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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망명 최덕신 전 외무장관의 차남 불법 입북

중앙일보 2019.07.08 00:04 종합 10면 지면보기
최인국

최인국

1986년 북한으로 망명한 최덕신(89년 사망) 전 외무부장관의 차남 최인국(73)씨가 정부 승인없이 불법 입북했다.
 

북한 “영주 목적”…기획월북설
최인국의 조부는 김일성 스승

북한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6일 “최인국 선생이 공화국에 영주하기 위해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최씨는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우리 가문이 대대로 안겨사는 품, 고마운 조국을 따르는 길이 부모님의 유언을 지켜드리는 길이며 도리이기에 늦게나마 공화국에 영주할 결심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통일위업 실현에 여생을 깡그리 바치려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최씨가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방북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씨의 입북이 ‘기획 월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최씨가 북한 당국과 교감하에 베이징 주재 대사관을 통해 비자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고령의 최씨를 입북시킨 건 대를 이어 북한을 택했다는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며 “최씨 부모와 조부가 북에서 고위층 인사였던 점도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월북 이전 최씨는 12차례 방북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최덕신과 함께 망명한 모친 류미영 전 북한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위독했던 2016년 11월엔 북 당국의 초청으로 다녀왔다. 모친 사망 이후 2017·2018년 11월 사망 1·2주기 행사 참석 차 정부 승인 하에 방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방북이 허가된 첫 민간인이다.
 
최덕신 전 외부무장관의 86년 북한 망명은 6·25전쟁 이후 남한 거물급 인사가 월북한 첫 사례였다. 그는 ‘남한판 황장엽’으로 불리기도 한다. 평안북도 의주 출생으로, 일제강점기 광복군으로 활동하다 해방 후엔 한국 육군 장교를 지냈고, 56년 중장으로 예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외무장관과 서독 주재 대사를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67년부터 천도교 교령으로 활동했으나 종교계 지원 문제 등으로 박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뒤 76년 부인 류씨와 도미(渡美)했다. 이후 86년 9월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영구 귀국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성인이었던 자녀들(2남 3녀)은 한국에 놔둔 채였다. 최덕신의 아버지 최동오는 만주 독립운동 시절 김일성 주석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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