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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심의 반려, 2차는 조건부 승인…잠원동 철거 안전했나?

중앙일보 2019.07.05 12:11
4일 오후 서울 잠원동의 한 철거 중인 건물 외벽이 붕괴해 전신주가 무너지며 차량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3명이 부상을 입고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이 야간 수색 및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잠원동의 한 철거 중인 건물 외벽이 붕괴해 전신주가 무너지며 차량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3명이 부상을 입고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이 야간 수색 및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4일 무너지는 사고가 난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에 붕괴 전 조짐이 있었다는 목격담과 공사 전 안전 조치 미흡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 조사가 본격화됐다.
 
5일 서초구청에 따르면 이 건물에 대한 철거 심의는 1차때 부결됐다가, 재심의 끝에 조건부로 승인됐다. 하현석 서초구 도시관리국장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1차 심의를 할때 지하 보강을 안하면 철거를 하지말라는 뜻으로 부결을 했다”며 “지하구조물이 빠지면 흙이 밀리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철거할 때는 이걸 방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같은 계획이 없어서 지하 철거관련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붕괴를 막기 위한 지하 보강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사고 원인 조사의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건물은 지하1층~지상5층짜리였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지하 1층 철거 작업을 하다 건물이 무너졌다”면서 “정확한 붕괴 원인은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외벽 붕괴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매몰된 차량을 꺼내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외벽 붕괴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매몰된 차량을 꺼내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규정에 따르면 서울 시내 지상 5층 또는 13m 이상, 지하 2층 또는 깊이 5m 이상 건물을 철거할 때는 사전 안전 심의를 받고 감리를 거쳐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각 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하 국장은 “철거 승인을 위한 2차 심의 때도 (안전 계획이) 완벽하지 않다고 판단해 여러 조건을 붙였다”며 “지지대를 충분히 세우고, 철거 잔재물은 현장에 쌓여있으면 무게가 더해져 안전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잔재물이 나오는 당일 즉시 제거하라는 등의 조건을 붙여서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건부 승인이 났을때는 그 조건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는 외부의 감리가 맡는다. 하국장은 “전문감리원이 감독을 한다”며 “이미 건물이 다 무너져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겠지만, 감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경찰조사 등을 통해서 밝혀져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유사한 철거현장이 있는지 다른 현장도 점검할 계획이다. 하 국장은 “현재 서초구 관내에 철거작업이 진행중인 곳은 14곳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른 철거현장도 긴급 점검을 해서 사고 예방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5일 오후 3시 사고 현장을 합동감식한다. 이날 합동 감식에는 과학수사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구청, 소방서,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가 참여한다. 관계기관은 건물 붕괴 원인과 철거 과정에서 안전 규정 준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합동 감식 결과를 분석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과실이 입증되면 공사 관계자를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전날 오후 현장에 있던 인부를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에 관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찰 조사를 받고 현장에 돌아온 한 철거업체 관계자 A씨(49)씨는 오후 9시20분에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동료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쓰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전날부터 건물의 붕괴 조짐이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도 있었다. 목격자 김모(35)씨는 “인근 아파트 5층에 사는 아주머니께서 어젯밤부터 해당 건물에서 시멘트가 떨어져 내려 소음을 들었다고 했다”며 “어젯밤부터 건물 배 부분이 불뚝 튀어나오는 등 이상 증상이 보였다고 하더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4일 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무릎을 꿇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이 사고로 결혼을 앞두고 예물을 찾으러 가던 예비부부가 타고 있던 차량이 건물 더미에 매몰돼 예비신부가 숨졌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4일 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무릎을 꿇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이 사고로 결혼을 앞두고 예물을 찾으러 가던 예비부부가 타고 있던 차량이 건물 더미에 매몰돼 예비신부가 숨졌다. [연합뉴스]

이 사고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서초소방서 등에 따르면 오후 2시20분쯤 철거 작업 중이던 신사역 인근 건물이 무너져 철거물 잔해 등이 지나가던 차량 3대를 덮쳤다. 차량 한 대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 2명은 경상을 입었다
 
또 다른 차량에 타고 있던 남성 황모(31)씨는 중상을 입었고 여성 이모(29)씨는 숨졌다. 남녀는 결혼할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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