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용한 배틀그라운드] ‘절대복종’ 군견은 사람을 물지 않는다

중앙일보 2019.07.07 09:00
1일 춘천 육군 군견훈련소에서 군견병 통제를 받은 군견이 공격 훈련을 하고 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1일 춘천 육군 군견훈련소에서 군견병 통제를 받은 군견이 공격 훈련을 하고 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1968년 1월 21일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은 휴전선을 넘어 은밀하게 서울로 침투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노리던 무장공비는 청와대 인근에서 발각돼 도주했다. 추격에 나선 군ㆍ경은 적 1명(김신조)을 생포하고 30명을 사살한 전과를 올렸다.

추적·정찰·폭발물 탐지·경계 임무
20주 교육, 약 8년 복무, 해외파병
은퇴견, 훈련소 돌아와 노후 생활
무상분양, 반려견 '견생 2막' 기회

 
무장공비가 빠르게 도주했지만 발각돼 사살된 이유는 견번 41번을 부여받은 군견 ‘린틴’ 활약 덕분이다. 군견 린틴은 무장공비 유기물을 발견한 뒤 도주 경로를 찾아냈다. 13일 동안 작전에 참여한 뒤 전공을 인정받아 ‘인헌무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무공훈장 중에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군견이 이처럼 활약을 했던 이유는 평소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육군은 66년 1월 ‘109군견훈련대’를 창설하며 본격적인 군견 양성을 시작했다. 논산에 신병이 입소하는 육군훈련소가 있다면 춘천에는 군견훈련소가 있다. 지난 1일 ‘강한 군견’ 육성 현장을 살펴봤다.
 
육군 군견훈련소 정문을 들어서면 군견상과 충견비가 설치돼 군견의 희생을 추념한다. [사진 박용한]

육군 군견훈련소 정문을 들어서면 군견상과 충견비가 설치돼 군견의 희생을 추념한다. [사진 박용한]

 
부대에 들어서면 작은 언덕 위에 세워 놓은 군견상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엔 군견 린틴의 공적을 기록한 충견비도 마련돼 있다. 옆으로는 90년 3월 제4땅굴 탐지 작전에서 지뢰를 몸으로 터뜨려 전우 1개 분대의 목숨을 구했던 견번 8610 ‘헌트’, 96년 9월 강릉 잠수함 공비소탕 작전에서 잔당 2명을 소탕하던 중 적 탄환에 희생된 견번 9142 ‘노도’를 추모하는 비석도 놓여있다.
 
이처럼 군견은 지능과 후각 및 청각이 발달해 적을 추적하거나 정찰하는데 특화된 능력을 갖추고 있다. BC 500년 이후 동서양 곳곳에서 군견을 전쟁에 투입했던 이유다. 미군은 군견용 방탄복도 만들었다. 낙하산을 타고 병사와 함께 뛰어내리는 공수 군견도 있다. 한국군도 마찬가지다. 군견 레펠 훈련장도 보였다.
 
미 육군 특수부대 군견병이 군견과 함께 CH-47 헬기에서 바다로 낙하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미 육군 특수부대 군견병이 군견과 함께 CH-47 헬기에서 바다로 낙하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처음부터 군견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육군에서 보유한 군견은 약 400 마리인데 전문화된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다. 육군 군견훈련소는 군사 작전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군견을 양성해 육군과 해군ㆍ해병대에 배출하고 있다. 공군은 자체적으로 군견을 교육한다.
 
이날 군견ㆍ군견병과 함께 실전적 훈련에 나섰다. 빽빽하게 나무가 밀집된 숲으로 들어섰다. 대항군 역할 맡은 병사가 멀리 도망쳐 수풀 사이로 숨어들었다. 군견 ‘파랑’이 임무에 투입됐다. 군견병 김선구 상병이 유실물을 가리키며 “맡아”라고 명령을 내렸다. 군견 파랑은 유실물 냄새를 맡고 이내 추적을 시작했다.
 
군견, 5㎞ 이내 흔적 찾아 추적·정찰
 
군견은 5㎞ 이내 적의 흔적을 찾아내 추적하거나 정찰할 수 있다. 작전팀장 최용선 상사가 손을 들어 추적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군견은 5㎞ 이내 적의 흔적을 찾아내 추적하거나 정찰할 수 있다. 작전팀장 최용선 상사가 손을 들어 추적 작전을 지휘하고 있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군견은 5㎞ 이내 적의 흔적을 찾아내 추적하거나 정찰할 수 있다. 추적에 나선 군견은 적이 이동한 발걸음을 그대로 따라간다. 거친 수풀 사이를 여기저기 움직였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이 지난 흔적이 보였다.
 
