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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879억짜리 새마을공원이 적폐?

중앙일보 2019.07.09 00:02 종합 16면 지면보기
지난해 11월 경북 구미시에 문 연 새마을운동 테마파크 전경. [사진 구미시]

지난해 11월 경북 구미시에 문 연 새마을운동 테마파크 전경. [사진 구미시]

경북 구미 시내를 지나 박정희로(路)155에 접어들면 넓은 잔디광장과 나무들 사이로 주황색과 흰색으로 마감된 건물들이 보인다.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이다. 축구장 35개와 맞먹는 24만7350㎡에 전시관·연수관 등으로 꾸며져 있다.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개장 반년이 넘었지만, 테마공원은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한산하다. 테마공원의 핵심이라 할 3층 높이의 새마을전시관 역시 관람객이 별로 없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부족한 탓이다. 전시물이라곤 새마을운동 벽보와 사진, 영상물 정도다. 자전거 타기, 종 치기 같은 체험시설도 있지만 역시 흥미를 끌지 못한다.
 
이 테마공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4년 착공됐다. 새마을운동에 큰 힘을 쏟아온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라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같이 큰돈을 들였다.
 
국비 293억원, 도비 156억원, 부지 매입비(275억원)를 포함해 시비 430억원 등 모두 879억원이 투입됐다. 물론 관리·운영비도 꼬박꼬박 나간다. 올해 예산만 20억원 수준이다.
 
새마을 벽보 등 기록물이 전시돼 있다. [김윤호 기자]

새마을 벽보 등 기록물이 전시돼 있다. [김윤호 기자]

900억 가까운 돈을 들여 만든 테마공원은 지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볼거리·놀거리가 제대로 없는 데다 관리 운영도 제대로 안되면서다. 인터넷으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을 찾아보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어떤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소개하는 홈페이지조차 없다.
 
이렇다 보니 하루 평균 이용객은 170명 남짓. 개장일인 지난해 11월 1일부터 5월 말까지 테마공원을 찾은 전체 이용객(전시관 입장객 기준) 3만5969명을 나눠서 계산한 숫자다.
 
지역에서는 이런 운영·관리 부실을 정권 교체와 연결지어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보수 성향 정권이 계속됐으면 이리 관리했겠느냐는 거다. 지난해 6·13선거에서 당선된 장세용 구미시장도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누구 눈치를 보는 건지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서로 테마공원 운영을 미루는 운영권 다툼도 있었다. 경상북도 측은 “구미에 있는 공원 시설이고, 시비도 들어갔으니, 구미가 운영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구미시는 “공원 공사를 주도한 게 경상북도이고, 관리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도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수백억 원짜리 시설을 둘러싸고 ‘폭탄 돌리기’를 한 셈이다. 코미디 같은 일이다. 결국 2020년까지는 구미시가, 이후엔 경상북도가 운영권을 가지기로 합의했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수백억원을 들여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같은 시설을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나 몰라라 하고 사실상 방치하는 건 더 큰 문제다.
 
비판이 일자 최근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각각 25억원씩을 더 내 테마공원 콘텐트를 보강하기로 했다. 건립비에 관리·운영비 여기에 새로운 콘텐트 보강비를 합치면 1000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말 그대로 세금 먹는 하마다.
 
일각에서는 구미시나 경북도가 지금까지 해온 거로 보면 콘텐트 보강이 ‘시늉’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리 운영에 문제는 없는지, 콘텐트 보강은 제대로 하는지 해당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 정부 차원의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더는 세금만 먹는 시설이 되도록 둬서는 안 된다.
 
김윤호 내셔널팀 기자

김윤호 내셔널팀 기자

김윤호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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