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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북 비핵화 타결돼도 베트남 같은 개혁개방 의문”

중앙일보 2019.07.08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6일 서울 연구실에서 ’희망적 사고를 투영해 북한을 이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6일 서울 연구실에서 ’희망적 사고를 투영해 북한을 이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북한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면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설 것이라고들 말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그려 보인 ‘미래’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비핵화→수교→개방 도식은 잘못
절대권력 위험 빠뜨리는 개혁개방
김정은·군부가 선택할지 회의적
미국, 북 핵보유국 인정할 수도

“북한의 개혁개방이 (비핵화 타결의) 뒤를 따라오는, 거의 필연적이고 부수적인 것으로 이해한다. 나는 그리될 것이라는데 회의적이다.”
 
한국 정치학계의 석학이자 진보 진영의 거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처럼 ‘비핵화 타결→북·미 관계 정상화→북한의 개혁개방’의 도식을 거부한다. 대신 “개혁개방은 자동적으로 이어지는(continuum) 선택이 아니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또 다른 선택의 결정이자 결과, 또 다른 체제 능력의 산물”이라고 본다. 최근 이런 요지의 글(‘한국의 베트남 경제 진출과 베트남의 도이머이 그리고 북한의 개혁 개방과 그 가능성’)을 발표하기도 했다.
 
덩샤오핑 개혁개방 때와 상황 달라
 
6·30 북·미 정상회담 전인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 연구실에서 최 교수를 만났다.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주도의 중국 개혁개방과 1986년 베트남 공산당이 채택한 도이머이(혁신) 정책엔 ▶각각 마오쩌둥(毛澤東)과 레주언이란 강력한 지도자의 사망 후 공산체제의 경직성이 이완돼 집단지도체제적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제발전에 대한 요구가 아래에서 올라왔고 ▶전면 경제개혁의 결과 더 많은 자유에의 요구로, 보다 유연한 권위주의 체제로 전환되거나 민주화 요구로까지 이어진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큰 경제의 변화는 권력의 성격이나 권력의 기반 변화와 병행하고 동반하게 된다”며 “경제적 합리성 이전에 이걸 할 수 있는 정치권력이 존재하느냐, 정치권력의 기반이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가 할 수 없다고 본 이유는.
“북한이 김정은 1인이 결정하면 다 되는 절대권력 체제일 수도 있지만, 군부와 아파라치키로 불리는 당 관료, 90년대 핵 개발 로 생겨난 핵 지식 섹터(핵 섹터) 등이 결합한 비토 세력이 존재할 수도 있다. 후자라면 비핵화의 진전과 정도가 대단히 작을 수 있다. 일정 선에서 협상이 됐다 해도 이 세력이 체제의 완전한 개혁개방을 선택·지지할 수 있겠는가.”
 
김정은이 결정할 수 있는 체제라면.
“개혁개방을 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갖고 있느냐와 덩샤오핑처럼 획기적 사고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북한 권력은 김씨 수령 체제도 유지해야 한다. 절대 권력이 필요하다. 개혁개방은 그런 체제를 위험에 빠뜨린다. 미국과 핵 협상이 타결됐다고, 김정은이 180도 전환해 개혁개방을 한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
 
최 교수는 “북한의 개혁개방은 정치적 문제”며 “경제적 문제였다면 핵 개발 보다 이것(경제발전)을 우선 선택했을 것”이라고 했다.
 
왜 그런가.
“동구 사회주의 붕괴 이후 북한은 대응책으로 핵무장을 선택했다. 궁핍의 극한 속에서도 경제개발은 순위에서 밀렸다. 북한의 경제는 절대빈곤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듯, 한국의 정책입안자나 정치지도자들이 희망하듯 (한국이) 북한에 원조하고 철도·도로 등 SOC(사회간접자본)를 건설한다는 건 희망적 사고일 뿐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영향력이 들어가는 것을 북한이 받아들일 것 같진 않다. 그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가 아주 좁아지기 때문이다”
 
비핵화가 타결돼도 말인가.
“먹고 살아야 하니 부분 개방은 하겠으나, 베트남이나 덩샤오핑처럼 완전한 개방은 할 수 없다고 본다.”
 
북한으로선 협상에서 크게 양보할 이유가 없겠다.
“암묵적으로 핵보유 국가로 인정받기를 바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원하는 것일 수 있다. 미국의 조야의 논의 방향도 대체로,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의 대북 접근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인가.
“희망적 사고를 투영해 북한을 이해하고 그 정책을 예측하며 대응하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사실주의적 관점이랄까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원조·SOC지원, 남한 희망사항일 뿐 
 
인터뷰 직후 6·30 판문점 회담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세 번째 만남을 두고 문 대통령은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규정했다. 최 교수에게 다시 연락했다.
 
“미국·북한 간 협상의 본질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국가로 탈바꿈하느냐 여부가 아니라, 북한을 암묵적인 비핵화 국가로 인정하느냐 아니냐라고 본다. 이 때문에 나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전망할 수 없고, 그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북한이 직면할 체제 위협은 핵보유 국가 실현을 통해 체제 유지를 하는 과정에서, 그것 때문에 맞게 되는 북한 체제의 안전과 존립이나 체제에 대한 국제 사회에서의 인정 여부로 직면할 문제는 아니다. 그들의 최대 난제는 북한 체제 그 자체가 사회경제적으로 최소한의 경제 발전과 인민들의 생존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는 능력과 결부된 문제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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