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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흔들린다" 잠원동 붕괴 20분 전 관계자 단톡방에 올라온 메시지

중앙일보 2019.07.08 23:41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사역 인근의 5층 건물 외벽이 붕괴돼 소방대원들이 건물에 깔린 인명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사역 인근의 5층 건물 외벽이 붕괴돼 소방대원들이 건물에 깔린 인명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와 관련해 사고 전 현장 관계자가 '이상 징후'를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을 경찰이 포착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서초경찰서는 사고 직전인 지난 4일 오후 2시 쯤 건축주, 공사 현장 관계자 등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건물이 흔들리는 징후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철거 현장에 있던 건축사 관계자는 단체 대화방에 "건물이 기울어져 있고, 흔들리는 것 같다", "비계(임시가설물)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에 어느 누구도 답하지 않았고, 구청이나 소방당국에 붕괴 위험성을 알리지도 않았다. 사고는 해당 단체 대화방에서 위험 징후가 언급된 지 약 20분 뒤에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체 대화방에 철거업체 관계자나 현장소장은 없지만 건축업체 관계자가 현장을 자주 드나들며 철거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와 관련해 중요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은 이 단체 대화방을 바탕으로 건축주 등 공사 관계자들이 건물 붕괴 징후를 알고도 별다른 안전조처를 안 했는지를 면밀히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건축주는 이 단체 대화방 메시지와 관련해 당시 업무 중이라 메시지를 보지 못했고, 평소에도 대화가 활발하게 오가는 방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당시 공사현장에는 철거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를 감시할 철거 감리인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철거 감리인이 상주해야 한다는 건물 철거 심의를 지키지 않은 셈이다. 사고 당일 감리인의 친동생이 감리 보조인 자격으로 현장을 지켰다고 진술했지만, 감리인의 동생은 감리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오후 2시23분쯤 서울 강남구 잠원동의 한 건물이 철거 작업 중 붕괴했다. 건물이 붕괴하며 인접도로에서 신호 대기중이던 차량 3대를 덮쳤고, 이 사고로 1 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서초구가 사고 당일 전문가에게 의뢰한 1차 기초 조사에 따르면 철거 때 설치돼야 하는 잭 서포트(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은 것이 붕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고 이튿날인 5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이 참여한 합동 감식에서는 철거 작업 중 가설 지지대나 1∼2층의 기둥과 보 등이 손상돼 건물이 붕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감식팀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만간 2차 합동 감식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은 관련자들을 조사해 안전 관리 소홀 등의 책임이 드러나면 형사 입건한다는 방침이다. 서초구도 이날 건축주와 시공업체, 감리자를 고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현장소장과 인부 등 공사 관련자 9명을 조사했다"며 "앞으로 합동 감식 결과를 분석하고 추가 조사를 거쳐 사고 원인을 명백히 규명하는 등 수사를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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