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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홍콩시위대 위치정보 껐다···中 디지털 감시에 아날로그 반격

중앙일보 2019.07.05 06:00
 
홍콩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공지능(AI)을 동원한 중국식 디지털 감시체계에 걸리지 않으려는 ‘반(反) 디지털 생존법’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와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시위에 나선 홍콩 젊은이들은 보안 당국의 디지털 감시에 007식 아날로그 지혜로 맞서고 있다. 홍콩에선 인권 인식과 사법 체계가 다른 중국으로 범죄 용의자를 송환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 법안’을 둘러싸고 지난달 9일부터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지난 1일엔 청년들이 입법기관인 입법회를 일시 점거하기도 했다. 중국과 홍콩 당국은 시위 참가자에 대한 체포와 처벌 위협, 그리고 군사 훈련 등으로 맞서고 있다.    

마스크·헬멧·고글 얼굴 가리고 시위
IC카드 대신 현금 내고 지하철 이용
딴 역에 내려 빙글빙글 돌다 귀가해
감시 카메라 우산으로 덮어 무력화
휴대전화 위치정보 끄고 시위장에
암호화로 보안성 높은 텔레그램 인기
중국 AI공정-안면인식 기술 국민 감시
2011년 ‘아랍의 봄’ 디지털로 민주화
홍콩, 디지털 디스토피아에 무력화 항쟁


지난 1일 홍콩 시위대가 중국 반환 기념식장 주위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기 중이다. 모두가 마스크와 헬멧, 고글을 착용하고 있다. 보안 당국의 감시에 맞서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막는 복장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홍콩 시위대가 중국 반환 기념식장 주위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기 중이다. 모두가 마스크와 헬멧, 고글을 착용하고 있다. 보안 당국의 감시에 맞서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막는 복장이다. [로이터=연합뉴스]

 

IC 카드 대신 현찰로 전철 타고 감시 피해

대표적인 것이 시위 참가자들이 ‘디지털 풋 프린트’, 즉 디지털에 남은 활동과 이동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지하철에서 IC 카드로 찍어서 요금을 내는 대신 승차권을 현금으로 구매해 쓰는 것이다. IC 카드에는 사용자가 어떤 곳에서 몇 시에 전철을 탔는지 고스란히 기록된다. 이에 따라 당국이 관련 디지털 기록을 뒤지면 시위 참여 여부를 낱낱이 파악할 수 있다. 신용카드로 지하철 승차권을 사는 것 역시 신용카드를 사용한 장소와 시간이 모두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개인 활동 명세가 당국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에 따라 시위 참가자들은 아예 현금으로 승차권을 사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일 홍콩 시위대가 홍콩 입법회 주변에서 행진하고 있다.마스크와 헬멧, 고글을 착용하고, 우산도 들고 있다. 안면 인식 기술을 갖춘 감시 카메라에 맞서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홍콩 시위대가 홍콩 입법회 주변에서 행진하고 있다.마스크와 헬멧, 고글을 착용하고, 우산도 들고 있다. 안면 인식 기술을 갖춘 감시 카메라에 맞서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로이터=연합뉴스]

 

