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 알맹이는 빠지고 자화자찬만 넘쳤다

중앙일보 2019.07.09 00:32 종합 29면 지면보기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선천성 거대색소모반증이라는 희귀병 딸을 둔 최원용씨는 2일 ‘문 케어 2주년 성과보고대회’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의 딸은 300만원이 넘는 수술을 열 번 넘게 해야 한다. 최씨는 “병원비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30만원)로 적게 나왔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최씨는 “희귀병 부모는 병원비가 얼마나 들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한다”며 울컥했고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이른둥이 쌍둥이 엄마 도현욱씨도 “아이들이 태어나서 주 5일 재활치료를 받는데, 친정엄마가 아산병원에 7개월 입원했다. 특전비 폐지, 2·3인실 건보 적용, 간호간병서비스가 아니었으면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 도씨 사연을 보자니 가슴이 찡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국민부담을 2조2000억원 줄였다”며 “중증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정책 도입 전에 비해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까지 줄었다”고 업적을 나열하며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 문 케어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건보 미적용)를 급여화하는 것이다. 전 정부들과 달리 범위와 속도를 대폭 높였다. 전 정부는 급가속이 의료체계를 왜곡하고 재정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봤다. 문 케어는 이런 우려를 뒤로하고 과속 주행 중이다. MRI·초음파 검사량 증가, 급속한 고령화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문 케어는 적립금 10조원 쓰고 보험료를 올려 돈을 조달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내년 건보료 인상(정부안 3.49%)이 노동계·재계 등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이만큼 올려도 부족할 것 같은데 이마저 막혔다.
 
도현욱씨는 “앞으로도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른다. 돈 걱정하지 않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하다”라고 호소했다. 우리 사회가 최씨의 딸, 도씨의 쌍둥이를 책임지는 게 맞다. 다만 혜택 확대 집중은 난이도로 치면 하급 정책이다. 적정 혜택은 적정 부담 없이 불가능하다. 그러려면 문 대통령이 “우리 모두 보험료를 조금씩 더 부담합시다”라고 해야 한다. 이런 걸 설득하는 게 진정한 지도자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