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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성 무차별 폭행 남편 "맞을 짓 해서 때렸다"

중앙일보 2019.07.08 11:54
베트남 이주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한국인 남편. [뉴스1]

베트남 이주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한국인 남편. [뉴스1]

두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 A(30)씨를 무차별 폭행한 한국인 남편 B(36)씨가 경찰에 "맞을 만한 짓을 해서 때렸다"고 말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B씨는 경찰에 긴급 체포된 이후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죄책감은 느끼지 않고 있다. B씨는 A씨가 평소 자신에게 말대꾸를 하고 살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맞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B씨는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찰 호송차를 타고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도착해 "(아내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며 "그것 때문에 감정이 쌓였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지난 6일 A씨와 같은 베트남 출신 지인이 '베트남 아내 폭행'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세간에 알려졌다. A씨 지인은 게시물에 베트남어로 "한국 남편과 베트남 부인 모습. 한국 정말 미쳤다"고 적었다. 
 
2분 33초 분량의 영상에는 웃통을 벗은 B씨가 A씨의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모습이 담겼다. A씨가 머리를 감싼 채 거실 구석에 웅크려도 B씨는 머리와 옆구리 등을 주먹으로 사정없이 때렸다. B씨는 때리는 내내 'XX새끼야' 등 욕설을 퍼부으며 "음식 만들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여기 베트남 아니라고 했지?" "치킨 와, 치킨 먹으라고 했지?"라고 윽박질렀다. 기저귀를 찬 아들이 A씨 옆에서 "엄마, 엄마"하며 울음을 터뜨렸지만 B씨는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A씨 곁을 지키던 아들도 B씨의 폭력이 거세지자 자리를 피해 달아났다. B씨가 폭행을 멈추자 A씨는 아들부터 품에 안고 엉덩이를 토닥이며 달랬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지난 5일 오전 8시 7분 "친구(A씨)가 집에서 남편에게 맞았다"는 A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 이튿날(6일) 특수상해·아동학대 혐의로 B씨를 긴급 체포하고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쯤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A씨를 소주병으로 폭행하고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혐의, 아들에게 정서적 충격을 안긴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경찰에서 "아내를 때린 건 맞지만 소주병으로는 때리지 않았다"며 "술에 취해 페트병으로 때린 건 기억 난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현재 전치 4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B씨의 폭행은 상습적으로 이뤄졌다. B씨는 지난 3월 말 차 안에서도 A씨를 때렸다. A씨는 경찰에서 "그 전에도 남편에게 계속 맞아 (사건 당일) 아들 가방을 치우는 척하면서 내 휴대전화를 가방에 꽂아 침대 맞은편에 세워뒀다"고 진술했다. A씨는 또 "평상시에도 남편이 때릴 듯이 많이 위협했다"며 "남편이 화가 나면 무조건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싹싹 빌었다"고 말했다고 경찰 측은 밝혔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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