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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수소, 99.99는 몰라도 99.999는 일본서나 구한다”

중앙일보 2019.07.08 05:00 종합 4면 지면보기
삼성전자는 당초 오는 9월 화성 사업장 내 EUV 전용 라인을 완공할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당초 오는 9월 화성 사업장 내 EUV 전용 라인을 완공할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고객과의 신뢰 관계가 관건인데, 대만 TSMC와의 경쟁에서 기껏 확보한 거래처가 무너질 수 있어 걱정입니다.”

 
지난 4일 삼성전자가 서울 삼성동 그랜드 파르나스 호텔에서 파운드리 포럼을 개최했을 당시, 한 파운드리사업부 임원이 최근 일본의 첨단소재 3종(불화수소ㆍ레지스트ㆍ불화폴리이미드)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한 말이다. 파운드리는 공장(Fab)이 없는 반도체 설계 업체, 팹리스에서 주문을 받는 위탁생산으로 정부가 2030년 세계 1위 목표를 내건 비메모리 분야 한 축이다. 

한국 반도체 첨단소재 확보 비상
삼성, 퀄컴 등서 수주한 파운드리
레지스트 끊겨 계약 못 지킬 판
일본, 반도체 웨이퍼도 53% 점유

 
삼성 파운드리, 퀄컴·엔비디아와 계약 못 지킬 위기
최근 IBM·퀄컴·엔비디아 등 미국 업체에서 잇따라 수주를 받은 삼성전자로선 수주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을 상황에 놓였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 규제 품목 중 ‘1~15나노(㎚) 파장 빛에서 사용하는 레지스트’에는 극자외선(EUV) 공정 용 포토레지스트(PR)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EUV는 빛의 파장(13㎚)이 기존 불화아르곤(ArFㆍ193㎚) 대비 14분의 1 정도에 불과, 더 미세한 선로를 그릴 수 있다.
 
오는 9월 EUV 전용라인을 완공하고, 내년 1월부터는 7㎚ 공정에서 칩을 양산할 계획을 세웠던 삼성전자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뿐 아니라 D램 생산에도 품질 향상을 위해 EUV용 레지스트를 쓰려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약 한 달 가량 재고가 남아있는 불화수소(HF·에칭 가스)의 경우, 최근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를 위해 타이완·중국에 구매담당 임직원을 급히 보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공정 중 회로의 모양대로 깎아내는 에칭(식각) 공정에 쓰인다. 대만에 있는 일본 스텔라 공장에서 에칭가스를 받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일본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만 최종적으로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쓰리 나인(99.9%)'이나 '포나인(99.99%)'급은 확보하더라도 ‘파이브 나인’(99.999%) 급의 고순도 불화수소는 대부분 일본이 공급한다. 1억분의 1(나노) 반도체 공정에선 고순도의 불화수소를 써야 수율(생산량 대비 결함 없는 제품 비율)이 높아지고, 제품 품질도 담보할 수 있다. 낮은 순도의 불화수소는 라인 가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석 달 치 가량의 고순도 불화수소를 확보해야 현재 국면에서 최악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규제 조치에 따라 3대 첨단소재의 경우, 최대 90일까지 수출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도 일본은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 수출 물량을 승인하지 않다가 이틀 만에 허가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때부터 일본 내부의 상황을 감지, 위기관리 플랜을 가동했다.
 
반도체 웨이퍼도 53%가 일본산 
일본 정부가 앞으로 첨단소재 규제 품목을 늘리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회선을 그리는 데 쓰이는 원재료인 웨이퍼가 다음 수출 규제 품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웨이퍼 시장에서 일본섬코·신에츠화학이 전체의 53%, 국내 기업은 SK 실트론(9%)만이 주요 공급처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만·독일을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현재의 타이트한 수급 상황상 일본을 대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필름인 블랭크 마스크도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준비하는 7㎚ EUV 공정에는 일본 호야의 블랭크 마스크가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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