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노한 트럼프 "영국에 도움 안 돼"…주미영국대사 정면 비판

중앙일보 2019.07.08 15: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뉴저지에서 워싱턴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자신을 비난하는 외교 전문을 보낸 킴 대럭 영국 대사에 대해 "우리는 그의 열혈 팬이 아니다. 대사는 영국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뉴저지에서 워싱턴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자신을 비난하는 외교 전문을 보낸 킴 대럭 영국 대사에 대해 "우리는 그의 열혈 팬이 아니다. 대사는 영국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에 대해 “우리는 그 사람의 열혈 팬이 아니다”라고 사실상 불신임하는 발언을 했다. “그 대사는 영국에도 제대로 봉사를 못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다. 킴 대럭 대사가 영국 정부에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어설프고 서툴며, 불안을 조장한다”고 혹평한 2년 치 외교 기밀 전문이 이날 데일리 메일에 통째로 유출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미국의 최고 동맹국인 영국 대사가 미국 대통령을 비난한 내용이 유출되고, 미국 대통령이 해당 영국대사를 공개 혹평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외교 문서 유출에 미국 대통령이 발끈했는데 정작 영국 정부에선 “솔직하고 정직한 보고는 대사의 직무”라는 반응이 나오며 양국 관계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영국대사, 본국 보낸 외교문서 유출 파문
트럼프 "그 사람 팬 아니다" 사실상 불신임
英 정부 "정직한 보고가 대사 임무" 두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럭 대사에 대한 반응을 묻는 기자들에게 “나는 아직 그것을 보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알다시피 우리는 한두 개 나라와 우리의 자세한 속내를 조금은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대사는 영국을 위해 잘 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뒤 “우리는 그 사람 열혈 팬이 아니고, 그는 영국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나는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말은 할 수 있지만 신경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대사를 사정없이 강타했다”고 전할 정도로 불쾌한 심정을 전혀 숨기지 않은 셈이다.
 
킴 대럭 주미 영국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어설프고 서툴다. 트럼프가 불안을 조장한다"는 내용의 본국에 보낸 외교 전문을 데일리 메일이 입수해 공개했다.[AP=연합뉴스]

킴 대럭 주미 영국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으로 어설프고 서툴다. 트럼프가 불안을 조장한다"는 내용의 본국에 보낸 외교 전문을 데일리 메일이 입수해 공개했다.[AP=연합뉴스]

앞서 데일리 메일이 7일 일요판에서 공개한 킴 대럭 대사의 본국에 보낸 외교 전문 가운데 가장 자극적인 내용은 마크 시드윌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에 보낸 2017년 7월 22일 자 트럼프 행정부 150일 평가 서한에 담겼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6페이지짜리 문건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주재한 내각회의 보고용으로 작성돼 제한된 수의 고위 관료에게만 배포됐고, 공개될 경우 민감한 정보가 담겨 있다는 취급 주의(Official Sensitive) 도장까지 찍혀 있었다고 한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이 7일 킴 대럭 주미 영국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서툴다고 했다"는 기밀 외교전문을 입수해 보도했다.[트위터]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이 7일 킴 대럭 주미 영국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서툴다고 했다"는 기밀 외교전문을 입수해 보도했다.[트위터]

대럭 대사는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가짜 뉴스라고 일축한 백악관의 칼싸움, 잔인한 내분과 혼돈에 관한 언론 보도는 대부분 사실”이라며 “복수의 백악관 내부 소식통들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불명예와 몰락을 향한 하향곡선의 시작점에 있을 수 있다”며 “대선 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공모 의혹에서도 최악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는 또 “이 행정부가 결코 유능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 행정부가 더 정상적이고, 덜 예측불가능하고, 덜 분열되고, 외교적으로 덜 어설프며, 덜 서투르게 될 것이라고는 정말 믿지 않는다”고 했다. “지구 상에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을 조장한다”라고도 했다.  
 
대럭 대사는 하지만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 출정식 직후인 6월 20일자 전문에선 트럼프가 재선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틀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 올랜도 암웨이센터에서 2만 지지자를 열광시켰다”며 “새로운 정책은 없었지만, 군중들은 더 행복해 보일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트럼프에겐 여전히 믿을 만한 (재선의) 방도가 있지만, 내년 7월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틀 뒤 같은 달 22일 자 전문에선 “미국의 대이란 정책이 조만간 일관성이 있게 될 것 같지 않다”며 “이는 분열된 정부”라고 했다.  
 
이런 외교 기밀 유출사태에 영국 외교부는 “유출은 해로운 행동”이라면서 “일반 국민은 외교관에게 주재 국가의 정치 상황에 대한 정직한 평가를 기대한다”고 옹호했다. 제러미 헌트 외교부 장관도 “전문은 대럭 대사의 개인적 견해며 영국 정부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영국 대사의 직무는 솔직한 의견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도 “유출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영국은 대사들이 진실을 말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야당 당수인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 당 대표는 트위터에 “킴 대럭은 그 자리에 완전히 부적합하다. 그가 빨리 떠날수록 더 낫다”고 해임을 요구했다.
 
대럭 대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직후 트위터에 친구인 패라지(당시 영국독립당 대표)가 "대사직을 훌륭하게 해낼 것”이라고 올려 사실상 대럭 대사의 교체를 주문했다. 그러자 당시 영국 총리실이 곧바로 “대럭 대사를 영국 정부가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