군견 발걸음은 매우 빨랐다. 땅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길을 안내하기를 기대했지만 잘못된 공상이었다. “마치 날아가는 것처럼 빠르다” 이날 함께 훈련에 참여했던 이지영 씨(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는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군견이 정찰에 나서 단서를 찾으면 군견병도 출동한다. 군견병은 군견과 함께 산을 뛰어오를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군견이 정찰에 나서 단서를 찾으면 군견병도 출동한다. 군견병은 군견과 함께 산을 뛰어오를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계속 따라갈 수 있을까.” 가파른 산을 빠르게 오르면서 걱정이 쌓여갔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순간, 군견 파랑이 수풀 사이에 누워 몸을 가리고 있던 대항군을 발견했다. 마치 정답을 알고 답을 쓴 것처럼 쉽게 찾아냈다.  
 
군견과 군견병은 전우다. 김 상병은 허리에 찬 수통을 꺼내 군견에게 물을 나눠줬다. 그는 “저와 군견은 같은 물을 마신다”며 추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끝낸 군견 파랑을 칭찬해 줬다.
 
이번엔 유실물 없이 정찰에 나섰다. 기자는 능선 넘어 구덩이에 몸을 숨겼다. 함께 자리 잡은 군견병 백상현 상병은 “군견과 함께 산을 뛰어올라 훈련하려면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면서도 “바닥에 엎드려 숨어 있을 때 눈앞으로 뱀이 지나가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군견은 아무런 단서가 없어도 공기중에 퍼진 냄새를 맡아 산속에 숨어든 적을 찾아낼 수 있다. 군견이 능선 뒤 구덩이에 은폐한 기자를 찾아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군견은 아무런 단서가 없어도 공기중에 퍼진 냄새를 맡아 산속에 숨어든 적을 찾아낼 수 있다. 군견이 능선 뒤 구덩이에 은폐한 기자를 찾아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정찰 훈련에는 군견 엘시가 나섰다. 아무런 단서 없이 산속에 숨어있는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찾아"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뛰쳐나갔다. 추적과 정찰 임무를 맡은 군견은 처음부터 구분돼 훈련된다. 이런 경우 군견은 공기 중에 퍼진 냄새를 맡아 길을 나선다. 사람이 걸어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갔던 추적과 다르다. 공기 중에 냄새가 흩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이 걸어갈 수 없는 거친 수풀 사이로 지나기도 한다.
 
‘숨어 봤자 군견 손바닥 안’ 어느덧 나타난 군견 엘시가 기자 얼굴 앞에서 매섭게 짖어댔다. 긴장을 놓을 틈 없이 조금씩 가까이 다가왔다. 이날 기자가 느꼈던 공포가 더 컸던 이유가 있다. 추적ㆍ정찰 훈련에 앞서 가졌던 훈련 때문이다. 훈련에서 군견 엘시가 기자에게 달려들어 팔을 물어뜯었다.
 
군견병 허락 없이 물지 않고, 놓아주지도 않아
 
군견은 경계작전을 지원하지만, 평소 사람을 물지 않는다. 군견병이 명령을 내리면 달려나간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군견은 경계작전을 지원하지만, 평소 사람을 물지 않는다. 군견병이 명령을 내리면 달려나간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군견은 똑똑할 뿐 아니라 용맹하다. 경계작전 지원에도 투입된다. “물어!” 군견병 명령이 떨어지자 총알같이 달려나갔다. 군견이 방호복을 입은 군견병 왼팔을 물었다. 곧이어 뛰어나간 다른 군견은 오른팔을 물었다. 공격 명령을 내렸던 군견병이 다가와 놓으라고 명령할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이번엔 기자 차례였다. “꼭 해야 합니까? 방호복도 저에겐 작을 것 같은데요.” 피하고 싶었다. 이내 등 떠밀려 방호복을 입고 훈련장에 들어섰다. 순식간에 달려온 군견 엘시가 기자 왼팔을 물었다.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강하게 물어뜯으면서 기자를 노려봤다. 기자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강하게 물어 당겼다.
 
‘절대복종’ 군견은 이처럼 매서운 눈빛과 이빨을 드러냈지만, 명령에 죽고 산다. 군견병 허락 없이 사람을 물지 않고, 허락 없이 놓아주지도 않는다.
 

기자에게 달려든 군견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군견병이 허락을 하자 풀어줬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기자에게 달려든 군견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군견병이 허락을 하자 풀어줬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관련기사
군견은 폭발물 탐지 능력도 뛰어나 대테러 및 대통령 경호작전에서도 활약한다. 폭발물 탐지 훈련장은 실제 작전 공간처럼 꾸며져 있다. 공중전화기, 병영생활관 등 실제와 같은 환경에서 훈련한다.  
 
작은 TNT 조각을 담은 종이박스를 선반에 올려뒀다. 탐지에 나선 군견 순대가 꼼꼼하게 냄새를 맡다가 군견병 앞에 부동자세로 앉았다. 작전팀장 최용선 상사는 “폭발물을 찾았다고 군견병에게 보고하고 있다”라고 설명해줬다. 군견병 김은균 상병은 육포를 하나 꺼내 군견에게 물려줬다. 그는 “군견병에게 육포는 총과 같다”며 "군견이 임무를 잘 했을 때 포상으로 준다"고 말했다. 따뜻한 손길로 군견 순대를 보듬어 줬다.
 
