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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독립기념일 맞이 '초대형 원맨쇼'..전투기 24대 날아올랐다

중앙일보 2019.07.05 14:36

“우리 나라는 오늘,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강합니다. 지금이 가장 강한 때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앞 내셔널 몰을 가득 메운 군중들 앞에서 첨단 군사 장비를 총동원한 ‘초대형 트럼프쇼’를 펼쳤다. 243번째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4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부터 진행된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 행사에서다. 

전략자산 총동원한 퍼레이드…B-2, F-35 축하 비행
자화자찬식 연설 자제하고 미국의 군대와 국민 치하
'베이비 트럼프' 풍선 등장, 성조기 소각 시위도

4일 미국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앞 내셔널 몰에서 열린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 행사에 참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4일 미국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 앞 내셔널 몰에서 열린 ‘미국에 대한 경례(Salute to America)’ 행사에 참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연단에 들어설 때,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링컨기념관 상공을 날았다. 이날 45분 가량 이어진 연설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독립을 일궈낸 정신과 ‘하나로 뭉친 미국’을 역설했다. “위대한 미국의 자유의 미래는 그것을 수호할 의지를 가진 미국인들의 어깨에 달려있다”며 “우리는 건국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진정한 특별한 유산을 공유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일생일대의 쇼가 될 것”이라 공언한 대로 이번 행사는 미국의 첨단 군사력을 자랑하는 각종 이벤트로 채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우리의 역사, 국민, 그리고 국기를 자랑스럽게 수호하는 영웅들, 용감한 남녀 미군을 기념하겠다”며 육·해·공, 해병대, 해안경비대 5군을 일일이 호명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소개와 함께 미군 3대 전략폭격기 중 하나인 B-2와 F-22 전투기를 포함해 해군 F-35 스텔스 전투기와 F-18 전투기 등이 행사장 상공에 등장해 편대 비행을 했다. 연설 마지막엔 공군 에어쇼팀 블루에인절스 F-18 6대가 곡예 비행을 펼치는 등 항공기 24대가 이날 행사에 동원됐다. 또 연설 무대인 링컨기념관 주변에는 미 육군의 주력 탱크인 에이브럼스 탱크 2대와 브래들리 장갑차 2대, 구난전차 1대가 전시됐다.
4일 행사에서 미 공군 에어쇼팀 블루에인절스 F-18 6대가 곡예 비행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4일 행사에서 미 공군 에어쇼팀 블루에인절스 F-18 6대가 곡예 비행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립기념일 행사를 ‘선거 유세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평소의 ‘자화자찬식’ 연설이 아닌 나라의 발전에 기여한 군대와 미국인들에 찬사를 보내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건국과 서부 개척, 여성 참정권, 흑인의 평등한 권리를 요구한 시민권 운동 등 미 역사의 변곡점이 된 사건들을 짚으며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미국이 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시작 전부터 논란이 됐다. 그간 독립기념일 행사는 미국인 전체의 축제처럼 여겨졌고, 현직 대통령이 연설에 나선 적은 거의 없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내셔널 몰에서 대통령이 대규모 대중 연설을 한 것은 지난 1951년 해리 트루먼 이후 68년 만이다. WP는 미 국립공원청이 이번 행사 준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의 국립공원 입장수익 250만 달러(약 29억원)를 전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4일 독립기념일 행사를 보기 위해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몰을 가득 메운 군중들. [AP=연합뉴스]

4일 독립기념일 행사를 보기 위해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몰을 가득 메운 군중들. [AP=연합뉴스]

민주당 대선주자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CBS 방송에서 “대통령은 이날이 자신의 생일이 아니라 미국의 생일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행사를 비판했다.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이건 독재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선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파들의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AP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 수천 명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쓰고 행사 시작 전부터 “USA”를 외쳤다. 반면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워싱턴 모뉴먼트 부근에 ‘베이비 트럼프’ 대형 풍선을 세우고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반대'의 상징인 '베이비 트럼프' 대형 풍선. [EPA=연합뉴스]

'트럼프 반대'의 상징인 '베이비 트럼프' 대형 풍선. [EPA=연합뉴스]

백악관 맞은편 라피엣 공원에서는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지난 1984년 ‘성조기 소각 시위’를 벌였던 그레고리 리 존슨이 시위 도중 성조기에 불을 붙였다. 이를 둘러싼 시위대가 “미국은 결코 위대하지 않았다”고 외치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몰려와 이들을 공격하며 소란이 벌어져 2명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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