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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에 손 내미는 이인영, '노무현 시즌2' 막을까

중앙일보 2019.07.05 05:00
 “이인영은 홍영표와 다른 길을 가려 하는 것 같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명환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구속 수사를 공개 비판하고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등 관계 개선을 시도하자 당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제 한번 (민주노총을) 보고 싶긴 하다. 지난번 사무금융노조 행사에 갔다가 ‘언제 한번 보자’면서 인사했는데, 이후에 김 위원장이 구속되는 바람에 못 만났다”며 “이제 (석방돼서) 나왔으니 다음주쯤 시간을 조율해 편하게 우선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반대하며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는 등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됐다가 6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당시 민주노총이 진보진영 인사들에게 구속 반대 탄원서를 요청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여당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칠까 염려해 이를 거절했다. 그런데 지난 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을 통한 수사가 정말 능사였는지 반문한다”며 민주노총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간 당 지도부 중 구속 수사를 비판한 건 노동계 몫 최고위원인 이수진 최고위원이 유일했다. 오히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노총이 김 위원장 구속에 반발해 7월 총파업을 선언하자 “문재인 정부의 노동 존중은 불법에 눈 감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공 비정규 노동자 총파업·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공 비정규 노동자 총파업·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전임 원내대표이자 대우차 노조 출신인 홍영표 의원은 민주노총에 자주 쓴소리를 했다. 특히 국회 담장까지 무너뜨렸을 때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투쟁 방식은 납득이 안된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행동은 대다수 조합원의 생각과 괴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두고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곤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반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원격 의료, 광주형 일자리 사업,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문제 등 노동계 현안이 나올 때마다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3일부터는 급식조리원ㆍ경비원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 해소 등을 내걸고 사흘간 총파업에 돌입했고, 오는 9일 우정노조 등 비정규직 파업도 예고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4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등을 촉구하며 국회 경내로 진입을 시도하다 뜯겨진 철문이 놓여 있다. [뉴스1]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4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등을 촉구하며 국회 경내로 진입을 시도하다 뜯겨진 철문이 놓여 있다. [뉴스1]

당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의 이런 행보에 대한 우려가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며 “다만 당 차원에서 꾸준히 민주노총과 대화하며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이 원내대표도 소통에 대한 의지가 강력한 편”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과의 관계가 악화일로이면 ‘노무현 시즌2’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초기에는 우호적이었지만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을 놓고 정면충돌해 결국 레임덕을 가속화시켰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의 노력이 민주노총과의 관계 개선을 이끌어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당 내에선 “민주노총 표는 어차피 우리 표가 아니다.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한 초선 의원)는 주장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당의 주요 지지기반인데 무너지게 둘 순 없지 않느냐”며 “누군가는 정무적으로 관리를 해야하고 이 원내대표가 그 총대를 멘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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