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도체 업계 위기가 환경규제 탓? 환경부 이례적으로 발끈

중앙일보 2019.07.08 17:35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반도체 업계에서 '환경규제'를 지적한 데 대해 환경부가 반박 보도문을 내놨다. (위 반도체 공장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 없음)[사진 삼성전자]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반도체 업계에서 '환경규제'를 지적한 데 대해 환경부가 반박 보도문을 내놨다. (위 반도체 공장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 없음)[사진 삼성전자]

“이번 반도체 소재 수급 문제는 근본적으로 한·일 외교관계에서 비롯된 건데, 왜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탓으로 돌리나.”

 
일본의 수출 규제로 재료 수급 위기에 처한 반도체 업계에서 ‘환경 규제 때문에 일본 의존도가 높다’고 주장한 데 대해 환경부가 유례없이 단호한 반박을 내놨다.
환경부는 8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어려움을 환경 규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 안전의 중요성을 방기(放棄)하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날 자료에는 통상 보도 내용 요약에 간단한 입장만 더해 배포하던 그간의 환경부 자료와 비교하면 강경한 입장이 담겼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사에 언급된 '보고서'에서도 화관법이 언급된 부분은 딱 두 줄뿐”이라며 “보고서 자체에서도 불화수소 국산화가 어려운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고 있는데, 많은 기사가 ‘화관법이 문제’라는 식으로 마무리를 한 건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3쪽짜리 보고서에서 환경규제가 언급된 부분 '공장 건설의 어려움 -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환경 규제가 심해짐'이 전부다.
 
"국내 업계에서 생산 포기 권유도"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대응방안 검토' 보고서 일부. 3쪽짜리 보고서 중 '환경규제'를 언급한 부분은 붉은색 사각형 안이 전부다.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제공]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대응방안 검토' 보고서 일부. 3쪽짜리 보고서 중 '환경규제'를 언급한 부분은 붉은색 사각형 안이 전부다.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제공]

이날 환경부가 반박한 기사들은 지난 7일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가 발표한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대응방안 검토』보고서를 인용했다. 연구회는 SK하이닉스 전무 출신 노화욱 회장과 반도체 학계‧산업계 관계자와 법인회원 등으로 구성돼있다.

 
연구회는 보고서에서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환경 규제가 강화돼, 고순도 불화수소는 국내 생산이 쉽지 않다"며 “국내 한 업체가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 자체 생산을 검토했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측이 ‘환경 규제로 생산이 어려우니 포기하라’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도 “환경 규제와 반도체업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소극적 대응 등으로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 기준 지켜도 생산할 수 있다"
일본이 강화한 수출규제를 적용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선 소재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본이 강화한 수출규제를 적용하면서 반도체 업계에선 소재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나 환경부는 "화관법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만이 아니라 모두가 공평하게 적용받는다. 이번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한일 외교 문제 때문인데, 왜 모든 걸 규제 탓으로 돌리냐"며 반발했다.

환경부는 "화관법은 화학 사고의 발생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필수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라며 “많은 사업장이 안전 관리를 제대로 이행하면서도 생산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환경부는 보고서를 역인용해 “불화수소 국산화 저해 요인으로 '제조사 자체의 기술적 한계', '자체 생산 시 높은 가격', '반도체 업계의 소극적 대응' 등 복합적 원인이 제시됐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특히 2015년 화관법 전면 개정 이후에도 공장 신‧증설 등으로 영업허가를 받은 사업장은 78.4% 증가했지만, 화학사고는 41.5% 감소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 측도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여러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 보고서인데, ‘환경규제’ 부분만 너무 부각된 측면이 있다”며 “그간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장비‧부품‧소재 등 반도체 후방 산업계의 목소리를 짚어보자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