CCTV 추적 피해 집에서 떨어진 역 하차

게다가 보안 당국은 마음만 먹으면 각 역에 있는 폐쇄회로 TV(CCTV)를 샅샅이 뒤져 특정인이 지하철을 어디에서 타고 어디에서 내려 어느 쪽으로 갔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위 참가자가 어디에 거주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홍콩은 물론 전 세계 경찰은 특정 사건이 벌어지면 이런 방식을 동원해 당사자를 추적한다. 2005년 7월 7일 영국 런던 중심지 지하철과 버스에서 발생해 52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낸 7·7 폭탄 테러의 경우 경찰이 지하철과 거리의 CCTV를 역으로 추적해 관련자들의 동선과 집결지에 거주지와 신원까지 신속하게 파악했다. 지금 홍콩의 보안 당국은 14년 전의 런던보다 훨씬 우수하고 촘촘한 하드웨어와 더욱 정밀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디지털 보안 시스템을 가동한다.  
홍콩 시위 참가자들은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거주지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에 내려 한참을 걸어서 집으로 간다. 우회로를 선택함으로써 귀가 경로를 당국이 추적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당국이 CCTV를 통해 시위 참가자를 추적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시위 참가자들은 시위를 벌이는 거리나 주요 건물 근처의 CCTV를 우산으로 막아놓고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1일 홍콩 입법회에 진입한 시위대가 가장 먼저 한 일의 하나가 천정에 달린 감시 카메라를 무력화하는 일이었다.    
지난달 21일 홍콩 시내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누군가 감시 카메라를 우산으로 가려 놓았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감시 카메라는 시위 참가자를 인식하고 추적할 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1일 홍콩 시내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누군가 감시 카메라를 우산으로 가려 놓았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감시 카메라는 시위 참가자를 인식하고 추적할 수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2억 대, 홍콩 5만 대 감시 카메라  

중국의 관영 영어신문인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인구 13억 8600만 명의 중국에는 감시 카메라가 2016년 기준 1억7600만 대가 있다. 2022년에는 인구보다 많은 27억 60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미국의 IT·통신 부문 시장조사·컨설팅 업체인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DC)이 조사한 결과를 이 신문이 보도한 내용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현재 중국 본토에 2억 대가 넘는 감시 카메라가 작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홍콩의 감시카메라 숫자는 당국이 보안을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다양한 정부 소스를 바탕으로 가장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2014년 기준 5만 대 이상인 것으로 보도됐다. SCMP가 홍콩에서 민주화를 요구한 우산 시위가 벌어진 2014년 보도한 내용이다. 그사이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들 감시 카메라는 인공지능(AI)을 사용한 안면 인식 시스템을 탑재해 개개인을 인식하고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고성능이다. 이러한 중국식 디지털 감시에 맞서 홍콩 젊은이들이 자위 수단으로 다양한 007식 아날로그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SCMP는 지난 4월 홍콩에서 가까운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深圳)에서는 중국의 AI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의 얼굴을 감시 카메라로 찍어 무면허자를 적발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운전 면허자의 사진을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고 있는 경찰 중앙 컴퓨터와 연결해 무면허자를 가려내고 있다.  
지난 1일 홍콩 입법회에 진입한 시위 참가자가 사다리에 올라 감시 카메라를 무력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홍콩 입법회에 진입한 시위 참가자가 사다리에 올라 감시 카메라를 무력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AI 기술 개발해 보안과 감시 활용

중국은 정보통신(IT)과 인공지능(AI) 기술의 연구·개발에 대거 투자하면서 안면 인식 기술을 포함한 보안 감시 기술을 크게 발전시켜왔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는 평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홍콩 중문(中文門)대 교수가 창업해 홍콩에 본사를 둔 테크 기업인 센스 타임(商湯科技)이다. 이 기업은 인공지능과 안면 인식 기술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2014년 6월엔 인간의 시각 인지 능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화상 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그해 9월 열린 이미지 네트(ImageNet) 세계대회에 출전해 구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AI를 중심으로 한 테크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감세 정책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온 중국 정부는 이렇게 뛰어난 ‘안면 인식 기술’을 보안과 감시 분야에서 이미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검색엔진 업체(미국의 구글 격)인 바이두는 음성 인식과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가정용 로봇을 비롯한 일련의 스마트 홈 제품을 만들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 업체인 텐센트(미국의 페이스북 격)가 운영하는 유튜 연구소(YouTu Lab)는 안면과 사물 인식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미 확보한 이런 디지털 감시 기술을 현재 홍콩 사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軍報)가 지난 2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부대가 홍콩 해역에서 육해공 합동 긴급 출동 및 대응 훈련을 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서 인민해방군은 홍콩섬 바로 앞바다에서 군함, 헬리콥터, 소형 고속정을 동원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군인들이 마치 홍콩섬으로 집입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중국 해방군보 홈페이지=연합뉴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解放軍報)가 지난 2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부대가 홍콩 해역에서 육해공 합동 긴급 출동 및 대응 훈련을 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서 인민해방군은 홍콩섬 바로 앞바다에서 군함, 헬리콥터, 소형 고속정을 동원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군인들이 마치 홍콩섬으로 집입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중국 해방군보 홈페이지=연합뉴스]