군견은 폭발물을 탐지하는 능력도 갖춰 대테러 및 경호작전에도 투입된다. 폭발물을 발견한 군견은 자세를 취하고 군견병에게 보고를 한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군견은 폭발물을 탐지하는 능력도 갖춰 대테러 및 경호작전에도 투입된다. 폭발물을 발견한 군견은 자세를 취하고 군견병에게 보고를 한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폭발물 탐지는 작은 실수도 허용할 수 없다.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순대는 매일 30번, 지금까지 2000번 넘게 훈련을 반복했다. 군견은 장애물 극복 훈련도 반복한다. 높은 장애물을 뛰어오르고 원형 타이어 사이를 민첩하게 통과했다. 군견병은 워낙 빠르게 뛰어가는 군견을 따라가기에 벅차 보였다. 마지막 장애물을 넘은 군견을 군견병 앞으로 달려갔다.  
 
‘주객전도’ 사람이 군견을 훈련하는지, 군견이 사람을 훈련하는지 알 수 없었다. 기자는 군견 '유랑'을 이끌고 훈련을 시작했지만, 군견에게 끌려간 것과 다름없었다. 최 상사는 “군견병으로 본다면 이병 정도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줬다.
 
장애물 극복 훈련도 반복하며 다양한 조건에서도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한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장애물 극복 훈련도 반복하며 다양한 조건에서도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한다. [영상캡처=공성룡 기자]

 
군견 선발 과정은 까다롭다. 육군에서는 셰퍼드ㆍ말리노이즈ㆍ리트리버를 군견으로 육성한다. 군견은 생후 8개월에 10개 항목(외형ㆍ감각ㆍ활동성ㆍ사회성ㆍ대담성 등)으로 만들어진 군견자격평가를 치른다. 여기서 80점 이상 획득해야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20주간 정식 훈련을 받으며 임무에 필요한 능력(복종훈련ㆍ임무조건화ㆍ보고능력 등)을 키워야 한다. 여기서 최종 합격해야 ‘견번’을 부여받고 군견으로 임무를 맡는다. 군견 후보 가운데 30% 정도만 통과하는 까다로운 관문이다.
 
30% 통과 관문, 약 8년 복무 후 은퇴
 
왼쪽부터 셰퍼드, 말리노이즈, 리트리버

왼쪽부터 셰퍼드, 말리노이즈, 리트리버

 
시험에 낙방하면 경계병으로 투입되거나 군견훈련소에서 여생을 보낸다. 군견은 보통 8년 정도 복무한 뒤 다시 훈련소로 돌아온다. 레바논 파병을 다녀온 경우도 있다. 육군은 은퇴견 노후도 끝까지 책임지고 있다. 안락사하지 않고 자연사할 때까지 보호ㆍ관리한다.
 
관련기사
은퇴견과 부적합 판정견은 민간에 무상 분양돼 반려견으로 ‘견생 2막’을 시작하기도 한다. 군견훈련소장 박창보 중령은 “체계적인 혈통관리, 건강관리, 규칙적인 생활 등으로 체격이 좋고 우수하다”고 소개했다.  
 
군견자격시험은 30% 정도만 통과할 수 있는 까다로운 조건이다. 어느정도 타고나는 능력도 있다. 기자 손짓을 보고 5개월 된 군견 후보 4마리 중 단 한 마리만 울타리 밖으로 뛰어 오르는데 성공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군견자격시험은 30% 정도만 통과할 수 있는 까다로운 조건이다. 어느정도 타고나는 능력도 있다. 기자 손짓을 보고 5개월 된 군견 후보 4마리 중 단 한 마리만 울타리 밖으로 뛰어 오르는데 성공했다. [영상캡처=강대석 기자]

 
군견훈련소는 평소 군견 관리에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아침ㆍ저녁으로 350g, 총 700g의 전용 사료를 매일 공급한다. 군견은 자는 곳과 생활 공간이 분리된 전용 공간을 받는다. '1견 1실'이 보장된다. 웬만한 고시원보다 넓은 공간이다. 의료 서비스도 최상 수준이다. 수의사 자격을 가진 훈련소장 박 중령이 직접 군견 건강을 살펴보고 치료ㆍ수술계획을 세운다.
 
관련기사
육군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민간 대상 군견 무료 분양을 진행한다. 까다로운 조건의 검토를 거쳐 허가한다. 군견병이 전역한 뒤 임무를 마친 군견병을 분양받는 경우도 있다. 군 생활을 함께하며 쌓은 우정이 각별하다. 전역을 앞둔 김권동 상병은 “예담이는 사람을 좋아한다”며 “뛰어노는 시간을 챙겨달라”며 후임병에게 당부했다.
 
춘천=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영상=강대석·공성룡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