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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라진 성매매 집결지 옐로하우스의 지난 1월 모습. 일러스트=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이제는 사라진 성매매 집결지 옐로하우스의 지난 1월 모습. 일러스트=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지난달 말 옐로하우스 성매매 업소 4호집 전경. 여성들의 권리 주장을 담은 현수막과 조합 측 현수막이 함께 붙어 있다. [사진: 옐로하우스 이주대책위원회 제공]

지난달 말 옐로하우스 성매매 업소 4호집 전경. 여성들의 권리 주장을 담은 현수막과 조합 측 현수막이 함께 붙어 있다. [사진: 옐로하우스 이주대책위원회 제공]

인천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미추홀구 숭의동 옐로하우스. 7월의 어느 날 밤 옐로하우스에는 건물 한 채에서만 불빛이 나오고 있었다. 성매매 업소 4호집이다. 5월 초 영업을 중단한 이곳은 철거 문제가 불거지면서부터 옐로하우스 종사자로 구성된 이주대책위원회의 본부가 됐다. 
 

영업 멈추고도 업소 떠나지 않는 이유
“포주들 처벌받게 하고 권리 찾겠다”

위원회에 가입한 회원 30여명 가운데 병 치료 중이거나 고향에 간 이들을 제외한 20명 정도가 번갈아가며 건물 앞 천막에서 24시간 농성한다. 옐로하우스의 성매매 업소 철거가 시작된 것은 지난 2월 중순. 5개월 사이 모든 건물이 헐리고 4호집을 포함한 3채가 남았다. 나머지 2채는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처럼 변했다. 
 
건물이 한 채씩 철거되는 동안에도 일부 업소에서는 영업을 계속했다. 밤늦은 시간 업소에 앉아 있으면 남성들이 찾아와 문을 흔들곤 했다. 캐주얼 복장을 한 젊은이부터 빵모자를 쓴 초로의 남성, 외국인 노동자, 단체로 온 남자들까지 다양했다. 일부는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직접 사 들고 오기도 했다. 여성들은 드문드문 손에 쥐는 돈으로 공과금과 식비를 충당해왔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지난 5월 초부터는 아예 사라졌다. 4호집에 머무르는 한 40대 여성은 “4월 한 달 동안 매일 경찰차가 골목을 지키고 서서 빨간 불만 켜도 문을 두드리고 방을 뒤졌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남성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드문드문 찾던 남성들 두 달 전 발길 끊어져
 
옐로하우스 한 성매매 업소의 내부 모습. 최승식 기자

옐로하우스 한 성매매 업소의 내부 모습. 최승식 기자

여성들은 영업을 멈춘 업소에서 지난 두 달 동안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이곳에서 10년 넘게 일한 한 30대 여성은 최근 일과가 크게 달라졌다. 동이 트면 잠자리에 들어 오후 늦게 잠에서 깬 과거와 다르게 오전 7시에 일어난다. 주변 철거 현장을 한 바퀴 돌아본 뒤 철거, 이주 대책 마련과 관련한 회의, 정보공개청구, 탄원서 작성, 집회 관련 동영상 편집 등을 한다. 가끔 각지에서 찾아오는 기자들과 인터뷰도 한다. 이런 일들을 하고 나면 하루가 훌쩍 간다고 했다. 
 
지난 5월에는 옐로하우스 여성들이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처벌법) 위반 혐의로 4명을 고발했다. 이들 4명은 과거 일한 업소 2곳의 건물주이자 과거 업주였다는 것이 여성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14일에는 철거 현장에서 석면 조각을 대량 발견해 미추홀구청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석면이 나오면서 철거작업은 일시중단 됐지만 철거를 진행하는 지역주택조합과 여성들 간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여성들은 “재개발 조합 사업과 과거 성매매 업소 건물주이자 업주들이 관련 있다”며 “이들은 과거 우리가 벌어준 돈으로 호의호식한 만큼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조합원들은 무주택 세대주로서 아파트를 짓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지 예전 포주나 관련자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 여성들을 무단 거주자로 간주해 부동산 명도를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얼마전에는 ‘이 건물은 건물주에게 명도가 완료된 건물’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이러 온 조합 측과 여성들 간 실랑이가 벌어진 데 이어 조합 사무실에서 폭행 사건이 일어나 옐로하우스 여성 1명과 조합 직원 2명이 입건됐다. 
 
외부활동 참여하게 된 여성들 
 
지난달 중순 옐로하우스 철거 현장에서 석면 조각들이 발견돼 철거작업이 일시중단됐다. 최승식 기자

지난달 중순 옐로하우스 철거 현장에서 석면 조각들이 발견돼 철거작업이 일시중단됐다. 최승식 기자

최근에는 언론 보도를 보고 여성·인권·철거 관련 활동가들이 종종 옐로하우스를 찾는다. 지난달 2일에는 4호집 앞에서 여성 활동가들이 “강제 퇴거 조치에 반대한다”며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 옐로하우스 여성들은 “오랜 세월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살아온 이곳 여성들이 현재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 알리고 싶다”며 운동가들의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옐로하우스에 머무르는 30대 여성은 “5개월 전에는 그저 ‘잘 될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되게 해야지’라는 오기가 생겼다”라며 “보상금을 받는 문제를 넘어 성매매 업소 업주이자 건물주들이 처벌받게 하고 성매매 여성들의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여성 역시 “포주에게 끌려다니지 말고 여성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전국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는 질문에는 많은 여성이 여전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일부는 인천 미추홀구의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에 따른 지원 사업에 신청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조례에 따르면 여성 한 사람 당 매달 100만원 이내 생계비, 월 30만원 이내 직업 훈련비(각 최대 1년), 700만원 안팎의 주거 지원비 등 1년 동안 최대 226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개인별 지원 금액은 지원 대상자의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다. 성매매 여성이 탈(脫)성매매 확약서와 자활계획서를 내면 성매매 피해상담소와 자활 지원대상 선정위원회가 상담·심사를 거쳐 대상자를 정한다. 
 
미추홀구는 지난 4월 8명의 옐로하우스 여성을 지원하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처음 상담소에 신청한 15명 가운데 8명에게 지원을 하기로 했다. 예산은 1억3000여만원이다. 선정위원회는 이 조례를 발의한 이안호 미추홀구 의원 등 구의원 2명과 상담소장, 담당 국장 등 5명으로 구성된다. 미추홀구청 담당자는 “심사할 때 탈성매매와 자활 의지가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지원을 받는 중에도 한 달에 몇 번씩 상담하는 등 집중적으로 사후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이안호 구의원은 “지원 금액은 타지자체의 성매매 피해자 지원 조례와 수준을 비슷하게 맞췄다”며 “자립을 위해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마중물처럼 시작을 돕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4호집에 사는 한 옐로하우스 여성은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데도 업소에 살고 있어서인지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며 “미추홀구청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공익사업이 아니라 관여할 수 없다는 말만 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여성들 자활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집창촌 속칭 ‘옐로하우스’. 1962년 생겨난 이곳에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업소 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성매매 업소 여성 등 30여명은 갈 곳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불상사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벼랑 끝에 선 여성들이 마음속 깊이 담아뒀던 그들만의 얘기를 꺼냈다. ‘옐로하우스 비가(悲歌·elegy)’에서 그 목소리를 들어보고 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2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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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joins.com/Issue/11161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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