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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석열 후보자 ‘중립’과 ‘엄정’의 다짐 잊지 말라

중앙일보 2019.07.09 00:23 종합 30면 지면보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어제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크게 두 가지를 언급했다. 하나는 ‘정치적 중립’이다. 그는 “그동안 검찰이 권력 앞에 흔들리고, 스스로 엄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여긴다”면서 “정치 논리에 따르거나 타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른 하나는 ‘엄격한 법 집행’이다. 윤 후보자는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먼저 돌아간다”며 “사회적 약자를 힘들게 하는 반칙행위와 횡포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검찰이 안팎의 요구에 부응해 개혁 작업을 벌여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의 변화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달 여론조사 업체(리얼미터)의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설문조사에서 검찰은 3.5%라는 낮은 점수를 얻었다. 국회(2.4%)보다 약간 높은 수치였다. 검찰 불신의 근원에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드루킹’ 여론 조작, 환경부 블랙리스트, 청와대 특별감찰반 권한 남용 의혹 등 현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압수수색·소환조사의 속도와 범위가 과거 정부 ‘적폐’에 대한 것과 크게 달랐다.
 
윤 후보자는 ‘정치적 압력’에 저항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고, 검찰총장 후보까지 됐다. 그는 최근 2년여 동안 적폐 수사를 진두지휘해 왔다. 그러므로 검찰 중립의 중요성과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의 강도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면 국민은 그가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검찰이 불신에 휩싸여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법 집행이 엄격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는 인식이 아직도 사회에 팽배하다는 점이다. 최근 민주노총 등 조직화한 집단의 불법에 경찰과 검찰은 관대한 태도를 보여왔다. 사람을 때려도 잡아가지 않았다. 법치주의가 흔들리면 공동체 질서가 무너진다. 목소리 큰 사람들이 법을 우습게 아는 곳에서 가장 크게 피해를 보는 사람은 윤 후보자가 말했듯이 사회적 약자들이다.
 
윤 후보자 스스로 중립과 엄정을 강조했다. 그가 지금 검찰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안다고는 볼 수 있다.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뒤 그의 다짐이 계속 지켜지길 바란다. 어제 청문회에서 윤 후보자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의 사적 회동이 논란이 됐다. 윤 후보자는 왜 이런 만남에 언론과 국민이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윤 후보자를 비롯한 검찰 간부들이 일거수일투족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정치 검찰’이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다.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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