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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대진 "한 장애인의 바흐 연주가 나를 바꿨다"

중앙일보 2019.07.08 08:00
피아니스트이면서 지휘자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교수. 15~18일 열리는 '2019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에서 클래식 음악감독을 맡았다. 김상선 기자

피아니스트이면서 지휘자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교수. 15~18일 열리는 '2019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에서 클래식 음악감독을 맡았다. 김상선 기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장애인의 음악적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작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서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지도

김대진(57)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이 장애인 음악 교육을 위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오는 15~18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2019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에 클래식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발달장애인들의 음악 멘토 역할을 할 예정이다. 그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손열음·문지영 등을 키워낸 스승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다.
 
올해 7회를 맞이하는 이 행사는 ‘2013 평창 스페셜올림픽 동계대회’의 유산 사업으로 음악과 미술을 통해 전 세계 발달장애인들의 잠재력을 발달시키고 사회적 통합을 독려하도록 기획됐다. 올해는 '꿈을 향한 비상(Together We Fly)'이라는 주제 아래에 전 세계 20여 개국의 150여 명의 발달장애 예술인과 30여 명의 멘토, 자원봉사자 등 400여 명이 참여한다. 발달장애 예술인은 10~30대가 주축이다. 
 
행사 기간 동안 장애인들은 매일 멘토들에게 개별·합동 레슨을 받는다. 합동 레슨에는 팝 음악감독을 맡은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노영심도 그와 함께 참여한다. 매일 저녁에는 참가자들이 소규모로 참여하는 콘서트가 열리고 행사 마지막 날에는 가장 큰 규모의 합동 공연이 열린다. 한복 입기 등 한국 문화 체험과 미니 스페셜 올림픽 등도 마련돼 있다.
 
그가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발달장애인들의 폐막 합동 연주다. 숙달자 35명과 입문자 17명이 각각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과 파헬벨의 ‘캐논’ 등을 연주한다. 연주곡은 장애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편곡된 것들이다. 그는 "음악을 하는 장애인들은 혼자 레슨을 받고 혼자 연주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오케스트라 연주를 한다는 게 흔한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소중한 무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예상되는 난관도 많다. 그는 "아무래도 학생들이 집중력이 짧다 보니 장기간 훈련이 이뤄지기 어렵고 공연 도중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행사 한 달 전부터 학생들에게 악보를 나눠주고 충분한 연습을 하도록 했다. 그동안 두 차례의 합동 리허설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학생들의 평정심 유지를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1대 1로 배정돼 행사 기간 동안 24시간 함께 생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5~18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2019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에 클래식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교수. 김상선 기자

15~18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2019 국제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에 클래식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교수. 김상선 기자

 
그가 본격적으로 장애인 음악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한 학생의 연주를 듣고부터다. 5년 전 그는 우연히 한예종 부설기관인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남학생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됐다. 지적 장애와 시각 장애를 동시에 가진 이 학생은 일반인도 소화하기 어려운 바흐의 푸가를 암기해 연주했다.
 
"단순히 곡을 외우는 수준이 아니라 완벽하게 곡을 이해하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 학생을 통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장애인의 음악적 잠재력이 엄청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됐죠. 이후 자연스럽게 장애인 음악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장애인 음악 교육을 통해 얻는 보람에 대해서는 "비장애인은 결과에 초점을 두지만 비장애인은 과정에 좀 더 초점을 두게 된다"며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장애인 학생이 무대에서 무사히 곡을 완주했을 때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보람이 크다. 비장애인들이 콩쿠르에서 1등 할 때 못지않은 감동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장애인 음악 교육의 현주소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만큼 장애인 음악 교육에도 그들의 능력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과 시설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그래도 입시에서 장애인 특별전형이 생기는 등 여러 기회가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전했다. 
 
그가 추구하는 장애인 음악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꾸준함'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단기간에 구체적인 성과를 올리려 하기보다는 꾸준한 지원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 페스티벌 같은 행사 외에도 상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장애인들이 더불어 공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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