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사 가면 우울, 회사는 나 몰라라

중앙선데이 2019.07.06 00:44 643호 1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100세 시대 열쇠 쥔 직장환경 
한국인 기대수명 82.36세, 건강수명 64.9세(2016년). 한국인들은 장수하지만 실제는 17년 넘게 병석에 누워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격년으로 건강수명을 조사한 2012년 이후 기대수명은 늘고 건강수명은 주는 패턴이 반복된다. 이 시대 한국인은 건강하지 않다.
 
‘건강상태 길게 유지하기’는 세계 각국 공통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에 최근 국제사회가 찾아낸 해법은 ‘직장에서부터 시작되는 건강관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8년부터 ‘근로자 건강에 관한 세계 행동계획’을 각국 보건당국에 권고하고 있다. 직장에서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라는 권고다.
 
WHO자료에 따르면 건강결정요인은 유전(5%)·의료(10%)보다 사회조건(55%)과 건강습관(30%)에 의해 좌우된다. 결국 건강한 환경과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건강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8년, 유럽과 영국도 2010년 전후로 기업건강경영 관련 정책들을 도입했다. 일본은 2016년 경제산업성 주도로 건강경영을 독려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직장 건강프로그램 유지를 위해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건강경영’은 이 시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잠잠하다. 관련 정책도 없고, 기업들의 건강경영 움직임도 눈에 띄는 게 없다.
 
우리 기업들의 직원건강관리 실태와 수준을 점검하기 위해 중앙SUNDAY와 서울대 의과대학은 건강정책평가전문기관인 덕인원에 의뢰해 152개 대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건강경영실태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건강검진을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 운영은 미진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노사 모두가 가장 필요한 건강관리 부문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 관리,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배려를 꼽은 점이다. 2018년 서울대 의대가 실시한 일반국민대상 조사에선 과도한 업무 방지를 첫째로 꼽았다. 이는 실제 직장 내에서 경험하는 문제와 일반적 인식에 격차가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정신건강과 중독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한 기업은 열 개 중 한 개꼴이다. 또 임직원 건강을 고려한 전략이 없다는 응답은 68.4%였다. 다만 건강관리시스템 진단의 필요성이나 관련 법규의 제정엔 80%대가 공감했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기업들이 건강경영을 회피한다기보다 건강경영 개념이 없고, 방법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 경영에 대한 사회적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중앙SUNDAY와 서울대 의대가 함께 진행하는 ‘건강사회문화운동’으로 바람직한 한국형 기업건강경영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기업건강사회공헌’ 평가의 일환으로 진행했다.
 
152개 기업 노사 1명씩 304명 설문
 
이번 설문 조사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으로서의 건강경영’이라는 제목으로 152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조사 진행은 건강정책평가컨설팅 전문기관인 덕인원이 대행했다. 설문조사 응답자는 사측의 해당업무 담당자와 노측 대표자 1명씩 모두 304명이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비중이 반반이 되도록 구성했다. (고용인 수 300인 미만 40개, 300~999인 35개, 1000인 이상 77개). 설문 구성은 서울의대 사회정책실 윤영호 교수팀이 개발한 기업건강경영지수를 바탕으로 했다. 이는 기업의 직원건강관리를 측정하기 위해 2012년 개발된 평가도구로, 국제적 타당도 검증을 마쳤다. 건강경영 목표는 크게 직원건강관리·소비자건강공헌·지역사회건강공헌 등 세개 분야로 나뉜다.
 
올해는 이 세 부문 중 직원건강관리 부문만 집중적으로 탐색한다. 소비자건강공헌과 지역사회건강공헌 부문은 연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앙SUNDAY와 서울대 의대팀은 현재 기업들의 해당부문 담당자들 인터뷰와 기업 건강경영 심층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기업환경에 적합한 직원건강경영 모델과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제안을 할 계획이다.
 
양선희 대기자, 김창우 기자 sunny@joongang.co.kr
관련기사

구독신청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