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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45.9℃ 최악 폭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는 까닭

중앙일보 2019.07.05 14:00
[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47)
지난 6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다. 이 더위로 프랑스의 학교 4000여 곳이 휴교했고 산불이 났다. 사진은 사람들이 에펠탑 앞 분수에서 더위를 식히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6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곳곳에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다. 이 더위로 프랑스의 학교 4000여 곳이 휴교했고 산불이 났다. 사진은 사람들이 에펠탑 앞 분수에서 더위를 식히는 모습. [AP=연합뉴스]

 
최근 프랑스 등 유럽 곳곳에 전례 없는 초여름 폭염이 밀어닥쳐 지구촌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유럽인은 물론 우리도 이번 여름이 유별나게 더울 것 같아 걱정이 태산 같다. 지난해 사상 최고의 폭염을 겪었던 우리로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격’이다.
 
프랑스 기온은 지난 28일(현지시각) 낮 45.9℃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금까지 프랑스 최고 기온은 2003년 8월의 44.1℃였다. 이번 기록은 남부 프로방스 ‘갈라구에-르-몽뜨에’ 마을에서 나왔다. 이 지역 프레디 세르다 시장이 “프랑스 남부가 열대지방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기후를 견뎌내야만 한다”는 비장한 말을 남겼을 정도다. 이날 프랑스 남부 대부분 지역이 40℃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본격 폭염 시즌이 아닌 6월 하순에 기록이 깨졌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기상 당국은 2004년 4단계 폭염 경보 도입 이래 처음으로 이날 남부 4개 지역에 최고 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대부분의 다른 지역에도 적색경보 바로 밑인 오렌지색 경보를 내렸다.
 
학교 4000여 곳이 휴교했고 곳곳에 산불이 났다. 한주 사이 4명이 숨지기도 했다. 2003년 여름 폭염으로 2주 만에 노인 등 1만5000여 명이 숨졌던 최악의 경험을 한 프랑스가 이번에 또 한 번 화들짝 놀랐다.
 
프랑스뿐만 아니다.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체코, 이탈리아 등에서도 6월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했고 곳곳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스페인은 6월 사상 최고 기온인 43℃를 기록하는 등 폭염이 이어지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폭염으로 3명이 숨졌고,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속출했다. 독일은 속도 제한이 없는 고속도로 아우토반 일부 구간에 대해 한시적으로 최고 속도를 시속 120㎞로 제한했다.
 
위성이 6월 26일 포착한 유럽 및 아프리카 일부 지역 지표면 온도. [출처 세계기상기구(WMO) 홈페이지]

위성이 6월 26일 포착한 유럽 및 아프리카 일부 지역 지표면 온도. [출처 세계기상기구(WMO) 홈페이지]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뜨거운 공기가 유럽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폭염이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사하라 사막 상공에서 무려 48℃까지 달궈진 거대한 공기 덩어리가 제트기류(지상 1만m 안팎에서 수평으로 부는 공기 흐름)를 타고 북상해 유럽 곳곳으로 넓게 퍼진 게 이번 폭염의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도 이번 유럽 폭염을 심각한 이상기후라며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WMO는 지난 29일(현지시각) 2015년 이래 올해까지 5년 연속 더위 기록이 이어질 것이라며 건강과 환경, 농업 분야에서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또 최근 유럽 열파(Heatwave)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온실가스 증가와 극단적인 기온 변화가 일치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클레어 널리스 WMO 대변인은 “열파가 더욱 강렬해지고 길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까지 WMO가 공식 인정해온 세계 상위 폭염 기록은 다음과 같다. 1위는 1913년 7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퍼나스 크릭(Furnace Creek)의 56.7℃, 2위는 1931년 7월 튀니지 케빌리(Kebili)의 55.0℃였다. 이어 3위는 2016년 7월 21일 쿠웨이트 미트리바(Mitribah)의 53.9℃, 4위는 2017년 5월 28일 파키스탄 투르바(Trubat)의 53.7℃였다. 우리가 속한 아시아 대륙 역대 최고 기온은 쿠웨이트 미트리바가 세운 53.9℃였던 셈이다. 
 
WMO 공식 세계 상위 폭염 기록.

WMO 공식 세계 상위 폭염 기록.

 
우리나라의 사상 최고 기온은 지난해 8월 1일 홍천이 세운 41℃였다. 그 전까지는 1942년 8월 1일 대구 40℃가 최고였다(공교롭게도 둘 다 8월 1일이다). 작년 여름 76년 만에 전국 최고 기온 기록이 깨진 것이다. 지난해 8월 1일엔 국내 4개 지역이 번갈아가며 직전 사상 최고 기온 40℃를 깨서 주목을 받았다. 양평 40.1℃→의성 40.4℃→북춘천 40.6℃→홍천 41℃ 등으로 기록이 옮겨갔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올여름 무더위가 어떻게 될지에 있다. 기상청은 5월 23일 올여름 기온이 무덥겠지만 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작년 수준까지는 아닐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날 기상청은 3개월(6~8월) 예보를 통해 “올여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작년보다는 폭염의 강도와 빈도가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한 달 후인 6월 21일 발표한 3개월(7~9월) 예보에서도 같은 입장(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을 유지했다.
 
예측의 주된 근거로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의 원인이 됐던 티베트 고기압이 올해는 작년만큼 발달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기후변화 및 아열대화 속도가 줄지 않아 올해도 역대급 폭염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기상청은 4일(목) 오전 10시를 기해 서울, 경기 동부, 대구, 경북 내륙, 강원 서부 일대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한다고 3일(수) 오전 11시 발표했다. 이번 주말·휴일(6·7일)에도 서울, 경기, 강원 등지를 중심으로 34℃를 오르내리는 올해 최고 폭염이 닥칠 것이란 예보도 나와 있다. 어느새 여름 폭염이 성큼 다가왔다. 각자가 대비를 잘할 일만 남아 있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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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원의 날씨이야기] 은퇴자들은 ‘날씨 경영’을 잘해야 한다. 그래야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도 잘 지킬 수 있다. 날씨가 몸과 마음 건강에 다 같이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요소라서 그렇다. 한창때는 대개 직장이나 일터에 온종일 붙박이처럼 묶여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은퇴하면 시간이 고스란히 자기에게 주어지다 보니 바깥나들이가 많아지고 이래저래 날씨에 신경 쓸 일도 많아진다. 은퇴자를 위한 날씨 경영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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