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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 닮고 싶어한 문명' 에트루리아 유물 '3000년만의 외출'

중앙일보 2019.07.08 15:14
반트. 망자의 사후 세계 여정을 호위했다는 에트루리아의 신이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반트. 망자의 사후 세계 여정을 호위했다는 에트루리아의 신이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금언은 일반적으로 로마제국이 오랜 시간 끝에 형성됐듯 어떤 일을 조급히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로 통한다. 더불어 이렇게 살짝 바꿔 이해해 봐도 좋겠다. ‘로마 이전에 로마를 있게 한, 문명의 주춧돌이 있었다.’ 오는 9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에트루리아 문명이 그 중 하나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10월27일까지
그리스·로마 지중해 문명 뿌리 이해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언론공개회에 모자 상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특별전은 고대 지중해 문명의 한 축이었던 에트루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로 신전 페디먼트, 청동상, 석상 등 300여 점이 전시된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언론공개회에 모자 상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특별전은 고대 지중해 문명의 한 축이었던 에트루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로 신전 페디먼트, 청동상, 석상 등 300여 점이 전시된다. [연합뉴스]

에트루리아는 현대 이탈리아 중북부(토스카나 일대)를 중심으로 기원전 900년부터 천년 가까이 지속된 고대 국가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을 가리켜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했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로마제국 이전에 수준 높은 문화 성취를 이뤘다. 로마가 확장하면서 에트루리아는 군사적으로 정복됐지만 그 문화의 흔적은 고스란히 이어졌다. 포장도로, 광장, 수로시설, 대규모 사원 등 도시 외관은 물론 종교적 영역과 권력의 상징들도 상당 부분 ‘닮은 꼴’이다.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본격적인 에트루리아 소개로는 국내 처음이다. 기원전 3세기 말 불치 신전의 페디먼트(건축물 정면 상부에 있는 삼각형의 벽)와 기원전 7세기 군 통솔자가 사용했던 전차 등 300여점이 선보인다. 특히 추모용 조각상인 ‘모자(母子) 상’은 이탈리아 볼테라 지역 밖으로는 처음 외출한 것이다. 
전체 5부로 구성된 전시장의 입구에서 관객을 맞는 이는 '반트'. 망자의 사후 세계 여정을 호위했다는 에트루리아의 신이다. 3000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는 무덤 부장품과 유골함, 제사용품 등 이번 전시회를 가로지르는 '삶과 죽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마지막 5부에선 로마제국 시기 유물도 나란히 배치해 에트루리아와의 연관성을 실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작가 D.H.로렌스는 "편안함, 자연스러움, 그리고 삶의 풍요로움"이라며 에트루리아의 가치를 찬양했다. 그가 1932년 집필한 『에트루리아 유적 기행기』에서 추출한 시적인 구절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감상을 돕는다. 토스카나 현지의 풍경과 에트루리아 유적지 발굴 터, 무덤 속 벽화 등도 디지털 영상으로 준비돼 현지를 여행하는 듯한 느낌도 살렸다.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가 묘사된 장식판. 불치 신전의 페디먼트를 장식했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디오니소스와 아리아드네가 묘사된 장식판. 불치 신전의 페디먼트를 장식했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기동 관장은 “한반도의 청동기‧철기 문화와 비슷한 시기의 지중해 유물들”이라면서 “서양 현대사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로마 문명의 뿌리와 깊이를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여름‧겨울 기획전시는 연초부터 학습지 교사들이 미리 문의‧예습할 정도로 교육 탐방 기회로 인기가 높다. 특히 박물관 자체 집계에 따르면 세계 문명 시리즈는 2008년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누적 관람객이 200만명을 훌쩍 웃돈다. 이번 전시는 ‘그리스의 신과 인간’(2010), 이집트 문화(2009, 2016), 그리스 문화(2010), 로마 문화(2014) 연장선상에서 고대 지중해 문명의 기원을 들여다본다. 10월 27일까지.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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