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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호화 변호인단 꾸렸다…생명공학 전공자까지 합류

중앙일보 2019.07.05 05:00
고유정, 전문 변호인들 앞세워 '법정공방' 예고
고유정의 과거와 현재 얼굴. 맨왼쪽 사진은 JTBC가 공개한 고유정의 과거사진. 가운데 사진은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고유정의 대학교 졸업사진. [JTBC 방송 캡처] [독자제공] [연합뉴스]

고유정의 과거와 현재 얼굴. 맨왼쪽 사진은 JTBC가 공개한 고유정의 과거사진. 가운데 사진은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고유정의 대학교 졸업사진. [JTBC 방송 캡처] [독자제공] [연합뉴스]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이 이번에는 호화 변호인단 선임을 통해 검찰과의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유정은 최근 5명으로 꾸려진 전문 변호인단을 선임해 재판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인단에는 형사소송법 논문을 다수 작성한 판사 출신과 생명과학을 전공한 변호인 등이 포함돼있다. 살인 혐의 외에도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만큼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검찰과 공방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유정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5일 오전 10시30분이다.
 
검찰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계획범죄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뒤 ‘1인 2역’까지 하면서 완전범죄를 노린 점 등을 토대로 고유정을 기소했다.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고유정은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이틀 뒤인 지난 5월 27일 오후 2시48분에 숨진 강씨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 1통을 보냈다. ‘성폭력 미수 및 폭력으로 고소하겠어. 니가 인간이냐? 넌 예나 지금이나 끝까지 나쁜 인간이다’라는 내용이다.
 
이어 2시간 뒤인 오후 4시48분에는 숨진 강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조작문자를 보냈다. ‘미안하게 됐다. 내정신이 아니었져. 너 재혼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고 어쨌든 미안하게 됐다’라는 거짓 문자였다. 검찰은 이 문자가 강씨가 성폭행을 하려다 실패하자 펜션에서 나가 행방을 감춘 것처럼 알리바이를 조작한 것으로 봤다. 앞서 고유정은 범행 당시 다친 것으로 보이는 상처를 놓고 “성폭행 시도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며 법원에 증거보존 신청을 한 바 있다.
 
공소장에는 고유정이 범행계획을 세워놓고 강씨를 펜션으로 유인한 사실도 담겨 있다. 고유정은 5월 10일부터 휴대폰 2대와 컴퓨터를 이용해 ‘뼈 무게’ ‘CCTV’ 등 범행 관련 단어를 검색한 것으로 범죄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강씨와의 아들 면접교섭권 소송에서 패소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당시 검색한 단어들은 ‘대용량 믹서기, 뼈 무게, 뼈 강도, 졸피뎀, 키즈펜션, CCTV, 니코틴 치사량, 김장비닐’ 등이었다.
 
고유정에게 살해된 전남편. [중앙포토]

고유정에게 살해된 전남편. [중앙포토]

살해계획 세워놓고…강씨에게 유인 문자
검찰은 고유정이 범행을 준비해놓고 5월 20일 강씨에게 다정한 문자를 보낸 점도 주목해왔다. ‘25일 제주에서 만나자~~’라는 내용의 문자에는 ‘마침 제주일정 늘어나서 제주에서 보는 게 OO(아들 이름)에게 더 좋을 것 같다. 괜찮지? 어디 갈지 고민해봅시다’라는 말이 담겨 있었다. 강씨가 문자를 받을 당시 함께 있었던 친동생은 “당시 형님이 물결 표시가 된 문자를 보여주며 ‘한번 봐봐라. 나 소름 돋는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유정이 전에 없던 다정한 어투로 문자를 보낸 게 이상했다는 취지다.
 
앞서 고유정은 2017년 강씨와의 이혼 과정에서 강씨에 대해 욕설 섞인 폭언을 쏟아내는 등 결혼 생활동안 폭언과 폭력을 행사해왔다. 공소장에도 고유정이 이혼조정 기간 동안 강씨에 대해 "XX놈" "XX쓰레기" "저 XX는 진짜 내 인생의 XX" "저런 XX집안하고는 다신 엮이지 않도록 XX싶다" 등의 말을 쏟아냈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3년 6월 결혼한 두 사람은 2016년 11월부터 이혼소송에 들어가 7개월여 만인 이듬해 6월 이혼했다.
 
범행 전후의 행각도 엽기적이다. 고유정은 살인 당일인 5월 25일 저녁때 카레 등 음식에 졸피뎀을 타 먹인 후 식당과 주방·거실·현관 등에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살해 후에는 사체를 욕실로 끌고 들어가 피가 응고되지 않도록 계속 물을 뿌린 사실도 확인됐다. 
 
강씨를 살해한 다음 날부터는 더욱 참혹한 범행이 이뤄졌다. 5월 26일 오전 11시께 아들을 제주의 친정집에 데려다주고 펜션에 돌아온 뒤 본격적으로 시신을 훼손한 것이다. 훼손한 사체는 비닐 안에 나누어 담은 뒤 들통 2개와 종이박스 안에 담아 차량 트렁크에 보관했다. 이틀 뒤 제주를 빠져나온 고유정은 아버지 소유 아파트가 있는 김포에서 목공용 전기톱을 이용해 또다시 시신에 손을 댔다.
 
고유정의 범죄 행로. [중앙포토]

고유정의 범죄 행로. [중앙포토]

"검찰이 체포영장 기각" VS "경찰 소명부족"
한편, 검찰은 고유정 재판을 앞두고 악재를 만났다. “경찰이 고유정을 하루 먼저 체포할 수 있었으나 검찰의 영장기각으로 지연됐다”는 의혹이 제기돼서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이날 “고유정이 강씨를 살해한 후 닷새째인 5월 30일에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기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며 체포영장은 기각하고, 고유정의 집인 충북 청주 아파트 압수수색 영장만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이 영장을 기각한 시점은 고유정이 제주를 빠져나온 뒤 경기도 김포에서 시신이 담긴 종량제봉투를 버리던 때다. 이날 검찰은 5월 30일 오후 7시쯤 신청된 영장을 이튿날인 5월 31일 0시31분쯤 기각했다. 당시 고유정은 김포 아파트에서 시신을 2차로 훼손한 뒤 30일 10시54분과 31일 오전 3시20분에 2차례에 걸쳐 봉투를 유기했다. 이후 고유정은 청주 집까지 이동한 뒤 이튿날인 6월 1일 오전 10시30분에 체포됐다. “영장을 기각하지 않았다면 하루 정도 일찍 체포할 수 있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검찰은 “체포는 신중히 하되 청주 아파트 압수수색 필요성은 인정돼 영장을 청구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사체 은닉은 5월 28일 제주에 이어 5월 30일에는 청주가 아닌 김포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영장기각 때문에 시신확보가 어려워진 게 아니다”고 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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