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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성범죄 피해자 한 명, 신고 안 된 10명

중앙선데이 2019.07.06 00:20 643호 31면 지면보기
강홍준 사회에디터

강홍준 사회에디터

지난달 중앙일보 탐사보도팀은 성범죄자 알림e 웹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아동 성범죄자 중 서울·경기 지역에 사는 215명을 전수조사해 84명(39.1%)이 출소한 뒤 범행을 저질렀던 장소에 거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년 전 두 아이에 몹쓸 짓 한 그놈, 감옥 갔다 놀이터 또 왔다’는 자극적인 제목이 달렸다. 도처에 지뢰밭이 깔린 느낌이랄까. 아이를 어떻게 키우라는 것인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건 보호관찰관 190여명이 관리하는 전자발찌 부착자가 3000여 명이고,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성범죄자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법무부의 설명이었다. 공익 광고에 나온 것처럼 인터넷으로 공개된 성범죄자 얼굴을 늘 기억하다가 “늑대가 나타났어요!”라고 외치란 말인가.
 

보호관찰 도입 올해 30년이라는데
시민 안전 지키는 엄정 집행 멀었다

이해는 한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고, 일부는 사회봉사명령을 이수하고, 일부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을 터이니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다시 감방에 넣을 수는 없다. 결국 이 문제는 출소자에 대한 관리, 다시 말해 보호관찰에서 풀어야 한다. 출소자의 재범을 막고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보호관찰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신 모(39) 씨의 사례를 보자. 그가 2018년 4월 전자발찌를 차고 24일 동안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니며 저지른 범죄만 10건이다. 같이 알바하던 여대생에게 약을 먹이고 성폭행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를 담당하는 보호관찰소 직원은 100여㎞ 떨어진 곳에서 전화로 감독했다. “지금 뭐하지, 사고 안 치고 잘 있지?”를 묻는 안부 확인 전화 수준이었다. 게다가 보호관찰소는 신 씨에 대해 “재범 가능성이 작다”며 전자발찌 가(假)해제를 검토하기도 했다. 사회에 복귀해 잘 적응하고 있으니 이제 전자발찌를 풀어주는 것도 생각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보호관찰소는 왜 그리 신 씨에게 온정적으로 대했을까. 전자감독 제도의 현실을 잘 아는 한 보호관찰관은 “보호관찰소 직원 한 사람이 맡고 있는 성범죄자 등 강력범죄자 숫자가 20명을 넘다보니 가해제 등으로 업무 부담을 덜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범죄자의 인권을 생각하는 온정적인 접근은 전혀 아니며, 업무부담을 핑계로 한 태만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귀찮다는 것이다.
 
형의 집행단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관리 부실의 문제는 심각해 보인다. 법원의 판사들은 판결을 내릴 뿐이지 자신이 부과한 형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모르고 관심도 없다. 보호관찰대상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은 전화로 감독하고, 서면으로 경고를 날릴 뿐이다. 보호관찰 기간 중 재범한 출소자에 대해 구인하고 조사한 뒤 집행유예를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해야 당연한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보호관찰관은 “보호관찰 대상자의 범죄경력 자료를 읽어 보지도 않고 관리를 하는 공무원, 살인죄 전과가 있으며 특수상해로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에게 전화로만 면담하는 공무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교도소에서 형을 사는 한 성범죄자는 “강간한 여성 한 명 뒤에는 신고하지 않은 10명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신 씨도 그런 일을 벌였다. 형사행정을 담당하는 기관과 공무원들은 그의 말을 잊지 말길 바란다. 보호관찰제도가 이 땅에 도입된 지 올해로 만 30년이다. 그 덕분에 재범률이 확 떨어지는 등 효과는 분명 있었다.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법무부 말대로 예산과 인력 확충은 필요하다. 그만큼 법의 엄정 집행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시민은 잠재적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강홍준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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