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1988년생 박상영 새 소설집
젊은 세대 적나라한 성 풍속도
“자전적” 암시 영향 끼친 듯
퀴어 소설 부상하는 데 한 몫
심기가 불편해질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1988년생 소설가 박상영의 두 번째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는다면 말이다. 자전적 색채가 짙은 새 소설집의 세계가 “지난 3년 동안 쓴 소설이라고 해봤자 술 먹고 물건을 훔치고, 군대에서 계간(鷄姦)을 하고, 성매매를 하고, 바람 피우는 사람들 얘기가 전부”라고 작가 스스로 요약한 첫 번째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에서 그리 멀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출간한 첫 소설집은 한국문단의 따끈따끈한 관심사였다. 파격적인 내용, 매끈한 글쓰기 때문인지 지금까지 1만 3000부가 팔렸다. 출판사 문학동네의 담당 편집자는 “신인 작가의 첫 책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주목” “이례적일 정도”라는 표현으로 박상영 소설에 쏟아진 열기를 전했다.

동성애를 본격적으로 다룬 퀴어 소설이 한국문학의 한 흐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소설가 박상영은 그 선두 주자다. 동성애가 등장하는 영화 ‘아가씨’의 한 장면.
난데없이 웬 동성애? 이런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지만 이 땅의 동성애 소설 역사는 길다. 근대소설의 개척자 이광수가 1917년 발표한 단편 ‘윤광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정은경, ‘현대 소설에 나타난 ‘동성애’ 고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 소설은 그동안 아무래도 천덕꾸러기 신세 아니었을까. 하지만 여러모로 콤비 같은(작가의 외모, 소설책 출간 시기) 김봉곤의 동성애 소설집 『여름, 스피드』의 성공에 박상영의 활약을 더해 바야흐로 퀴어 서사는 한국문학의 어엿한 시민권을 획득한 느낌이다. 평단은 조남주의 장편 『82년생 김지영』이 몰고 온 페미니즘 소설 열풍과 함께 퀴어 소설을 이 시대 뚜렷한 문학 경향으로 꼽는다.

박상영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169쪽,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띠동갑 운동권과의 연애에 실패한 주인공에게 찾아온 깨달음인데, 사랑에 대한 당신의 느낌과 감각, 사랑에 대한 당신의 정의는 어떤 것인가. 소설 속 주인공의 이런 진술이 언제나 미끌미끌 손에서 빠져나가는 변덕스러운 사랑 감정을 보다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소설책 끝에 붙인 ‘작가의 말’은 박상영 자신의 비밀에 대한 언급인 것 같아 흥미를 더한다. 요약하면, 또 하나의 소설책, 부끄럽다, 많은 부분이 나와 내 주변의 과거에 기대고 있어서다, 나는 오롯이 나로 살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이런 얘기다. 이것은 고백인가. 그렇다면 소설책은 어디까지 다큐이고 어디부터 픽션인가. 자전적이지 않은 소설은 없지만, 박상영 소설은 특히 자전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독자와 시장을 상대하는 경우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