 

날개 퍼덕이는 드론 로봇, 공중에서 감시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이 드론과 감시 카메라, AI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비둘기’라는 암호명의 지역 공중 감시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하늘을 비행하면서 지상을 감시하는 보안 드론 로봇이다. 일반 드론과 다른 것은 마치 새처럼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다니기 때문에 인간의 탐지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둘기’는 동화상을 촬영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탑재한 AI 시스템이 동화상에서 특정 패턴을 찾거나 사람의 안면을 인식해 신원을 확인한다. 수배자처럼 특정 인물을 찾는 기술이지만 이를 응용하면 시위대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사는지를 밝히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이미 30개 이상의 군부대와 정부 기관에서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난달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이 보도했다. 조지 오웰의 SF 소설 『1984년』처럼 첨단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는 가공할 위력의 비인간적 감시 장치가 현실에서 이미 가동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홍콩의 한 시위 참가자가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고 있다. 시위 참가자는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위치 추적 기능을 끄고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을 주로 미용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3일 홍콩의 한 시위 참가자가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고 있다. 시위 참가자는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위치 추적 기능을 끄고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을 주로 미용한다. [로이터연합뉴스]

 

휴대폰 위치정보 끄고, 보안 강한 텔레그램 써  

시위 참가자들은 시위에 나서면서 감시에 대비한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고 있다. 우선 얼굴을 마스크와 헬멧으로 가린다. 행여 감시 카메라에 노출돼도 당국이 알아볼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지난 1일 입법회에 진입한 시위대는 물론 거리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런 복장이다.  
여기에 당국의 휴대전화 도청과 감시에 대비해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끄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위치를 디지털 기록에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사위 참가자들끼리 ‘경찰이 입법회 건물에 접근하고 있다’ ‘감시 카메라에 걸리지 않는 요령’ 같은 시위 관련 정보를 교환할 때는 통신 내용 암호화로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보안이 요구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이다. 중국 당국이 이런 홍콩 시위대에 맞서 앱 등에 사이버 공격을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지난 1일 홍콩 입법회에 진입한 청년들이 '홍콩은 중국은 아니다'라고 적은 기둥 앞에서 시위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홍콩 입법회에 진입한 청년들이 '홍콩은 중국은 아니다'라고 적은 기둥 앞에서 시위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디지털 감시, ‘디지털 디스토피아’ 불러  

결국 중국은 안면 인식 등 AI 기술을 활용해 국민을 감시하는 ‘AI 공정’을 벌여온 셈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요구하는 홍콩 시위대는 이에 맞서 ‘아날로그 저항’을 펼치고 있다. 2001년 ‘아랍의 봄’은 현지 젊은이들이 휴대전화와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SNS)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촉발됐다. 당시 디지털 기기는 민주주의를 불러오면서 ‘디지털 유토피아(이상 국가)’적 도구가 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디지털 감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홍콩은 그 디지털 기술을 두려워하는 ‘디지털 포비아(디지털 공포)’가 만연하다. 홍콩이 디지털 기술을 무서워하는 ‘디지털 디스토피아(암울한 세상)’가 된 셈이다. 홍콩의 젊은이들은 아날로그적 지혜를 발휘해 디지털 감시를 무력화하는 항쟁을 벌이고 있다. “같은 물이라고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는 법구경의 잠언이 떠오른다. 홍콩은 인류의 디지털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쇼윈도가 되고 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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