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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원장에 황영철 아닌 김재원…한국당 어느덧 '친박세상'

중앙일보 2019.07.05 11:54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뉴스1]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뉴스1]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놓고 벌인 자유한국당의 집안싸움에서 친박계인 김재원 의원이 웃었다.

5일 황영철 의원이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경선을 거부하면서다. 황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를 공개로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가 불발되자 10분 만에 의총장 밖으로 나와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1년 전 하반기 원 구성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와 안상수 예결위원장과 조율·논의 과정을 거쳐 추인을 받았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측근을 예결위원장으로 앉히기 위해 당이 지켜온 원칙과 민주적 가치들을 훼손했다”고 원내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선례를 만드는 데 당사자가 될 생각이 없다. 경선을 거부했고, 그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왔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국회 예결특별위원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5일 국회에서 열렸다. 황영철 후보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재차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 임현동 기자 ]

자유한국당 국회 예결특별위원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가 5일 국회에서 열렸다. 황영철 후보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재차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 임현동 기자 ]

 
한국당은 김성태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해 7월 20대 국회 하반기 상임위를 재편하면서, 한국당 몫인 예결위원장을 안상수ㆍ황영철 의원이 각각 7개월ㆍ18개월씩 나눠 맡기로 처리했다. 주요 상임위원장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이처럼 교대하곤 했다. 또 잡음이 없도록 대부분 원 구성 때 순서를 정해둔다. 하지만 이번엔 김재원 의원이 뒤늦게 경선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3일 “작년에 합의가 된 것이지만, (그것은) 참여하신 분들끼리의 합의였기 때문에 새로 정리된 부분이 있다”며 “(작년 합의에) 참여하지 못한 분이 경선 의사를 표시해서 경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정리했다. 황 의원은 당시에도 반발했지만 결정을 꺾지는 못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1일 국회에서 박맹우 신임 사무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1일 국회에서 박맹우 신임 사무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 의원이 예결위원장에 오르면서 당내 기류에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황 의원이 바른정당에 참여했던 복당파라는 점 때문에 그동안 봉인돼있던 친박계-복당파의 계파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한선교 의원의 사임으로 공석이 됐던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복당파 이진복 의원 대신 친박계인 박맹우 의원이 임명된 것과 겹쳐지면서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살림살이를 맡는 사무총장에 이어 알짜인 예결위원장까지 친박계가 가져갔다”며 “당이 사실상 친박당으로 다시 이동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외 황교안 대표의 1등 책사로 불리는 추경호 전략기획사무부총장도 친박계다. 한편 실언으로 최근 낙마한 한선교 의원도 핵심에선 멀어졌다고 하지만 친박 출신이다. 
 
이와 별도로 당 일각에선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의 화력 지원을 받은 나 원내대표가 친박계인 김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김 의원은 친박계 중에서도 주요 정국마다 나 원내대표를 돕는 ‘특급 도우미’로 알려져 있다.  
 
한편 황 의원은 이날 경선을 포기한 후 친박계를 겨냥한 듯 작심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황 의원은 “더 이상 우리 당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아픔을 우롱하는 정당(이 돼선 안 된다)”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숭고한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는 이런 국회의원들은 단호하게 조치를 내려야 한다. 그런 조치가 없으면 우리는 제대로 된 보수로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한국당이 건강하고 합리적인 보수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오히려 당 내에서 더 크게 싸울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당은 예결위 외에도 국토교통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진통을 겪고 있다. 당초 박순자 의원에서 홍문표 의원으로 교체가 예정돼 있었지만 박 위원장이 ‘처리할 현안이 남았다’며 사임을 거부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전날 입장문을 내어 “(1년 남은 기간 중) 6개월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나머지 6개월을 홍문표 의원에게 양보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고 공평하다”고 주장한 반면 홍 의원은 “약속을 이행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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