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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핵심 AI, 아직 언어까진 이해 못 해

중앙선데이 2019.07.06 00:21 643호 13면 지면보기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플랫폼 ‘알렉사’는 많은 로봇과 기기에 적용됐다. 지난 CES 2017 행사장에 전시된 로봇 ‘링스’. [중앙포토]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플랫폼 ‘알렉사’는 많은 로봇과 기기에 적용됐다. 지난 CES 2017 행사장에 전시된 로봇 ‘링스’. [중앙포토]

기후변화 현상 등 곳곳에서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고음이 갈수록 커진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해 온 문화연구(Cultural Studies) 권위자 스콧 래쉬(74)는 진작부터 서구적 근대와 합리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앤서니 기든스, 울리히 벡과 1994년 『성찰적 근대화(Reflexive Modernization)』를 함께 쓰며 유명해진 그는 ‘근대’의 좋은 것은 취하면서도 파괴할 건 창조적으로 파괴하자는 주장을 폈다. 그런 맥락에서 중국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명예교수에 따르면 래쉬는 서구 이론에 정통하면서도 중국의 사상 전통을 높게 평가한다.  
 

문화연구 권위자 스콧 래쉬
시진핑은 천명 사상 중시 안 해
중국 패권주의 계속 고집할 것

유럽은 미국보다 더 다양성 존중
한국, 유럽과 더 가깝게 지내야

영국 문화연구의 대부 격인 스튜어트 홀(1932~2014)과 상의해 1998년 골드스미스 칼리지 문화연구센터를 설립해 이끌다 몇 년 전 은퇴한 후 요즘은 옥스퍼드대, 홍콩 시티대 등에서 강의한다. 최근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이사장 한상진)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작년 인간의 변화 양상 살핀 『경험』 펴내
 
학문도 유행을 탄다. 요즘 관심사는.
“지난해 『경험(Experience: New Foundations for the Human Sciences)』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현대의 한나 아렌트까지 이어지는 정치적 경험주의, 공리주의와 그에 바탕한 고전경제학의 경험주의, 동아시아의 경험론, 디지털 시대의 인간 경험의 변화 양상 등을 훑은 책이다.”
 
디지털 기술이 인간에 끼치는 영향은.
“나는 기계 역시 스스로 연산 과정을 돌아본다는 점에서 인간 만큼이나 성찰성(reflexivity)이 있다고 본다. 컴퓨터는 일정한 정보를 인풋(입력)하면 이를 가공해 아웃풋(산출)하는 기계다. 중간에 알고리즘이라고 하는 추론 과정이 있다. 반복적으로 정보를 되살피고 수정해 최종 산물을 산출한다. 이는 인간의 이성적인 추론 능력과 다를 게 없다. 컴퓨터는 이성적인 추론기계라고 할 수 있다.”
 
스콧 래쉬

스콧 래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생전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인공지능이 아직 인간 언어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미국의 언어 철학자 존 설이 1980년 ‘중국어 방(Chinese room)’이라는 실험을 제안했다. 중국어를 못하는 사람을 방에 들어가게 한 다음 중국어로 쓰인 문제를 집어넣는다. 방 안의 사람이 사전 지급된 안내 책자에 따라 종이에 중국어 답안을 그려 내보내면 밖에서 볼 때 중국어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못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바로 방 안의 사람 같은 존재라는 게 설의 주장이다. 인공지능이 단어들을 결합해 문장을 만드는 구문론(syntax)을 흉내낼 수는 있지만 실제 그렇게 만든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의미론(semantics)을 실행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중국 얘기를 해보자. 중국은 갈수록 패권국가가 되는 것 같다.
“당연한 일이다. 어떤 큰 나라가 그러지 않겠나. 미국은 덜한가. 다만 중국에는 주(周)나라 시절부터 천명(天命, Mandate of Heaven)사상이 있다. 군주도 하늘의 뜻을 따라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교체할 수 있다는 철학이다. 시진핑은 천명을 중시하지 않는 지도자다. 그가 물러난 다음에는 사정이 좀 달라질 수 있지만 중국이 패권적인 제국주의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자부심 가득한 나라였지만 19~20세기 100년간 서구 열강에 의해 아편 먹는 나라로 전락하는 굴욕을 겪었다. 그래서 현대 중국은 매우 국가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공산당은 자원과 인력을 동원하는 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이다.”
  
은퇴 후 옥스퍼드대·홍콩 시티대서 강의
 
그런 중국에 한국은 어떻게 맞서야 하나.
“한국은 세계적으로 예외적인 경제성장을 한 나라다. 서구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갖추게 됐고 그 결과 중국으로부터 자율권을 유지하게 됐다. 한국은 지금보다 유럽과 더 가깝게 지내야 한다. 유럽이 멀지 않냐고? 미국 역시 지리적으로 유럽만큼 멀지 않나. 미국과 결별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유럽은 미국보다는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한다. 그게 좋은 점이다. 유럽의 또 다른 좋은 점은 국가의 자주권(sovereignty)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점이다. 요즘 세상에 완전한 자주권 주장은 어리석다.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다른 나라들과 연합해야 한다. 한 나라의 자주권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문화연구는 정치나 경제가 현실을 좌우한다는 ‘결정론’에 맞서 문화현상, 일상성에 주목하는 학문 분야다. 가령 스포츠도 연구 대상에 포함된다. 래쉬는 손흥민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손흥민처럼 뛰어난 아시아 출신 축구선수는 없었다”며 “세계적으로는 베스트 30위, 영국 내에서는 6위, 유럽에서는 탑 20위 안에 포함된다고 본다”고 했다.
 
신준봉 전문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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