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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돌려주기 실험' 40개국 중 꼴찌···中 "귀신이나 믿을일"

중앙일보 2019.07.05 14:41
당신이 속한 국가의 시민 정직도가 세계 꼴찌로 나타나면 어떤 기분일까? 그것도 세계 최고의 학술지 조사에 의해서 그런 결과가 드러나면 말이다. 한데 그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 당신은 또 어떻게 반응할 건가.
중국 인민일보는 4일 "중국 정직도가 세계 꼴찌라고? 귀신이나 믿을 일"이라며 지난달 말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세계 각국 시민 정직도 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인민일보는 4일 "중국 정직도가 세계 꼴찌라고? 귀신이나 믿을 일"이라며 지난달 말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세계 각국 시민 정직도 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이는 최근 중국이 겪고 있는 일이다. 지난달 20일 세계 정상급 학술지로 유명한 ‘사이언스(Science)’에 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제목은 ‘세계 각국의 시민 정직도 조사 (Report: Civic honesty around the globe)’.

지난달 말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세계 각국 시민 정직도 조사에서
중국이 조사 대상 40개 국가 중 최하위
"조사 방법 잘못됐다"며 중국은 격분

미국과 스위스의 연구진은 정직함이 없다면 약속은 깨지고 세금은 납부되지 않으며 정부는 부패하기 마련으로 인류의 경제적·사회적 삶에 있어 정직한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세계 각국의 시민 정직도 조사 실험을 한다고 연구 취지를 밝혔다.
실험은 속히 훤히 들여다보이는 지갑에 명함과 열쇠, 손으로 쓴 메모를 넣었다. 투명한 지갑은 굳이 안에 무엇이 들었나 열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것이었다. 메모엔 시장에 가서 살 물품 목록을, 명함엔 흔한 이름을 적었다.  
지갑 분실자가 그 나라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갑을 돌려받을 수 있는 연락처로 ‘이메일’ 주소를 남겼다. 지갑은 세계 40개 국가 355개 도시에 1만 7303개가 뿌려졌다. 국가마다 5~8개 도시를 택했다.  
지난달 20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세계 각국 시민의 정직도 조사' 논문에 나오는 그래픽. 중국이 조사 대상 40개 국가 중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다. [SCIENCE 논문 캡처]

지난달 20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세계 각국 시민의 정직도 조사' 논문에 나오는 그래픽. 중국이 조사 대상 40개 국가 중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다. [SCIENCE 논문 캡처]

지갑은 두 종류로 분류했다. 돈이 없는 지갑, 미화 13.45 달러(약 1만5700원)가 든 지갑 등. 실험에 나선 이는 이 지갑을 각 도시의 은행과 영화관, 우체국, 호텔, 경찰서 등 비교적 공공성이 강한 다섯 곳을 찾아가 “내가 바쁘니 대신 주인을 찾아달라”는 말로 맡겼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 폴란드 등 세 나라를 상대로는 액수가 비교적 큰 94.15달러(약 11만원)가 들어 있는 지갑을 맡기는 방법도 동원했다. 조사 결과 사람들은 돈이 더 많이 든 지갑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주인을 찾아 돌려주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저널에 실리고 미 뉴욕타임스도 보도했다. 한데 중국은 격분했다. 보고서에 붙여진 그래픽 한장이 문제였다. 조사 대상 40개 국가의 ‘지갑 돌려주기’ 비율이 표시됐는데 중국이 40위,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중국 와이궈런연구협회 구성원들이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 내용이 틀렸음을 입증하기 위한 반박 실험을 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와이궈런연구협회 구성원들이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 내용이 틀렸음을 입증하기 위한 반박 실험을 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분노한 중국의 ‘와이궈런(歪果仁)연구협회’는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 내용이 “국제적인 유언비어”임을 밝히겠다며 반박 실험에 들어갔다. 앞선 실험과 대부분 동일하게 진행하되 이번엔 연락처를 ‘핸드폰 번호,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 이메일 주소’로 늘렸다.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약 6시간 진행된 실험에서 뿌려진 30여 개 지갑의 회수율은 73.5%에 달했다. 이는 사이언스 논문에 발표된 중국의 8%~22%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뭐가 문제였나.
중국은 실험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미국과 스위스의 연구진은 연락처로 이메일 주소만을 남겼는데 핸드폰 문화가 발달한 중국에선 이메일을 주고받는 게 매우 적다는 것이다. 중국 호텔 직원의 경우엔 대부분 개인적인 이메일 주소가 없기도 하다.
중국 와이궈런연구협회는 자체 조사 결과 연락처에 전화 등 중국인이 많이 쓰는 소통 방법이 추가됐을 경우 지갑 회수율은 73.5%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와이궈런연구협회는 자체 조사 결과 연락처에 전화 등 중국인이 많이 쓰는 소통 방법이 추가됐을 경우 지갑 회수율은 73.5%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그리고 중국인은 돈이 든 지갑을 줍게 되면 이를 경찰서 등 공공기관을 방문해 주인을 찾아 달라고 맡기지 이메일로 직접 해당자에게 연락하는 경우는 드문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적인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험 방법으로 중국을 ‘정직도 세계 꼴찌’로 발표한 사이언스 논문은 따라서 국제적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행위를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 같은 내용을 4일 “중국의 정직도가 세계 꼴찌라고? 귀신이나 믿을 일”이라는 제하의 기사로 전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중국의 항변이 나름 이유가 있어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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