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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점진적 스몰딜로 방향 틀었다", 볼턴 반발, 제재 완화 난관

중앙일보 2019.07.05 16:44
북ㆍ미 실무협상 3라운드을 이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전 북한 베트남 대사.

북ㆍ미 실무협상 3라운드을 이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전 북한 베트남 대사.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상대할 북측 협상 대표로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지명되면서 북ㆍ미 실무협상 3라운드가 속도를 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가 지난 판문점 회담 때 대략적인 논의를 했기 때문에 이르면 다음 주라도 실무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담 때 북·미 간에 북측 실무협상 대표는 물론 의제와 장소에 대해서도 논의됐다고 한다.
 

[속도내는 북·미 실무협상 3라운드]
소식통 "판문점서 대략 의제, 장소 협의,
이르면 다음 주라도 협상 시작할 수 있어"
중립국 스웨덴 또는 평양ㆍ뉴욕도 가능

북ㆍ미 협상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4일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실무협상 재개에 선뜻 합의한 것은 수용할 수 없는 ‘빅딜’과 ‘제재 해제’ 요구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만큼 서로 가능한 것부터 협상을 다시 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우리는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동결을 원한다”고 한 건 북한이 제안한 영변 핵 단지 폐기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해 단계적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란 의미다. 비건 대표는 대신 “우리는 인도적 지원과 워싱턴ㆍ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소식통은 “이는 정확히 비건 대표가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 실무협상에서 북한에 제시했던 상응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무협상 장소와 관해선 평양이나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스웨덴 같은 유럽국가란 이야기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최소한 당분간, 한국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배제하길 원하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길 선호하기 때문에 1.5트랙 대화로 평소 익숙했던 스웨덴을 원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소식통은 “북ㆍ미 정상이 직접 합의한 실무협상이기 때문에 제3국보다는 평양이나 뉴욕에서 곧바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빠른 결과를 도출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워싱턴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협상파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정점으로 한 강경파 사이의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는 점이다. 볼턴은 지난 1일 뉴욕타임스가 ‘트럼프 행정부가 핵동결에 만족하려 한다’고 보도하자 트위터에 “국가안보회의(NSC)의 누구도 논의한 바 없다. 대통령을 방해하려는 누군가의 시도”라고 비난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보다 강경해진 볼턴 캠프와 유연한 단계적 접근을 주장하는 진영 사이 논쟁이 심해지고 있다”며 “미국 내 논쟁이 해소돼야만 북한과 협상에서 훨씬 더 많은 진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쉬 로긴 칼럼니스트도 이날 워싱턴포스트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가 ‘스몰 딜(작은 합의)’로도 알려진 점진적, 단계적 접근으로 복귀했다”며 “볼턴은 NSC는 아니라면서 대통령을 방해하는 누설자로 은근히 국무부를 지목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영변 폐기 대가로 여전히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것도 비건이 넘어야 할 협상의 장애물이다. 북한 유엔대표부는 판문점 회담 사흘만인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점점 적대적 행위에 필사적”이라며 불법 해상 환적 단속과 북한 노동자 송환 요구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북한은 앞서 하노이 협상 과정에서도 인도적 지원과 연락 사무소는 영변 해체와 등가로 교환할 상응 조치가 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켄 고스 국장은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제재는 유지하지만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제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를 주장할 만큼 영변을 포함한 핵 프로그램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해체와 같은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내놓는 조치에 따라 일부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볼턴은 멀리 몽골에 보낸 대신 김 위원장과 회담장에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배석시킨 것도 미국이 전략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북한에 신호를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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