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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강요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낸 기업들, 못 돌려받나

중앙일보 2019.07.08 06:00
2016년 10월 26일 미르재단 사무실에서 수사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10월 26일 미르재단 사무실에서 수사관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앙포토]

K스포츠재단의 청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미르재단의 기업 출연금 462억원을 국고에 환수한 절차가 위법이란 지적이 나왔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에 미르재단 출연금을 국고로 귀속시킨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다. 

 
뇌물인지 강요에 의한 출연금인지 모르는데…이미 국고 환수
 
미르·K스포츠재단은 2015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았다.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뒤 정부는 2017년 3월 두 재단의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당시 문체부는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절차에 맞게 청산할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에 따라 재단 재산에 대한 처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기업의 출연금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인정한다면 형법상 몰수 규정과 재단 정관에 따라 기업 출연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반면 강요에 의해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재단 출연금을 낸 거라면 이는 범죄 피해금인 만큼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문체부는 지난해 4월 3일 각 기업이 미르재단에 출자한 금액 중 남은 462억원을 국고에 귀속했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사흘 전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2심 재판부는 삼성이 미르·K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220억2800만원의 제3자 뇌물죄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재단 출연금 강요는 유죄였다. 재판에 따르면 기업이 돌려받을 수 있던 돈을 국고로 환수한 것이다.

 
미르재단 기업 출연금 국고 귀속 조치는 범죄수익금 은닉일까
 
파산법 전문 A변호사는 미르재단 재산의 국고 귀속 조치가 범죄수익금 은닉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박 전 대통령에게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 강요죄가 적용된 만큼 출연금은 범죄수익금이고, 문체부가 이를 기업들에 돌려주지 않고 국고에 귀속한 것은 은닉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일간신문에 미르재단 청산에 대한 사실과 출연금을 찾아가라고 공고했는데 기업들이 돈을 찾아가지 않아 국고귀속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확인 결과 문체부가 공고를 낸 일간신문은 ‘서울일보’와 ‘한국경제’ 두 곳뿐이었다. 광고를 낸 기간도 짧았다. 각각 3일과 하루였다.  
 
문체부의 조치는 ‘청산인은 채권자에 대해 각각(개별적으로) 고지해야 하고 채권자를 청산으로부터 제외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민법 89조를 위반했을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의 견해다. A변호사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청산 절차를 진행하면 되는데 급하게 국고 귀속한 경위가 의문”이라며 “절차 역시 민법에 위배될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미르재단과 다른 절차…K재단의 출연금은 돌려받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K스포츠재단의 문패. 현재는 이 문패가 떼어져 있다.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K스포츠재단의 문패. 현재는 이 문패가 떼어져 있다. [중앙포토]

 
한편 지난달 초 본격적인 청산 절차에 들어간 K재단은 미르재단과 다른 절차를 밟고 있다. 40개 기업이 낸 설립 출연금 288억여원 가운데 230억원이 남아있는 K재단은 지난해 8월 40여개 기업에 개별적으로 청산절차를 안내하고 환수 의사를 물었다. 이에 삼성 4개 계열사와 SK 2개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34개 기업이 288억여원 중 166억원의 출연금을 돌려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같은 목적과 방식으로 설립된 두 재단의 청산 절차가 다른 이유는 뭘까. 문체부 관계자는 “K재단이 정부의 설립 허가 취소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는 바람에 재단 해산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이라며 “시간적 여유가 있어 기업들의 의사를 물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법원이 새롭게 임명한 K재단의 새 청산인은 재단 재산에 대한 법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또 다른 K재단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출연금을 기업에 돌려줄지, 국고에 환수될지 결정될 것”이라며 “혹시 기업에 돌려줄 때를 대비해 기업의 의사를 물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고에 환수된 미르재단에 대한 출연금을 기업들이 돌려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대법원 판결에 따라 K재단 출연금이 기업에 반환될 경우, 미르재단의 출연금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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