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상에 오른 해외 소스

# 회사원 황수진(여·32)씨는 지난해 여름 인도네시아 발리에 가서 나시고랭 맛에 푹 빠졌다. 하지만 국내에선 맛보기 어려웠다. 식당도 멀어 찾아가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얼마 전 마트에서 나시고랭 소스를 시식하게 돼 해외 소스를 종류별로 구입해 집에서 중국 마라탕과 태국 팟타이·팟씨유를 만들어 먹었다.
# 고윤진(여·29)씨는 3년 전 친구 소개로 훠궈의 맛에 눈을 떴다. 훠궈 전문점에서 세 명이 먹으면 식사비가 12만원가량 들어 부담스러웠다. 고씨는 지난달 훠궈 전용 ‘반반냄비’를 사고 육수 소스와 땅콩 소스는 쇼핑몰에서 주문했다. 주말이 되면 집에서 친구나 가족과 훠궈·마라탕·마라샹궈와 칭다오 맥주를 즐긴다. 고씨는 “집에서 해먹으면 훠궈 3~4인분에 식재료비가 총 4만원이 채 들지 않는 데다 맛도 전문점 못지않다”고 언급했다.
해외 소스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6월 1~30일) G마켓에선 마라 소스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35%, 굴소스는 116% 팔렸다, 쓰유소스(5%)·스리라차소스(42%)·피시소스(2%)도 판매량이 소폭 증가했다. 티몬에선 최근 3개월(4월 1일~6월 30일)간 마라 소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배 뛰었다. 마켓컬리에선 이금기·하이몬·후이펑·소라치·마마리 등 해외 유명 소스 상품군의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9% 증가했고, 후이펑의 베트남식 칠리 소스인 닭표 스리라차 소스의 매출액은 322%나 뛰었다. 중화요리의 주요 소스인 굴소스도 고속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업 닐슨에 따르면 국내 굴소스 시장은 2016년 1909t(소비자가 기준 212억8700만원)에서 지난해 2303t(251억300만원)으로 3년 새 20.6% 증가했다. 홍콩의 유명 굴소스 브랜드인 이금기는 1996년 오뚜기를 통해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래 지난해까지 연평균 매출액이 해마다 3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음식 맛본 해외여행객 증가
닐슨에 따르면 국내 소스 시장 규모는 2016년 1644억원에서 지난해 1876억원으로 3년간 14% 이상 성장했다. 이 중 동양권 소스 시장은 최근 3년 동안 평균 30% 이상 성장가도를 달려 지난해 약 300억원대 시장을 형성했다. 대상의 ‘청정원 고메레시피’, 매일유업의 ‘상하목장 슬로우키친’, 풀무원의 ‘찬마루’ 등 식품업계는 저마다의 브랜드·제품을 론칭하며 앞다퉈 동서양권 소스를 선보였다. 이제중 대상 청정원 소스팀 차장은 “번거로운 준비 과정이 필요 없이 소스 하나로 요리의 즐거움에 맛있는 한 끼까지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샘표는 지난달 아시안 소스 브랜드 ‘티아시아키친’을 론칭하고 하노이(쌀국수 소스), 발리(나시고랭 소스), 방콕(팟타이·팟씨유 소스) 등 동남아 도시 요리를 소스로 구현했다. 제품 개발을 위해 샘표 연구진은 동남아 곳곳의 레스토랑 50여 곳과 마트 등에 발품을 팔며 현지 식재료부터 요리, 레시피를 조사·연구했다. 태국의 유명한 왕실 요리 레스토랑의 피수티삭 부라나싱 셰프가 지난해 10월 샘표 티아시아키친 소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K-소스로 밥해 먹는 외국인 늘어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