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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영상이 ‘오빠’의 본 모습” 베트남 네티즌, 폭력 남편에 분노

중앙일보 2019.07.08 14:43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 A씨가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 A씨가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영암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남성의 영상이 온라인에 게시된 뒤 베트남 네티즌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남성들 가부장적…가정폭력 빈번해”

 
7일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와 징 등 현지 언론들이 문제의 영상에 대해 보도하자 베트남 네티즌들은 “모든 한국인이 박항서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한국 남성들은 편협하고 가부장적이며 베트남 여성을 무시한다. 한국에서 가정폭력은 빈번한 일이다”고 꼬집었다.
 
베트남 출신 아내가 맞으며 “오빠”라고 남편을 부르는 것을 보고 몇몇 네티즌들은 “많은 베트남 소녀들에게 ‘오빠’는 아이돌인 줄 알았는데…”, “저 영상이 ‘오빠’의 본모습”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맞고 있는 여성 옆에서 울고 있는 2살 아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은 베트남 여성이 낳은 자식에 대해 동정심을 가진 나라가 아니다. 그들의 아이가 어떻게 자라게 될지 정말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이는 “아기는 그 옆에 서서 공포에 질려 울고 있다. 매질이 끝난 후 여성이 처연하게 아기를 안아 올렸다”며 남성에 큰 벌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폭력을 휘둘렀다’는 남성의 말에 “왜 당신이 베트남어를 배워 소통할 생각은 하지 않았느냐”며 비판한 이도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이 이른바 ‘박항서(감독)의 나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번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모든 한국인이 박항서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남편의 인권 교육, 가정 폭력 방지 교육 필요” 
베트남 이주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한국인 남편. [뉴스1]

베트남 이주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한국인 남편. [뉴스1]

 
국내에서도 베트남 아내를 폭행한 남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왕지연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회장은 “이런 일은 저희 주변에서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며 “가끔 저한테 얼굴에 피가 묻은 사진을 보내는 이주 여성도 있다. 신체적 폭행이 아니더라도 정서적인 학대로 고통받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신고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이주 여성들이 신고하는 절차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2~3차 가해가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거나 신고해도 철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덧붙였다.
 
왕 회장은 “2차, 3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대안이 없다”라며 “이주 여성에 대한 동정심보다는 제대로 된 울타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주 여성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남편들에게도 인권 교육, 가정 폭력 방지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 공유된 영상은 폭행을 당한 여성이 직접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A(36)씨를 긴급체포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일 전남 영양의 자택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 B(30)씨가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주먹과 발, 소주병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상습 폭행 혐의 적용 여부를 두고 A씨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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