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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돗물’ 터졌는데···부산·안산·청주 성과급 잔치, 왜

중앙일보 2019.07.07 12:00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한 아파트단지 가정집의 수돗물 필터가 변색돼 있다. 양평군은 최근 수질 관리에 문제가 노출됐지만 경기도 평가에서는 최고등급을 받았다. [연합뉴스]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한 아파트단지 가정집의 수돗물 필터가 변색돼 있다. 양평군은 최근 수질 관리에 문제가 노출됐지만 경기도 평가에서는 최고등급을 받았다. [연합뉴스]

부산광역시와 경기도 안산, 충북 청주 등 최근 ‘붉은 수돗물’ 사태를 빚었던 지방자치단체들이 상수도 운영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고 성과급 잔치를 하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행안부, 119개 지자체 상수도 평가 결과
사고 발생 평택·양평·김포 등 27곳 최고등급
기관장 400%, 임직원 300% 성과급 잔치

인천 사태 불거지자 중간→최하로 조정
부실 평가 지적에 “수질은 환경부 소관”

행정안전부는 광역단체 8곳, 기초단체 111곳 등 119곳의 상수도 경영 실적을 평가했더니 부산·평택·양평·김포·안산·청주 등 27곳이 최고등급인 ‘가’ 등급을 받았다고 7일 밝혔다. 평가 대상 지자체 중 인천광역시만 유일하게 최하등급인 ‘마’ 등급이었다.  
 
상수도는 격년으로 조직관리와 경영효율성, 안전경영 등을 평가받는데 광역시·도(광역단체)는 행안부가, 시·군·구(기초단체)는 시·도가 평가를 맡는다. 가 등급은 90점 이상이며 등급별로 5점씩 차이를 둔다(만점 100점).
 
올해 광역단체 중에는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제주 등 8곳이 평가 대상이었다.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물을 공급하는 관로를 바꿔주는 ‘수계 전환’ 과정에서 총체적인 관리 부실을 드러낸 인천시가 마 등급을 받았다.
 
행안부 측은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 사고 때문에 당초 다 등급(80점 이상)에서 마 등급(75점 미만)으로 조정됐다”며 “지난 5~6월 발생한 사고가 평가 기간(2018년)에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평가위원들이 중대 안전사고로 판단했고, 지역주민과 국민에게 식수 불안 문제를 초래해 최하등급으로 점수가 깎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 평가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올해는 재난·안전관리에 대한 배점을 기존 2~3점에서 최대 10점으로 높였다고 밝힌 터라 이 같은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뿐만 아니다. 기초단체 중에는 경기 파주·평택·양평·김포·수원·안산, 강원도 강릉·원주, 충북 청주, 경북 안동·포항·김천 등 26곳(23.4%)이 가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평택과 양평, 김포, 안산, 청주 등은 최근 ‘수돗물 공포’를 겪은 곳이다.
 
안산에서는 지난달 24일 고잔1동 일대에서 ‘음용이 어려워 보이는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대략 1900가구가 피해를 보았다. 양평에서도 이달 3일 ‘수돗물 필터가 적갈색으로 변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6일 새벽 정수지 센서 고장으로 수돗물 700여t이 인근 도로로 흘러넘치는 사고가 발생했던 안동도 가 등급을 받았다.
 
이현정 행안부 공기업정책과장은 “행안부 평가에서는 주로 리더십과 경영 시스템·성과, 일자리 확대 같은 정책을 살펴본다. 인력 운영과 수질, 안전관리 위주인 환경부 평가와 이원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상수도 평가는 격년으로 실시해 인천시의 경우 이번 사고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으면 2년 뒤로 늦춰진다”고 덧붙였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지난 5월 동구 수정동에서 녹물 사태를 빚었던 부산 상수도사업본부는 가 등급을 받았다. 행안부는 “지속적인 요금 현실화 추진으로 수익성을 개선했고, 정수 처리 및 수질 관리가 안정적이었다”며 부산 상수도를 우수 사례로 꼽았다.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아파트 1300여 가구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로 홍역을 치른 서울시와 대구시, 광주시는 ‘나’ 등급(85점 이상)을 받았다.
 
행안부와 시·도 평가에 따라 평가급(성과급)이 지급된다. 가 등급을 받으면 기관장은 월 보수의 최고 400%, 임직원은 180~300%를 받는다. 나 등급 판정 때도 각각 최고 300%, 200%의 보너스를 챙길 수 있다. 마 등급은 임직원 모두 성과급이 없으며 임원의 내년 연봉 5~10%가 삭감된다. 하지만 공무원 신분인 이들의 보수를 삭감한 전례는 없다.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엄격한 평가가 이뤄졌다면 인천시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이 평가에 반영돼 애초에 낮은 등급을 받는 게 타당했다”며 “지방 공기업 평가가 임직원 인센티브 지급에 맞춰져 있다 보니 효용성과 신뢰성 모두를 잃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편 행안부는 이날 전국 상수도 119곳을 포함해 270곳의 지방 공기업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인천 상수도본부와 양평공사, 당진항만관광공사, 장수한우지방공사 등 7곳이 가장 낮은 마 등급을 받았다. 대개는 부실·방만 경영과 친인척 채용 비리 등이 문제 된 곳들이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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