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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합의' 깨고 우라늄 농축 상한 올리기로

중앙일보 2019.07.07 13:18
이란이 유럽의 만류에도 결국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제한했던 우라늄 농축도의 상한을 높이겠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달 중순까지 핵 합의 재개 조건을 찾아보겠다며 이란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란은 경고한 대로 2단계 조치 강행에 나선 것이다.  
 

프랑스의 달래기 뿌리치고 하루 만에 전격 발표
유럽 겨냥 “60일마다 핵 합의 이행 축소” 위협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핵 합의 당사자인 유럽 국가들이 핵 합의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핵 합의에서 정한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는 3.67%인데 이 한도를 넘겨 우라늄을 농축하겠다는 얘기다. 구체적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앞서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가 5%에 이를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EPA=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EPA=연합뉴스]

 
이란은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에 핵연료봉으로 쓰기 위해 5% 정도의 우라늄이 필요하다며 우라늄 농축 상한을 상향하는 게 전력을 생산하려는 평화적 목적임을 강조해왔다. 이란은 과거 의료용 명목으로 우라늄 농축을 20%까지 실시했지만, 2015년 핵 합의 이후 이를 3.67% 이하로 제한하고 유엔의 정기적 사찰을 받고 있다. 
 
아락치 차관은 이날 중국과 프랑스, 독일, 러시아, 영국 등 핵 합의 서명국들이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로부터 이란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 한 “60일마다 핵 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겠다”라고도 경고했다. 유럽 서명국이 또 60일 안으로 핵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이행 범위를 더 줄이는 3단계 조처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이란은 지난 5월 유럽이 이란산 원유 수입 재개 등의 약속을 60일(7월 6일) 안으로 지키지 않으면 핵 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2단계 조처를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3일 열린 내각회의에서 “약속한 상한을 젖혀두고 우리가 원하는 만큼 농축도를 상향할 것“이라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미국이 이란과의 에너지 거래를 제재하면서 유럽연합(EU)은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을 중단했다. 지난달 2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 합의 공동위원회가 열렸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이란은 지난 1일 1단계 조처로 저농축 우라늄의 저장 한도 초과를 공식화했다.
 
5%의 우라늄 농축도는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농도(90%)에 한참 못 미치지만, 전문가들은 핵무기 개발의 신호탄 격이라 우려한다.
 
미국 미들버리 국제연구소의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 마일스 폼퍼 연구원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할 매우 우려스러운 조치”라며 “이란과 트럼프 행정부 모두 위기 해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이런 발표는 전날 마크롱과 로하니 대통령이 1시간 이상 통화를 하고 이란과 서방 파트너 국가들 사이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로 했다고 프랑스 정부가 성명을 통해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영국 BBC는 마크롱 대통령이 로하니와의 통화에서 “핵 합의가 약화하는 것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유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탈퇴한 핵 합의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중앙포토]

미국은 이란의 합의 이행 축소 조처에 대응해 군사 옵션까지 고려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라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이란과 테러조직 사이 밀착설을 제기하는 등 이란 공격에 대한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단 보도도 나왔다. 3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의원들을 인용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최근 의회 공개 및 비공개 증언에서 이란 정부와 알카에다 간 연결고리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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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이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데는 별도의 의회 승인 없이 이란을 공격하는 데 목표가 있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미 헌법은 전쟁 선포 권한이 의회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미 의회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후 테러조직의 경우 대통령이 직접 전쟁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는 무력사용권(AUMF)을 신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의 미군 무인기 격추와 관련 보복 공격을 승인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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