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직사회 반바지 문화 확산될까…수원시청서 열린 반바지 패션쇼

중앙일보 2019.07.08 18:08
섭씨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이어진 8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시청 1층 로비. 흥겨운 음악과 함께 남녀 모델들이 런웨이를 누볐다. 위에는 넥타이에 정장 재킷, 남방, 잠바, 티셔츠 등을 입었지만 아래 옷은 하나같이 반바지였다. '즐거운 반바지 패션쇼'다.  
 
모델은 수원시 공무원(12명)과 수원시 소속 조정·배구단 선수(10명)들. 능청스럽거나 수줍게 포즈를 취하며 런웨이를 걸을 때마다 객석에선 환호성과 함께 "멋있다", "귀엽다" 등의 응원이 쏟아졌다. 자천, 타천으로 선발된 모델들은 2차례 정도 연습을 한 뒤 무대에 섰다고 한다.
 
모델로 등장한 이상균 수원시 언론담당관은 "30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반바지를 처음 입어봤다"며 "나도 입었으니 다른 공무원들도 반바지 착용을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린 '즐거운 반바지 패션쇼' 모습. 재킷과 반바지를 매치해 정장 스타일로 꾸몄다.[사진 수원시청]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린 '즐거운 반바지 패션쇼' 모습. 재킷과 반바지를 매치해 정장 스타일로 꾸몄다.[사진 수원시청]

 
시장부터 반바지 출근 
이날 패션쇼는 수원시가 반바지 복장 정착을 독려하기 위해 마련했다. 지난해 8월 시청 공무원노조 익명 게시판에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싶다"는 익명 글이 올라왔다. 공공기관은 실내온도를 섭씨 28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다 보니 이 글에 동조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수원시는 공무원들에게 대대적으로 반바지를 권장했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것은 물론 공식행사에도 참석했다. 이후 수원시는 다른 10개 지자체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대표적인 '반바지' 지자체가 됐다.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린 '즐거운 반바지 패션쇼' 모습 [사진 수원시청]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린 '즐거운 반바지 패션쇼' 모습 [사진 수원시청]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린 '즐거운 반바지 패션쇼' 모습 [사진 수원시청]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린 '즐거운 반바지 패션쇼' 모습 [사진 수원시청]

하지만 보수적인 공직사회에선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반바지 차림은 품위가 떨어진다"는 시각이 여전했다. 일부 공무원은 출·퇴근 때는 반바지를 입었지만, 사무실에선 긴바지로 갈아입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수원시청에서 반바지를 착용한 공무원은 전체 공무원의 10~20% 정도였다고 한다. 
수원시 행정지원과 정무정 주무관은 "젊은 공무원들은 반바지를 반기고 즐겼지만,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는 공무원들은 '남사스럽게 무슨 반바지냐'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특히 민원인을 많이 만나고 직접 상대하는 부서 직원들이 반바지를 부담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부정적 시선도 여전  
이는 수원시만의 일이 아니다. 2012년 서울시가 처음 반바지를 허용하면서 올해부터는 경기도와 경남 창원시, 부산시 등으로 퍼지고 있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패션쇼를 관람한 김모(73)씨는 "공무원이면 공무원답게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핀잔했다.  
 
이날 패션쇼는 이런 반바지에 대한 편견을 덜기 위해 마련됐다. 무더운 여름철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복장으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정장·근무복·체육대회·단합대회 등 4가지 반바지 스타일을 제안했다.

패션쇼를 총괄 기획한 수원여대 김경아 교수(패션디자인학과)는 "정장이나 근무복은 격식을 차리면서도 시원하게 액세서리 등을 사용해 스타일링했고, 체육대회와 단합대회는 활동적이면서도 가볍게 입을 수 있는 반바지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반바지 패션쇼 무대에 선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과 조명자 수원시의회 의장(왼쪽) [사진 수원시]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반바지 패션쇼 무대에 선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과 조명자 수원시의회 의장(왼쪽) [사진 수원시]

 
패션쇼 말미엔 염태영 수원시장과 조명자 수원시의회 의장도 무대에 섰다. 둘 다 수원시를 상징하는 수원청개구리 모양의 헬멧을 쓰고, 반바지를 입고 등장해 박수를 받았다.
염태영 시장은 "반바지가 예의에 어긋나고 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며 "반바지 혁신이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에 변화를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이번 패션쇼를 계기로 반바지를 착용하는 공무원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해 반바지 착용을 허용 후 내부 만족도가 높았고, 시민들도 응원과 지지를 많이 보내줬다"며 "이번 패션쇼를 시작으로 공무원의 반바지 착용이 작년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