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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개'라면 학대나 도살 가능?...동물이 ‘재물’이라는 현행 동물법

중앙일보 2019.07.06 07:00
“한 마리당 40만원. 그냥 데리고 가면 절도죄로 신고합니다.”
 
동물 봉사단체 '유기동물의 엄마아빠(이하 유엄빠)’는 지난달 말 강북구 우이동에 위치한 모 펫샵의 점주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8마리의 강아지가 오랜 기간 펫샵에 갇힌 채 방치됐다는 제보를 접하고 구조에 나서려던 참이었다.  
 
우이동 펫샵에 오랜기간 방치된 강아지. [유엄빠 제공]

우이동 펫샵에 오랜기간 방치된 강아지. [유엄빠 제공]

 
목격자들은 점주가 폐업을 앞두고 몇달 동안 가게에 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강아지들은 오랫동안 굶어 갈비뼈가 다 드러난 채 자신의 배변물을 먹거나 좁은 케이지 안을 서성였다.  
 
하지만 점주가 강아지를 데리고 갈 경우 고소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유엄빠 측은 고민에 빠졌다. 돈을 주고 강아지들을 구조하게 되면 또 다른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심 끝에 유엄빠 측은 울며 겨자먹기로 지난달 18일 개인에게 입양된 한 마리를 제외한 7마리의 강아지들을 구조하기 위해 점주에게 총 290만원을 입금했다.  
 
유엄빠 측이 펫샵의 강아지들을 돈을 주지 않고 구조할 방법은 없었을까.  
 
동물이 ‘재물’이라는 우리나라 동물법
 
이는 법이 바뀌어야 가능하다. 우리나라 법은 동물을 ‘재물’로 규정한다. 동물은 소유권이 있는 주인의 물건인 셈이다. 만약 유엄빠 측이 점주의 허락 없이 강아지들을 꺼내 구조했다면 이는 남의 물건을 훔친 게 된다. 학대 여부와는 상관없이 민법상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되거나 형법상 절도죄에 해당할 수 있다. 
 
사람이 학대당하고 있다면 긴급한 구조가 당연하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구조가 쉽지 않다 보니 지난해 12월 충남 천안의 한 펫샵에서도 오랜 기간 방치된 79마리의 강아지가 떼죽음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엄빠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해당 펫샵 점주를 동물학대죄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처벌은 쉽지 않다. 본인 소유의 개를 학대하거나 죽이는 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만 처벌이 가능하다. 관건은 고의성 여부다. 점주가 처음부터 강아지들을 죽이거나 상해를 가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학대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동물법 전문 김동훈 변호사는 "현행법은 동물학대죄 입증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입증을 하더라도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학대하는 이들이 법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기견이면 처벌되지만 ‘내 개’라면 식용 가능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되는 탓에 법적 사각지대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수원여대의 이른바 ‘깜순이 사건’도 그중 한 사례다.  
 
살아있을 당시 깜순이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화면 캡처]

살아있을 당시 깜순이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화면 캡처]

 
지난달 수원여대 청소경비용역업체 직원 A씨는 교내에서 떠돌던 검은 개 ‘깜순이’를 도축장에서 도축해 지인들과 술안주로 먹었다. 먹을 것을 챙겨주고 예방접종을 해주는 등 애정을 쏟았던 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고 관련자들을 처벌해 달라며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씨에게 적용될 수 있는 주된 혐의는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동물보호법상 유기견을 죽이면 2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또다시 소유권이다. A씨가 지난 6개월간 밥을 주며 깜순이를 키워온 만큼 깜순이를 유기견이 아닌 A씨의 소유라고 볼 가능성이 있다. 축산법상 개는 가축으로 분류돼 있어 A씨가 깜순이를 식용으로 사육했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  
 
동물을 ‘감각 있는 존재’로 인정하는 타 국가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의 유럽 국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 프랑스는 더 나아가 1976년 동물유기죄를 제정해 ‘동물은 감각 있는 존재’라고 명시했다. 또 형법상 동물학대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최대 2년의 구금형 및 3만 유로의 벌금형을 내린다. 동물학대죄가 인정된 사람에 대해서는 사회적 활동이 금지된다.  
 
우이동 펫샵에서 구조된 후에도 빙빙 도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강아지. [유엄빠 제공]

우이동 펫샵에서 구조된 후에도 빙빙 도는 정형행동을 보이는 강아지. [유엄빠 제공]

 
일본의 경우에는 동물에게 물을 주지 않고 방치하는 것도 가해로 인정해 처벌한다. ‘우이동 펫샵 사건’이나 ‘천안 펫샵 사건’도 일본이라면 처벌 대상이란 뜻이다.
 
우리나라 법원도 점점 동물을 생명이 있는 존재로 인정해나가는 추세다. 2010년 법원은 주차장에서 자동차에 다리를 다친 강아지의 주인이 가해 차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강아지는 물건과 달리 소유자가 정서적 유대와 애정을 나눌 뿐 아니라 생명을 가진 동물이므로 교환가치 이상의 치료비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동훈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동물에게 물건이나 사람이 아닌 제3의 지위를 부여하는 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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