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현 논설위원
#.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90% 이상이 민간 병원이어서 공공성이 약하고 환자 유치 경쟁이 심하다. 건강검진이 시장에 맡겨져 과다진단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글이 올라왔다. 국가 차원에서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1차 의료를 강화하고 과잉진단, 대형병원 쏠림, 환자의 소외감 등을 개선하자는 일부 의사들의 주장이다. “‘의료’라는 넓고 위험한 정보과학기술의 바다 앞에서 타야 할 배와 목적지를 정해야 할 때, 개인이 위험부담을 안고 결정을 한다”(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는 지적엔 설득력이 있다. 물론 허점이 있겠지만, 병원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게 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불굴의 산티아고도 한국 대형병원에선 번호표를 손에 쥔 채 패배(defeated)했을지 모른다.
명의들이 모인다는 ‘큰 병원’은 어쩌다 불평불만의 공간이 됐을까.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할 길은 냉대뿐이었을까. 의술과 인술은 공존할 수 없는가. 최고 인재가 고교부터 ‘의대 입시 사관학교’로 몰린다는 시대에 진지하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김승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