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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지 말자" 심상치 않은 이유…사드 학습 효과?

중앙일보 2019.07.08 05:00
네이버 카페 '스사사'에 한 이용자자 '일본여행 취소' 인증 사진을 올렸다. [사진 네이버 '스스사' 캡처]

네이버 카페 '스사사'에 한 이용자자 '일본여행 취소' 인증 사진을 올렸다. [사진 네이버 '스스사' 캡처]

"일본 안 가겠다." 
한국인의 '일본 보이콧'이 심상치 않다. 지난 2일 아베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에 따른 소비자 행동이 격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20대 여성 직장인 고(28)모씨는 "평소 해외여행 갈 때 애국심까지 고려한 적은 없었지만, 이런 분위기에 굳이 일본 갈 필요가 있나 싶다"며 "가성비를 따져도 항공료만 싸지 나머지는 태국·동남아가 낫다. 위약금이 있지만 취소하고 다른 데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페 '스사사(스마트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지난 수일 동안 "일본 여행 취소했다"는 소비자 글이 적잖이 올라왔다. "예약한 후쿠오카 비행기 티켓을 손해 보고 취소했다", "삿포로 여행 취소했고 대신 대만에 가겠다", "일본 취소하고 동해안 갈 계획" 등이다. 회원 수 15만명에 이르는 스사사는 가성비를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 커뮤니티로 유명하다. 짠 내 나는 소비자가 모인 커뮤니티에서조차 "손해를 감소하고 일본여행을 취소했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일본여행 보이콧이 실제 일본여행 감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아직은 평소와 다름없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예약 취소가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의)독도 발언 등 외교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줄어든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방일 한국인 여행객은 최근 10년 동안 지속 증가했다.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전경.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전경.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지난 수년간 일본여행 수요는 20·30세대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특히 20~30대 여성이 주도했다. 일본 법무성 출입국통계 '입국 외국인 연령·성별'에 따르면 2017년 방일 한국인 여행객 중 20~30대 여성은 177만 명으로 전체(740만명)의 24%를 차지했다. 2016년(132만명)에 비해 34% 증가한 수치다. 일본 여행이 최고조에 이른 지난해의 경우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엔 독도 망언과 다를 수 있다는 시각이다. 독도 망언은 연례행사에 가까울 만큼 늘 있었지만, 이번엔 아베 정부가 정치적 갈등을 경제보복으로 돌렸다는 점에서 한국 소비자의 공분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SNS에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글이 넘쳐난다.
 
일각에선 2017년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따른 보복으로 '한국여행 금지'를 한 때부터 쌓인 반감이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양국 간 정치·외교 갈등이 경제로 불붙었다는 점에서 둘은 일맥상통한다. 당시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WTO 제소 등 외교적 채널을 가동하지 않았다. 이후 한국의 호텔·유통 업계는 물론 롯데마트 등은 중국 사업을 철수하는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당시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채널이 아니라 구두로 자국 여행사에 한국여행 금지를 전달한 것이라 WTO 제소가 쉽지 않았다. 이번엔 일본 정부가 대놓고 경제 보복으로 나왔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가만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여론이 너무 매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여행 보이콧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으로선 당장 방일 여행객 규모가 줄어드는 데에 위기감을 가질 수 있다는 반면 피차일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해외 여행객 수치나 올림픽은 이미지다. 실제로 여행객이 줄어든다면 아베 정부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아베 정부는 내년 외국인 여행객 목표 수치를 4000만명으로 잡았다. '비지트 재팬'을 표방한 2003년(521만명)보다 8배 많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여행 보이콧 등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격화되는 건 아베 정부가 원하는 것일 수 있다"며 "일본인의 반한 감정을 부추겨 아베 정부가 수출 제한 조치를 더 강화하는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늘어난 방한 일본인 여행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입국통계에 따르면 올해(1~5월) 일본인 여행객은 13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만명 늘었다. 이재성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엔고와 최근 LCC 신규 노선 취항으로 항공기 좌석에 여유가 생겨 방한 일본인 여행객이 차츰 늘고 있다"며 "반일 감정이 장기화하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 여행객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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