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사와 짜고 모교 시험문제 빼돌린 서울외고 출신 학원장

중앙일보 2019.07.05 14:20
서울 북부지방법원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서울 북부지방법원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2017년 서울외고에서 시험문제를 유출한 학원장과 전직 교사가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 3단독 송유림 판사는 5일 “교사가 사사로운 이유로 문제를 유출해 공정한 경쟁을 막고, 학원장도 사익을 위해 이를 이용한 점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도봉구의 한 영어학원장 조모(34)씨와 전직 서울외고 교사 황모(63)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구속 후 보석 상태였던 이들 두 사람은 법정구속됐다.
 
수석졸업한 모교 문제 빼낸 학원장…법원 "많게는 27문제까지 동일"
조씨와 황씨는 2017년 9월 29일 치러졌던 서울외고 2학기 중간고사에서 1학년 ‘영어Ⅱ’과목 문제를 미리 빼내 학원에 다니는 서울외고 학생들에게 가르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됐다. 법원은 조씨가 "시험문제 적중률을 높여 서울외고 학생들을 학원생으로 유치하기로 마음먹고 당시 영어부장이었던 황씨에게 영어시험 문제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며 "황씨는 지문(地文)과 보기를 바꿔 활용하는 조건으로 이를 승낙했다"고 판단했다.
서울북부지법 입구 [연합뉴스]

서울북부지법 입구 [연합뉴스]

 
조씨는 서울외고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2016년 11월 서울외고 인근에 영어학원을 열고 2017년 초부터 학생들을 가르쳤다. 범행 당시인 2017년 9월 서울외고 1학년 220명 중 35명이 조씨의 영어학원에 다녔다.
 
조씨는 “졸업생이라 원래 교사들의 출제 스타일을 잘 알고, 학생들의 노트필기를 분석한 예상이 적중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씨가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전문성을 주장하지만, 졸업 후 14년간 학원‧입시경력 없이 학원을 운영한지 1년만에 이정도의 적중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학원의 예상문제와 학교의 기출문제가 20~27문제까지 동일했다는 학원 수강생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며 ”학원에서 배부한 예상문제의 지문·보기·유형이 상당한 수준의 유사성을 보이고, 객관식‧서술형 답안이 대부분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당시 시험문제 30개 중 27개의 유형과 지문·보기가 학원에서 수강생에게 제공한 것과 일부 일치했고, 서술형 문제 2개는 지문과 정답까지 모두 같았다.
 
파면 교사 황씨, 진술 뒤집었지만 법원 "납득 어려워"
교사 황씨는 2017년 9월 12일 중간고사 '영어Ⅱ' 과목 검토본 시험지를 신문지 사이에 숨겨 가지고 나온 뒤 조씨에게 시험지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교사 황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파면됐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문제를 유출했다고 진술했으나 법정에서 말을 바꿨다. 황씨는 "당시 문제 유출은 없었다"며 "경찰 조사때 혐의를 인정한 것은 내가 책임을 떠안아 학교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자백하면 사건이 조용히 덮일 거라고 믿는 부분은 납득이 어렵다”며 “조씨와 통화한 내용과 사건 당시 행적 등을 보면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이 허위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범행은 시험 직후인 그해 10월 1일, ‘서울외고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1학년 학생 한 명이 글을 올리면서 드러났다. 당시 학생들은 "학원에서 찍어준 기출문제가 중간고사 시험문제 다수와 보기까지 일치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재원생인 친구들도 다 술렁술렁했었다"고 반응했다.
 
검찰은 수사를 확대해 2학년 영어과목도 유출된 것으로 보고 함께 기소했고, 2학년 학생 일부는 법정에 출석해 “똑같은 문제가 보여 소름끼친다” “학원의 예상문제가 잘 적중했다”는 진술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2학년 시험의 경우 학교 관계자가 학원에 예상문제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