들의 면담을 주선한 적이 있는데, 당시 볼턴은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북한 비핵화가 우리의 목표라는 주장을 폈다”며 “당시 국회의원들도 ‘듣던 바와 달리 차분하고 좋은 사람이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단 볼턴에게 대북 제재 등은 종교적 신념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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