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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보이콧 재팬’ 움직임…"시민단체 주도 아닌 개인 참여가 특징"

중앙일보 2019.07.07 16:19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일본 불매 운동 관련 사진. [사진 인스타그램]

네티즌들이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일본 불매 운동 관련 사진. [사진 인스타그램]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일본 브랜드 의류 매장. 보통 세일 기간에는 물건을 사기 위한 손님의 줄이 늘어섰던 것과 달리 매장은 한적했다. 드문드문 있던 물건을 사는 손님의 연령대는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한모(30)씨는 “반팔 티셔츠를 사러 왔다.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오다 보니 불매운동하는 브랜드라서 굳이 사고 싶지 않아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한씨는 “1층에 한국 스파(SPA) 브랜드가 있어서 그곳에서 살 예정”이라며 “여행에 필요한 물품도 일본 브랜드가 아닌 한국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본 브랜드 생활용품 매장도 비교적 한적한 모습이었다. 미국인 스컷 말터스(25)는 “이곳 카레를 좋아해서 사러 왔다”며 “한국과 일본이 역사적으로 안 좋은 감정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불매운동까지 하는 줄은 몰랐다. 어쩐지 평소보다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에게 익숙한 온라인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다. 7일 오후 4시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일본불매운동’을 태그로 한 게시글이 2200개 넘게 검색된다. 이들은 ‘보이콧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과 ‘아이 러브 코리아. 많이 이용하겠습니다. 자주 다니겠습니다’라는 사진을 함께 공유했다. 
 
일부 네티즌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애국을 실천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 일본 맥주 판매량이 지난주 같은 요일보다 13% 감소했다는 기사 내용을 공유하며 “소용없다고 하는 분들 반성하시라. 이런 거라도 동참해야 하지 않겠냐”는 글에는 1000명 넘는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 
 
일본 여행 취소 인증도 이어졌다. 일본 여행 정보 교류 인터넷 카페에는 “나 하나라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며 항공권 예약 취소 화면을 캡처해 올린 이들이 많다. 특히 한 네티즌은 “시부모님께 아이 역사 교육에 안 좋다고 설득해 30만원을 손해 보고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며 “칭찬이라도 받고 싶다”고 글을 올렸다.   
 
반대로 일본여행 사진을 SNS에 올린 연예인에게는 비난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배우 이시언은 지난 3일 일본 여행 사진을 올렸다가 “이 시기에 이런 사진을 올려야 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이시언의 소속사는 “국민 정서를 감안해 게시물을 지웠다”고 밝혔다. 걸스데이 소진 역시 7일 일본 여행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으나 “요즘 분위기에 이런 글을 올리다니 유감이다”라는 댓글이 다수 달리자 사진을 삭제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 수가 8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1일 공개한 ‘주요국 한국인 출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일본을 찾은 한국인 수는 지난해보다 4.7% 줄었다. 2012년 204만명이었던 일본 방문자 수는 2015년 400만명대에 진입한 후 지난해에는 753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이러한 분위기가 다소 꺾인 데다가 일본 여행 거부 운동까지 겹친다면 일본을 찾는 한국인 수는 8년 만에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반면 지난 5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 수는 한류에 관심이 많은 20대를 중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불매운동의 주체, 시민단체에서 개인으로
2008년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부산지회가 주최하고 19개 부산여성 NGO연합회가 후원하는 일본의 독도 망언 규탄 일본상품 불매운동 기자회견이 부산 중구 중앙동 일본 자동차 렉서스 대리점 앞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2008년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부산지회가 주최하고 19개 부산여성 NGO연합회가 후원하는 일본의 독도 망언 규탄 일본상품 불매운동 기자회견이 부산 중구 중앙동 일본 자동차 렉서스 대리점 앞에서 열렸다. [중앙포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후쇼사 교과서 역사 왜곡에 반발해 YMCA 등 40여개 시민단체가 모여 불매운동을 벌였다. 2005년에는 독도를 둘러싸고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에 반발해 서울흥사단과 재경 독도향우회 주도로 불매운동이 전개됐다. 2011년에는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자 이에 반발해 한국담배판매인중앙회가 나서 일본 담배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큰 파장 없이 불매운동은 마무리됐다.  
 
반면 2013년 다케미시마의 날 행사에 반발해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주도로 불매운동이 전개됐는데, 당시 일본 제품의 판매가 뚜렷이 감소했다. 일본 맥주와 일본 자동차의 판매량은 20~30% 급감하기도 했다.
 
이런 불매 운동에 대해 “너무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정모(26)씨는 “불매운동을 알고는 있지만 필요한 게 있어서 왔다”며 “모든 제품을 불매운동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본 자유 여행 카페 운영자는 “카페 제휴사들의 일본여행 상품 예약 건수는 이슈 전과 거의 동일하다”며 “취소가 많아졌지만 예약률도 같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장기화할 수는 있겠지만 일본 여행 취소를 강요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의 역사를 보면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태, BMW 화재 사건처럼 생명과 직접 연관된 문제에서도 불매운동 확산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에서도 국익 관점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국제 무역의 문제를 역사 문제로 가져온 불매운동이 얼마나 지속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불매운동이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조직화한 운동이 아닌 알지 못하는 개인이 온라인에서 벌이는 집합행동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분석도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이 온라인에서 커지고 있는데, 그 여론을 주도하는 것이 젊은 층”이라며 “엘리트가 나섰던 과거의 사회운동이나 정부가 주도했던 중국의 불매운동과 확연히 구분된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사드 사태 당시 중국인의 한국 제품 불매운동은 정부가 나서 바람잡이를 하면서 확산했다”며 “이번 일본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는 불매운동은 분산된 개인이 구심점 없이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가영‧박해리‧남궁민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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