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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말은 신뢰 못해" 대북 제재까지 걸고넘어진 아베

중앙일보 2019.07.08 00:03 종합 1면 지면보기
[청와대사진기자]

[청와대사진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일 “한국은 (대북)제재를 잘 지키고 있다고, (전략물자 통제 체제인) 바세나르 체제상의 무역관리를 확실히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국가 사이의 청구권 협정을 어기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명확한데, 무역관리 규정도 제대로 안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후지TV에 출연해 “한국의 수출관리상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건 신뢰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역관리규정 안지킨다고 생각”
측근 “화학물질 북한에 갈 우려”

일본은 지난 4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시작하면서 ‘한국과의 신뢰관계’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발생’ 등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 ‘부적절한 사안’이 한국의 대북 제재와 연관된 것임을 아베가 시사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엔 언급을 피하면서도 “정확한 수출관리를 하고 있다고 확실히 제시해 주지 않으면 우리는 (해당 품목을) 내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수출 규제에 대해 ‘대북 제재 위반’ 등 북한 문제를 걸고 들어 ‘안보상’ 조치라는 명분을 쌓으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 문제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베의 전격 보복, 고노도 몰랐다…불이익 대신 +α 특혜 뺏는 방식”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오사카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아베 총리는 7일 후지TV에 출연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의 이유로 ‘부적절한 사안’을 들며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오사카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아베 총리는 7일 후지TV에 출연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의 이유로 ‘부적절한 사안’을 들며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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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측근들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내놓고 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지난 5일 후지TV에 출연해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군사 용도로 전용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갈 우려가 있다”며 “여기에 (안보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후지방송 계열의 FNN은 “(수출 규제 대상인) 에칭 가스를 대량 주문받고 한국에 수출했는데 행방이 묘연해졌다. 화학병기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에칭 가스의 행선지는 북한”이란 여당 간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대 한국 보복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 사람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리 관저 사정에 밝은 일본 소식통은 “참의원 선거(7월 21일) 이후 일본이 어떻게 나올지는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정무비서관 등 총리의 이너서클만 안다”고 말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 등 외무성 핵심 라인들도 이번 조치의 정확한 D데이(7월 1일) 등을 6월 30일자 산케이신문에 나오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그는 “아베 총리로선 위안부 합의 파기 논란과 징용판결, 레이더 조준 논란들을 거치며 ‘참다 참다’ 뽑아든 칼이어서 이른 시기에 칼집에 집어넣을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한국의 대응을 보며 2탄, 3탄, 4탄 시리즈로 던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 언론에선 “65년 청구권협정에 기초해 한국 측에 요청한 ‘제3국 중심의 중재위 설치’ 답변 시한인 18일이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른 소식통은 “수출 절차상의 우대 조치, 외환관리법상 ‘화이트(백색) 국가’로서의 특혜를 빼앗은 이번 조치처럼 기존에 한국에 부여한 ‘+(플러스)1’을 ‘0’으로 돌리는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마이너스)1’의 불이익보다 기존의 우대성 배려의 철회, 비자 심사 강화 등 준법을 명분으로 한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도 7일 후지TV에서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특례적 대응을 해주지 않겠다. 이는 금수(조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누구도 제동을 걸기 힘들 것”이라면서 “그러나 선거 뒤 일본 기업에 대한 부메랑 피해가 커진다면 ‘아베의 강공’에 대한 견제 흐름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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